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꿈을 실현하기에는 역시 섬이 제격. 남국의 이색적인 정취를 맘껏 만끽할 수 있는 태국에 둘만의 은둔을 완성시키는 작은 섬 코사무이가 있다. 방콕에서 1시간 20분 가량의 비행이면 은밀한 은둔과 은둔 속의 파격적인 자유가 보장돼 있다.

차웽비치(Chaweng Beach)에 자리잡은 센트럴 사무이 비치 리조트(Central Samui Beach Resort). 창문 너머 키 큰 야자수는 남국의 강렬한 빛줄기가 지겹기라도 한 듯 길쭉한 이파리를 축 늘어뜨리고 서 있다. 야자수 그늘 속 비치의자엔 반라의 휴양객이 채 읽다 만 책 속에 얼굴을 파묻고 느긋한 낮잠을 즐기고 있다.

해변의 순백색 모래와 옥빛 바다는 햇빛을 퉁겨내며 곱디고운 반짝거림으로 “이곳이 바로 코사무이의 대표적인 해변 차웽비치”라고 속삭인다. 창문을 살짝 여니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가슴속으로 후련한 해방감이 밀려온다. 이게 바로 자유다.

섬을 뜻하는 ‘코(Koh)’와 깨끗함을 뜻하는 ‘사무이(Samui)’가 합쳐진 코사무이는 말 뜻 그대로 더럽혀지지 않은 원시 자연의 깨끗함을 안고 있는 섬이다. 적당히 부산하고 또한 적당히 한산한 게 매력이다. 한국의 강화도 크기 만한 작은 섬이지만 살아 숨쉬는 대자연의 넉넉함과 풍성함 때문인지 한없이 드넓어 보이는 섬이기도 하다.

유명 관광휴양지로 일찍부터 개발되고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푸켓(Phuket)을 성숙 상태로 본다면 코사무이는 이제 막 허니문 목적지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신흥 관광휴양지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희소성과 미완의 미를 간직하고 있어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와 모든 것으로의 자유가 가득 찬 곳이다.

이런 매력 덕택인지 코사무이는 특히 유럽인들에겐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코사무이를 찾는 관광객 중 약 90%가 유럽인들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최근 개봉한 영화 ‘미트 페어런츠(Meet Parents)’에서 주인공 남자의 장인 역으로 나온 로버트 드니로가 딸과 예비사위의 신혼여행지로 추천한 곳이 바로 코사무이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로버트 드니로의 ‘싸무이’ 발음 속에서 어린아이와도 같은 호기심과 설렘을 읽을 수 있었던 것처럼 코사무이는 발 딛기 전에는 무한대의 신비감을 안겨주고 떠날 올 때는 그 보다 더한 아쉬움으로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 모든 것으로부터의, 모든 것에의 자유

그저 코사무이에 발 딛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회색빛 콘크리트가 아닌 열대의 싱그러운 푸르름이 있어 좋다. 야자수 잎으로 만든 앙증맞은(?) 사무이 공항부터가 자유롭다. 한가로이 백사장을 걸어도 좋고 비치 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낮잠을 자도 좋다. 산들거리는 시원한 바람과 끊임없이 재잘대는 열대 조류 이외에는 어느 누구 하나 방해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면 이젠 모든 것을 향해 자유로워질 차례. 사무이 섬에서는 숙박시설과 먹거리, 유흥 시설 등 모든 면이 다채롭고 자유롭다. 차웽비치 주변에는 각종 상점과 바, 나이트 클럽, 음식점 등이 다운타운을 형성하고 있어 발품 얼마 팔지 않아도 낮이건 밤이건 할 일이 태산이다.

다운타운 해변에 들어선 센츄럴 사무이 리조트나 차웽리조트, 별장형 오두막 룸(Cottage Suites)이 인상적인 통사이 베이 리조트 등 최고급 리조트에서 저렴한 방갈로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의 멋을 지닌 숙박시설은 관광객에게 안락한 잠자리와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코끼리 트래킹은 물론 해안 곳곳이나 80여개의 크고 작은 무인도에서 즐기는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제트스키 등도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작은 섬이지만 ‘미니 관광’에 나설 곳도 무수하다. 사무이 위쪽 ‘판 섬’에 있는 빅부다(Big Buddha)상은 사무이 섬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 높이 17m의 거대한 금빛 불상이다. 그 자체도 볼거리지만 주변 전망과 해넘이 광경이 일품이다. 빅부다 상에서 해안선으로 방향을 잡으면 꼬불꼬불 이어진 해안 절경과 드넓은 바다 풍경에 가슴이 확 트인다.

라마이 해안에 다다르면 영락없이 남근과 여근을 빼어 닮은 힌타&힌야이라는 기암을 볼 수 있다. 어쩌다가 이런 모습이 됐을까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근석과 여근석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좀 덥다 싶으면 나무앙(Namuang)폭포에 들러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함께 천연 수영을 즐기거나 뱀 농장에서 간담 서늘해지는 뱀쇼를 구경하면 그만이다. 1973년 열반한 쿤아람 스님의 등신불을 모셔놓은 쿤아람 사원에 들러 30년이 다 되도록 열반했을 당시의 모습 그대로 앉아 있는 경건한 스님의 모습도 땀을 식히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싶다.

태국 코사무이 글·사진=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클럽사무이 02-777-5352

◆ 코사무이에서 다시 찾은 신혼!
결혼 8년만의 신혼여행­정대진, 이인녀 부부

“금싸라기 같은 네 청춘을 내게 준 것만으로도 난 눈물이 난다.” 늦은 밤 흥겹고 경쾌한 분위기로 넘실대는 노천 바에서 남편 정대진(36)씨는 아내 이인녀(28)씨에게 달콤하게 속삭였다. 순간 5인조 밴드의 레게음악은 사랑의 세레나데로 바뀌었고, 바의 떠들썩한 웃음소리는 잔잔한 남국의 파도소리로 변했다. 하얀 수은 가로등은 둥근 보름달이 되었다.

아내는 예의 그 포근한 미소로 대수롭지 않은 듯 반응하지만 가슴 뭉클한 감동과 고마움이 미소 속에 가득 고였다. 사무이 섬 다운타운 노천바에서 우연히 만난 정대진, 이인녀 부부. 결혼한 지 8년이 돼서야 사무이 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나왔으니 ‘늦깎이 허니무너’인 셈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결혼식도 두 번씩이나 연기됐었고 신혼여행은 결혼 8년만에 떠나왔다고 하니 둘이 하나 되어 그동안 헤쳐 나온 인생의 신산과 역경이 얼마나 고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항상 서로를 안쓰러워했기 때문인지 결혼 8년만에 맛보는 신혼여행은 더욱 꿀맛인지도 모른다.

“태국의 다른 곳에 비해 비싸건 사실이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매우 독특할 뿐만 아니라 편안히 쉬면서도 맘껏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무이를 택했습니다” 그 기대를 충족시켰던지 이 부부는 사무이에서의 현지일정을 연장, 자유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아내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난생 처음 별 것 다 해봤다.

코끼리 트레킹, 제트스키, 스킨스쿠버, 스노클링, 태국 전통 마사지 등등…. 너무 행복해서 집에 두고 온 아들과 딸에게 미안할 따름이란다. “이곳에서 신혼을 다시 찾았다”며 “가족여행으로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는 아내의 맑은 눈망울 속에 행복이 물들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