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의 평균수명이 50정도라는데 지은지 15년밖에 안된 김포공항의 제2청사는 건물 곳곳에 심한 균열이 발견되고 지반이 가라앉아 붕괴될 우려마저 있다는 보도는 우리 모두를 크게 당혹케 한다. 작년에는 2천6배여만명의 국내외 여객을 처리해 세계 50대 대형 공항중 20위이내를 마크한 굴지의 공항으로 성장한 몸이 이렇게 상처투성이라니 그렇지 않아도 초겨울부터 짙은 안개가 잦아 공항구실을 못하기 일쑤고 항공기를 주기시킬 면적이 좁아 홈베이스의 항공기가 남의 집에 가서 외박을 해야하고 청사와 공성마저 좁아 항공기를 더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른지 오래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수용하기는커녕 지금의 몫도 지키기 어려워지는거나 아닌지.

영종도의 신공항은 서기 2천년 이전에 개항이 어렵다니 싫든 좋든 앞으로 5년넘게 지금의 김포공항 시설로 견뎌내야 하는데 그 5년이 참으로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일본의 간사이공항은 94년에 개항해 연간 여객처리 능력이 3천만명인데 벌써부터 2차확장공사를 준비하고 홍콩의 첵랩콕 신공항이 98년에 개항을 서두르고 마카오공항이 지난 11월에 개항했다.

중국의 상해도 아시아지역의 국제금용센터로 지위와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대형 공항을 포동지역에 건설할 예정이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태국이 제2의 방콕국제공항을 2천년에 개항할 예정이고 싱가포르도 창이공항에 제3청사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나라마다 규모있는 국제공항은 그 나라의 대외경제, 문화, 정치 각분야에서 국가정책을 지원하는 중요한 하부구조(Infrastructure)가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세계화를 추진하는데 김포공항은 실질적으로 현관 구실을 한다. 그런데 이 현관이 비좁고 누추고 주차할 곳도 없고 그나마 무너질 우려마져 있다니 자칫하면 또 한바탕 세계적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한숨이 앞선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김포공항은 해방전에 일본이 닦아놓은 군용 비행장이었다.

해방과 함께 미군이 진주해 주한미공군 모기지로 사용하던중 57년 초여름 어느날 노스웨스트항공편이 궂은 날씨 탓으로 당시 여의도에 있던 국제공항을 찾지 못해 미공군의 관제로 김포비행장에 내려 버렸다. 이때에 비행장에 영접을 나갔던 이승만 대통령이 당시의 교통부장관(김일환씨)에게 손수 먹을 갈아 붓글씨로 한지에 김포공항 개항을 지시한 것이 김포공항 탄생연유이다.

그후 제2한강교(지금의 양화대교)가 준공될 때까지 시내에서 김포공항을 가려면 한강인도교를 지나 영등포에서 한강뚝길을 따라가다가 지금의 인공폭포앞 안양천 위에 걸쳐진 나무다리를 넘어 허허벌판 김포평야를 가로질러 공항에 들어서면 미군이 쓰던 퀀센트에서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프로펠라 비행기의 계단을 밟고 오르내리는 승객을 철책선 뒤에서 환송하고 환영하다가 65년에 AID차관으로 반쯤 와공된 신청사(지금의 국내선 청사의 중간부분)로 옮기면서 한많은 판자집 신세를 면했다.

73년에 1차 확장공사 그리고 79년에 2차 확장공사로 지금의 제1청사를 완공하고 미공군이 사용하던 지역에 화물터미널을 건설하며 항공기 이동지역을 넓혀 명실공히 시설면에서 국제 공항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특히 제1청사는 그후 88서울 오림픽을 대비한 제2청사가 준공될 때까지 유일한 국제청사로 멋을 부린다고 지붕을 청기와로 덮고 추녀끝은 한국의 전통미를 살렸다.

당시에도 청기와는 건물전체에 상당한 하중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있었고 또 공항은 기능을 중시해야지 미관을 중시할 필요가 없지않으냐는 항공사 대표자들 (AOC)의 거의가 있었지만 사치스런 걱정으로 돌렸다. 이제 김포국제공항은 늘고 병든 몸을 끌고 2천년까지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몸이 저토록 부실해졌다 하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혜를 짜내 앞으로 5년 남짓한 기간을 무사히 넘기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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