"'고급 승객을 잡아라'
미주노선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 승객을 겨냥한 항공사들의 판촉열기가 가을철 비수기 항공업계를 뜨겁게 하고 있다.
지난 13일 유나니티드항공이 신문광고를 통해 '동반자 무료탑승서비스'를 전격적으로 발표한데 이어 이에 뒤질세라 경쟁항공사들이 하나 둘 파격적인 조건으로 여행객들을 현혹하면서 탑승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의 '동반자...'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노스웨스트. 발표당일 저녁 긴급판매대책회의를 연 노스웨스트는 다음날인 14일 아침 시애틀, 디트로이트 경유노선의 '일등석 및 비즈니스식석 40%할인'이라는 대안으로 유나이티드에 맞섰다.
'동반자..'는 이미 지난봄에 노스웨스트항공이 삼성위너스카드와 함께 실시함으로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지만 '경품권 제공'에 해당된다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함께 지도 감독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유나이티드의 거침없는 행동으로 교통부 항공당국이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 위반시비가 재 거론되고 있으며 델타항공은 동반자냐 할인율 확대실시냐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면대로 맞선 유나이티드에 반해 과거 경험이 있는 노스웨스트는 정부당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고객유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파격할인쪽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 게다가 오는 12월 17일까지의 행사기간중 함께 실시하는 '월드퍽스 50%보너스 마일리지'혜택까지 받을 경우 승객들은 일등석 및 비즈니스 클래스를 40%나 할인권 요금으로 편리하게 왕복 여행한 뒤 자동으로 동남아 무료항공권을 얻을 수 있는 2만 마일 이상을 거뜬히 적립할 수 있게 돼 더더욱 여행객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티케 한 장으로 기분은 두배로 내십시오'를 모토로 내걸고 '동반자..'를 강행하는 유나이티드는 올 연말까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을 경유해 미국을 일등석이나 커니서 클래스(비즈니스석)로 왕복 여행할 경우 똑같은 일정의 무료티켓을 항공권을 구입하는 대리점에서 즉시 발권해줄 뿐만 아니라 '마일리지 플러스'회원으로 가입하면 동반자에게도 상용고객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나이티드의 서울-시카고간 커니서 클래스 판매가격은 1천 9백 36달러, 샌프란시스코는 1천 6백 71달러로 동반자서비스를 받을 경우에는 결국 1인당 9백 68달러(시카고), 8백 35.5달러(샌프란시스코)에 각각 이용하는 셈이다. 또한 미국 동부지역을 1천 4백 89달러에, 서부지역을 1천 1백 14달러에 판매하는 노스웨스트는 40%할인시 8백 93.4달러(동부), 6백 68.4달러(서부)로 유나이티드보다 한층 저렴하다.
이는 이코노미클래스 개인출발요금과 거의 차이가 없어 40~50달러만 더내면 승객들은 비즈니스 클래스로 편안하게 장거리 항공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항공사들의 이 같은 판매전략은 소비자에게 더없이 좋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 하지만 한국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저가판매정책으로 비수기 수요창출을 유도하기보다는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항공사의 수요를 잠식하려는 지나치게 단기작인 안목에 급급하다는 업계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유나이티드측은 ""동반자는 아시아나 항공과 대한항공이 지난 7월부터 미국출발 승객을 대상으로 똑같은 내용의 행사를 실시해 순식간에 여름철 성수기 미국시장에 동반자 바람을 몰고 와 미국항공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애초의 도화선을 아시아나 측에 돌리고 있다.
실제 유나이티드가 이번 행사를 실시하게 된 것은 한국지점의 자체결정보다는 본사의 입김이 거세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월초 교통부에 등록, 신청을 한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미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이 심화되자 한국시장에서 역공을 펼쳐보겠다는 것이 당초 유나이티드측의 전략이었고 이를 그대로 묵인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교통부가 직접 중재에 나선 결과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미국시장에서 '동반자../'를 중단한다는 조건하에 미국항공사(유나이티드, 노스웨스트, 델타)들도 한국시장에서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으나 양항공사들이 미국시장에서 9월초에 중단키로 한 약속을 무시한 채 9월말가지 20일이나 더 이 행사를 지속, 짭짤한(?)재미를 봤고 이에 분개한 유나이티드측이 '한국이 먼저 약속을 어겼으니 우리도 지킬 필요 없다'며 동반자 서비스의 강행을 지시했다는 것. 지점내부에서도 한국총판대리점(GSA)한국인직원들이 유나이티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며 강한 반대도 있었으나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에드워드 젠카레리 지점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성사시켰다는 것.
유나이티드 관계자는 ""대대적인 광고나 홍보를 통해 동반자판매를 적극 권유할만한 여력도, 예산도 없다""고 전제하면서 이번일 이 단순한'경고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상이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에 제한돼 있는데다가 자격요건도 까다롭다는 주장.
그러나 이일로 인해 교통부 측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현재 유나이티드와의 사이에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는 상태다.
한편 델타항공은 지난 8월 20일경 유나이티드의 뒤를 이어 '동반자..'실시안을 계획했으나 자칫 한국정부를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아래 잠시 보류, 노스웨스트와 같은 대폭 할인율 적용 쪽으로 우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조만간 이번 경쟁에 가세할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이 같은 제살깍기 경쟁에 쉽게 뛰어들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미국항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한국시장에서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 승객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자신감을 표명하였다.
다만 미국시장에서 이를 먼저 실시했다는 자책 때문에 드러내놓고 상대항공사를 비난할 처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시인하고 있는 것도 사실.
아무튼 고급승객을 겨냥한 항공사들의 발빠른 움직임들이 올 가을 비수기 여행업계를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위야 어떻든 최종 선택과 판단은 소비자의 것. 과연 항공사의 저가정책이 수요창출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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