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와 관련된 박물관은 선입견이 들게 마련이다. 적어도 한국사람에게 있어 종교는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 사상을 접할 때는 먼저 자신의 편협함에서 벗어나라고 감히 충고한다. 포용할 수 있다면 더 큰 앎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불교미술과 목공예작품이 전시된 전문박물관인 목아불교박물관은 마음을 비워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처음 만나는 것은 맞이문. 솟을대문처럼 지붕 끝이 하늘을 향해 겨누고 있는 맞이문의 이름을 자꾸 되뇌어 본다. ‘맞이하는 문’이라는 뜻말이 참 정겹다.

박물관 바깥 풍경이 이 곳의 성격을 대강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내부감상과는 별도로 멀리서 미륵삼존대불이 눈에 들어올 때부터 독특한 체험을 기대하게 된다. 20m가 훨씬 넘는 미륵삼존대불은 멀리서도 뚜렷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목아박물관은 지하1층, 지상3층으로 구성된 주 전시관과 부대시설인 야외조각공원, 법회장, 무애산방, 소반정사, 야외결혼식장, 방생법회장 등을 갖추고 있다.

2천여평에 달하는 야외전시장은 동자승 등 다양한 조각상과 석주문 등이 한켠을 장식하고 있고, 삼층석탑과 40여점의 유물, 6,000여점의 작품을 개방·전시하고 있다. 야외조각공원 곳곳을 풍성하게 채운 조각상 옆에는 여지없이 관람객들이 줄지어 연신 사진을 찍어대기 바쁘다.

동자승을 비롯해 여러 가지 형태의 석상과 장승 등 다채로운 조각상들로 채워진 야외조각공원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또한 추운 겨울 전통찻집 무애산방에서 따끈한 전통차를 곁들이며 박물관 전체를 조망하는 것도 인기가 좋다. 인도의 석굴 사원에서 영향을 받아 박물관 내부에는 창문이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박물관은 일조량도 많고 한결 밝아 박물관 특유의 딱딱한 느낌이 훨씬 덜하다는 게 관람객의 중평이다.

관람객들은 지하1층부터 지상3층까지 전시시설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서 목조로 만든 둥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데 내부 중앙과 좌우에 위치한 이 계단은 불교에서 말하는 불법승의 삼보(三寶)를 상징한다고 한다.

전시관의 지붕은 맞배식의 전통건축물을 모방하면서 용마루를 한쪽으로 치우치도록 설계해 독특한 외장을 했다. 또 내부장식은 전통 한옥의 방식을 따라 한지 창문으로 통일하는 등 전시물 뿐만 아니라 독특한 내부 공간 설계에도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지하 1층 전시실에서는 목아 박찬수 선생의 작품세계를 다룬 ‘부처가 된 나무’ 비디오를 상영, 관람객들로 하여금 불교목공예로의 접근을 돕는다.

그는 작업 전 나무를 앞에 둔 채 불경을 읊는 등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나무를 대한다. 이곳에서 만나본 목공예작품들은 종교의 구분이 없는 듯하다. 한 석불은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부처의 얼굴이 아닌 성모마리아와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고, 길가에 놓여진 장승이 으름장 놓듯 둘레를 장식하고 있기도 하다. 장승들 가운데는 정교한 조각과 생김새를 갖춘 것이 있는가하면 일련의 장승과는 달리 낯선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목아불교박물관은 우리 나라 전통 목공예와 불교미술의 만남을 큰 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여러 부대공간이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이곳의 가장 큰 의의는 현대의 불교예술작품과 불교관련 문화유산이 한 자리에 모여 있어 관람객들의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정기적으로 불교문화강좌, 박물관 문화학교가 이뤄지는 등 목아불교박물관은 불교관련 자료와 목공예 분야의 지식 등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통문화 계승, 불교미술, 목공예 등의 세 단어가 목아불교박물관의 주제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목아불교박물관은 중부고속도로에서 호법 I.C, 경부고속도로 신갈 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해 여주 T.G로 나온 후 여주대교를 지나 신륵사 앞에서 원주, 문막 방면 약 5km에 위치하고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단체는 1,500원이다. 동절기에는오전 9시30분∼오후5시까지, 하절기에는 오전 9시∼오후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031-885-9952

경기도 여주 목아불교박물관=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 내가 만드는 도자기 “특별해요”

경기도 이천의 한 도예작업실. 도예 실습 참가자들은 조금 전까지도 제한된 시간내에 도자만들기는 어렵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금방 자신의 작업에 몰두한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서부터 홍안의 청년까지 그들의 참여 열기는 나이와 상관없이 공작시간 학생들처럼 진지해 보인다.

컵, 주발, 접시 등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들어갔다. 하지만 머릿 속 그려보는 구상과 실제로 모양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차이가 있는 법. “재떨이밖에 안나오겠는걸….” 서툰 초보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자기 실습이지만 그들은 도공 못지 않게 작업에 집중한다.

한시간 가량을 씨름한 끝에 완성된 도자는 흙과 힘의 강도, 물 그리고 마지막 불이 첨가되어야 비로소 제 이름을 얻게 된다. 초벌구이 등 가마에서 굽는 마무리과정이 생략됐지만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첫 작품에 흐뭇해하며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고 잔손질에 열심이다.

이 같은 도자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은 경기도 이천 두성도예교실의 지창오 사장이다. 25년의 도공 경력을 쌓은 지 사장은 일주일에 2∼3일 이상 40여명 가량의 외국관광객을 데리고 도자수업을 한다. 주로 싱가포르, 일본, 대만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참가비 1만원.

주병 하나를 만들 요량인 한 참가자는 용감하게 물레 앞에 앉았다. 그러나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물레 위에서 힘차게 돌던 흙덩이들은 물레의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픽픽 나뒹군다. 그야말로 숙련된 솜씨를 필요로 한다. 불이 가해지기 전에 흙은 재생의 특징을 가진 탓에 참가자들은 연신 땀을 닦으며 원하는 모양이 나오기까지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지 사장은 눈을 안대로 가린 상태로 시연을 하기도 하는데 그의 도자는 항상 일정하게 고운 선을 자랑한다. 흙 자체의 질감과 손아귀 힘이 어울리는 밸런스, 또한 물레를 움직이는 힘 이 세 힘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비로소 도자기가 태어나게 된다. 물레와 손의 움직임이 ‘절대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흙덩어리로 남게 될 뿐이라고 지 사장은 덧붙였다.

지창오 사장은 얼마 전 방문한 주한외국인학교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가 준비한 여러 가지 이벤트 탓도 있지만 한국적인 것, 도자에 관한 외국인의 관심도는 아주 높기 때문이다. “도자 시연을 할 때 저는 퍽 우쭐해집니다. 그 이유는 제 자신이 훌륭해서라기 보다는 제작 과정에 정성이 들어간 우리 도자기의 고운 자태 때문이겠지요”라며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자랑스러워 했다.

한편 두성도예교실이 위치한 경기도 이천은 40여개의 전통장작가마(도요)와 300여개 도예업체가 밀집해 전통도예촌을 이루고 있는 한국 도예산업의 메카. 이천시는 인근 여주, 광주시와 함께 오는 8월10일부터 80일간 세계도자기엑스포2001경기도를 개최한다. 자체 축제 등을 통해 쌓은 경험과 도자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경기도 이천, 여주, 광주시는 이번 세계도자기엑스포를 계기로 다시 한번 세계적인 도예명산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두성도예교실 031-63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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