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미래 혹은 과거로의 타임 머신 여행은 물리적, 공간적 개념으로 볼 때 불가능함을 인식하면서도 그런 내용을 다룬 헐리우드의 영화는 누구나 다 한 두 편씩은 즐겨 보았을 것이다. 영화 같은 얘기지만 나는 군복무 중에 과거로의 여행, 그것도 우리 민중의 고통이 매우 심했던 조선 시대의 전란 속으로 되돌아 가는 시간 여행을 가끔 상상으로나마 즐긴 적이 있다.

아마 단순한 생활과 반복적인 일과 때문에 그런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여행 스토리는 대강 이렇다. K-2소총과 45구경 권총, 수류탄 등의 개인 화기로 무장하고 그밖에 이동 가능한 중화기를 보유한 채 1개 연대, 아니 대대 병력만이라도 임진왜란이 일어난 조선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 가는 상상이다.

활과 칼 그리고 조총과 같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무기로 무장한 왜군을 상대로 하여, 디지털무기로 무장한 우리 부대가 조준사거리 400미터 이상의 정확한 소총과 그 밖의 다른 화력으로 부산진을 침범하고 북진하는 그들을 궤멸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상을 빨리 멈추게 하는 것은 바로 탄약의 보급 때문이다. 조선 시대의 음식과 토양에 적응하고 관군과 해당 지역 의병과의 공조도 순탄하게 이루어졌지만 탄약 없는 개인화기나 중화기는 고철 덩어리이며 탄약 수급을 위해서 빈번하게 다시 현세로 돌아와서 가져와야 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중에 현대 무기에 쓸 탄약 제조를 위해 군수 공장을 짓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이것저것 그 시대에 갖다 놓을 것을 생각하면 그때부터는 상상이 주는 즐거움 보다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이처럼 현재의 나를 과거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려 보는 것은 상상의 범위에서는 얼마든지 무한대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가설과 상대성 이론의 테두리를 벗어나 실제로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웃음거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공의 개념으로 볼 때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인류는 미래를 조화롭게 받아들이며 나아갈 수 있다. 긍정적인 시점에서 인류사의 과학적 진보를 받아들인다고 하면 미래는 상상의 산물에 의해서 더욱더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요즘 더욱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산물중의 하나인 인터넷과 정보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이 미래와 조화할 수 있는 첩경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자수가 지난 1월까지 우리나라에서만 벌써 1천9백만명을 육박해 전년도의 820만명에 비해 엄청난 증가를 보였다. 정보 통신 인프라의 꾸준한 개발과 사그러지지 않은 PC보급률의 힘이다. 인터넷 사용자 50퍼센트 정도가 일주일에 5-15시간 동안, 그리고 22퍼센트의 네티즌들은 매주 15시간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경향을 타고 너무도 급속히 시작했다가 한파를 맞이한 부지기수의 소위 닷컴 회사들과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온라인 여행업계의 한계를 보아 왔지만 앞으로의 정보 사회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이와 같은 시도가 계속 이루어질 것이며 변화 하려고 몸부림 치는 이러한 업체들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 나갈 것이란 확신이 든다.

인류의 노력은 꿈꿔온 것들을 상당 부분 현실화 시켰다. 정보의 개발과 보급이 인터넷을 통해 지금처럼 상용화 되는 시대를 예측한 사람들은 꾸준히 꿈꿔온 것들을 현실화 시키고 있다. 오늘 저녁 소주 한잔 걸치며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대화 속에 경기도 시원치 않은데다 윤달 때문에 맥이 빠질 올 봄의 허니문 시장 얘기로 위축 되기 보다는 우리에게 성큼 성큼 다가 오고 있는 미래를 안주 삼아 조금 더 진지해 봄이 어떨까?

호주정부 관광청 한국지사 차장 schang@atc.or.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