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 덤핑, 덤핑….’
언제나 여행업계의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손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덤핑과 과당경쟁. 여행 경기가 최고를 달했을 때나 IMF와 같은 국가경제위기로 여행경기가 바닥을 칠 때도 최근 5∼6년 사이 인·아웃바운드 막론하고 여행업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덤핑과 과당경쟁이 거론돼 왔다.

그럴 때마다 자성의 목소리도 그에 비례해 높았다. 극심한 가격 경쟁을 해봤자 ‘제살깍기’일 뿐이라며 지난 97년 아웃바운드업계에서는 신문광고를 내는 대표적인 여행사 대표들이 모여도 봤고 1998년 IMF 직후에는 기획여행신고업체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결과는 ‘흐지부지’. 주요 목적지 패키지 상품에 대해 원가 분석은 물론 하한선을 결정하기도 했지만 1∼2주도 지켜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최근 인바운드업계에서도 덤핑과 과당경쟁 문제가 보다 활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가 주최한 ‘경영주 세미나’에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일본과 중국·아시아, 구미주 3개 지역으로 나눠 활발한 분과 토론을 벌였다. 각 지역에서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됐던 것이 바로 덤핑과 과당경쟁이었다.

시장 점유율이 작은 구미주는 덜했지만 40여개 업체만이 유치활동에 나설 수 있는 중국 지역은 아예 1박당 하한선을 결정했다. 가장 큰 인바운드 시장인 일본은 “이러다 다 망한다”고 핏대를 올릴 정도였다. 일부 업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덤핑 상품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부 강력한 규제 의지

이번에 다시 정부가 나선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한국관광연구원이 제시한 ‘표준원가제도’를 도입해 여행업체의 덤핑 행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표준원가란 여행상품의 가격을 구성하는 항공료, 최소행사경비, 마진이 합쳐진 가격으로 표준원가제도는 표준원가에 대비해 상식 이하의 상품 가격이 나올 경우 규제의 기준으로 삼아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인·아웃바운드를 막론하고 적용된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있는 이 제도는 심의가 통과되면 국회에 올려진다.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오는 상반기에 법적용될 예정이다. 문관부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르게 규제를 위한 점검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준안이 마련되면 지도점검을 통해 고의적으로 약관·계약을 위반하거나 덤핑을 통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며 과당경쟁을 일삼는 업체에 대해 규제를 가할 예정.

특히 관광사업체 전반의 비정상적 거래관행을 근절하고 덤핑연루 여행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리는 한편 국세청에 의뢰해 세무조사를 실시토록 할 방침이다. 문관부 관계자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화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행정처분을 통해 지도해 나간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두 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 업계는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며 정부의 간섭을 바라는 쪽과 “규제완화를 외치는 정부가 자유경쟁시장에 대해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쪽이다.

전자의 경우 특히 세무조사 부분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형식적인 법조항 신설은 의미가 없지만 세무조사가 강화된다면 얘기가 틀리다”는 것. 문관부 관계자도 “세무조사가 가장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했다.

◆ 표준 원가 어떻게 정할 수 있나

후자의 경우는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함께 “표준원가제도 자체가 적용되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준’을 과연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것이 문제. 공산품도 하물며 공장마다 원가가 다 다른데 항공과 호텔, 교통, 식당 등 각종 품목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여행상품 원가의 표준을 어떻게 정할 지 알 수가 없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또한 “과거 3∼5%의 이익금을 남기지 않으면 덤핑이라고 규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던 법조항을 개선해 달라고 해서 개선한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냐”고 밝혔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자율 경쟁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표준원가제도를 기획한 한국관광연구원 관계자는 “태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기준 이하의 저질상품이 나오지 못하도록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한인여행업협의회 등에서 자체 실시한 시장 정화 작업도 실효를 거두지 못해왔다. 태국에서는 상품의 표준원가제도보다는 오히려 가이드의 불법 취업 문제 등을 이유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표준원가제도 도입으로 덤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행사만 잡을 것이 아니라 항공사, 호텔, 교통, 식당, 기념품점 등 관련 업종들에 대해서도 전부 점검해야만 할 것”이라고 했다.

◆ 가격이 아닌 행사 자체에 대한 점검

그렇다면 덤핑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한 것인가? 가격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힘들다. 소비자들의 상품 구입 기준도 ‘가격’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아닌 행사에 대한 관리 점검 등으로 출구를 찾아 볼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각 협회의 자율위원회의 역할을 보다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에게 1차적인 지도점검권을 준다면 문제있는 업체들을 먼저 설득하도록 해 자체적인 시장 정화를 선행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사후 점검에 대해 강력한 물리적 힘을 지닌 관광경찰제도 등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 불만 사항이 높은 업체들에 대해 상품 내역을 점검하고 직접 물리적인 힘을 가할 수 있다면 가격이 아닌 상품 내용에 보다 충실해 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적인 관광대국으로 손꼽히는 국가 등에서도 사전 관리보다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응을 통해 사후 점검에 힘쏟고 있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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