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우물 파기는 이제 옛말’

여행업계에 영역파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항공사들이 온라인 여행업 및 인바운드업에 뛰어드는가 하면 온라인 여행사는 오프라인 세일 강화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여행사와의 통합을 통해 아예 한집살림을 하기에 이르렀다. 또 기존에 관광청 GSA나 온라인 여행사를 하던 업체가 항공사 GSA를 따낸 경우도 등장했다.

이에 비하면 랜드사들이 여행업으로 등록하고 한발짝씩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바야흐로 여행업체들 사이에 ‘영역 퓨전바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영원한 앙숙일 것만 같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월17일 포털사이트인 ‘에어라인 포탈’ 설립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하고 온라인 여행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이들의 공조는 국내 항공사간 처음 이뤄진 자본제휴라는 측면은 물론이고 항공권 판매, 크루즈 등 각종 여행상품 판매, 국내외 호텔 및 렌터카 예약 등을 담당할 포털사이트를 통해 여행업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이트 오픈이 하반기로 예정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에어라인 포탈’의 파괴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항공사의 영역 확장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신규사업 진출 위해 라이벌끼리 손잡아

온라인 여행사인 골드투어와 홀세일 업체인 OK투어는 지난 2일 ‘완전합방’을 선언했다.<2월8일자 1면 보도> 그동안 온라인 여행사들이 수익 확충을 위해 오프라인 영업전략을 강화한 것은 자주 있어왔지만 온·오프간 전격적인 통합을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 양측은 영역이 다른 두 업체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통합이 제2, 제3의 온·오프 여행사간 합병 및 여행사들의 대형화 또는 사업확장 바람에 촉매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골드투어는 OK투어와의 통합 이전에 썬라이즈항공&티와 이란의 마한항공 한국총대리점에 50:50의 비율로 참여하는 파트너 관계를 맺은 바가 있으며 최근 또 다른 항공사와 GSA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년 3월에는 동부관광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현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ANA전일본항공의 한국총판인 (주)두우는 지난해 말 인바운드 여행업에 뛰어들었다. 독립법인인 (주)두우투어스를 설립, 일반여행업으로 등록하고 12월14일 개업식을 가진 것. 이밖에도 라스베이거스관광청과 뉴질랜드관광청의 마케팅·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ITN이 에어타히티누이란 항공사의 한국총대리점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한 업체가 성격이 다른 영역의 업무를 함께 관장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여행업 등록을 한 랜드사들의 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닌 경우. 그동안 일부 랜드들이 알게 모르게 여행사 업무까지 겸업해 오고 있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열린 제15회 한국결혼상품전(웨덱스)에서는 호주클럽과 투어21 등 랜드에서 출발해 전문여행사로 변신했거나 여행업으로 등록된 랜드사들이 그동안 여행사를 도와 상담만 해주던 소극적 형태를 벗어나 독립적으로 부스를 차리고 직접 모객행위를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랜드 여행업 등록 공공연한 비밀

이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한 사업체가 본래의 주력 업종 이외에 다른 영역에까지 진출하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라면 동종업체끼리 혹은 서로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타업체와의 합병이 또 따른 경향이다. 각각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업을 근간으로 하는 골드투어와 OK투어의 합병이 후자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어느 쪽을 막론하고 수익성 제고가 최종목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OK투어의 이성근 차장은 “그동안 OK투어가 활발한 영업에도 불구하고 초기 자본금이 적어 사세 확장이 더딘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통합으로 더욱 공세적인 영업이 가능해져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른바 사업장 다각화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A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국적기란 거대 공룡이 온라인 여행업까지 하겠다는 것은 기존 대기업의 마구잡이식 사업확장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면서 “결과적으로 역량 분산과 기존 업체들의 반발로 수익성 제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B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또 “합병이나 흡수를 통해 덩치만 키운다고 무조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항공사들의 여행업 진출은 특혜 시비를 불러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할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C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여건이 허락되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업계의 생리상 한 가지 업종에서 나올 수 있는 수익의 규모란 게 뻔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문어발이냐 영역 개척이냐

각 업체들의 영역 넘나들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온라인 업체들의 경우, 일부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는 등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아직도 온라인만으로는 수익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전략 수혈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또 다른 형태의 합병 및 전략적 제휴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들의 이웃 영역 넘보기 또한 올 한해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듯. 국적기의 온라인 여행업 진출에 이어 모 항공사의 여행사 설립 소문이 이미 업계에 파다한 상태다. 이 항공사의 경우 최근 들어 여행사업부를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분리시킨다는 방침 아래 몇몇 여행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올 여름쯤이면 구체적인 모습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러한 다각화 전략이 어떤 결과를 거둘지 예단하기 이른 상태다. 에어라인 포탈이 본격적인 형태를 드러내고 모 항공사의 여행사 설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여름이 지나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일부 업체들의 인바운드업 및 항공사 GSA업 실적도 상반기가 지나야 점수를 매길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진출과 흡수·합병이 항공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여행업 통합문제, 랜드의 제도권 편입문제, 아직 불안정한 온라인 여행사들의 행보 등과 맞물리면서 점점 더 가속화할 것이란 점이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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