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이름부터 낭만적이다. 어릴 적 보았던 만화영화 속 별나라 공주의 이름같기도 하고 뜻도 모르는 채 흥얼거린 팝송 제목 같기도 하다. 밤 하늘을 흐르는 은하수의 전설처럼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오로라를 만나러 간다.

◆ 옐로우나이프 그리고 오로라

막연하게나마 밤 하늘을 수놓는 모습이 장관이라는 얘기에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사람도 나올 법 한데 생각뿐이다. 막상 마음을 먹어도 사람 없는 동토의 땅에서나 볼 수 있겠거니 쉽게 엄두가 나질 않기 때문. 막상 눈으로 보기 전에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해 찾아 간 곳은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인 옐로우나이프(Yellowknife). 영하 25도의 긴긴 밤을 홀딱 세워도 아깝지 않은 오로라의 황홀경이 해지고 달뜨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이다. 옐로우나이프에서는 하늘 맑은 겨울이면 언제나 오로라를 목격할 수 있다. 구름 없는 하늘에 많은 별을 볼 수 있듯 이곳 하늘에서는 밤마다 빛의 축제가 열린다.

오로라는 정해진 모습도 색깔도 없다.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보고 못 보고는 온전히 하늘의 뜻이다. 하지만 옐로우나이프 주민들은 이곳에서 3일 밤을 관찰할 경우 95% 가량은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틀만 머물러도 70% 이상이라고 하니 성공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처럼 높은 성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는 옐로우나이프가 오로라를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오로라대(Aurora Oval)의 바로 밑 지점인 북위 62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 시베리아 북부연안과 알래스카 중부 레브라도반도 등에서도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다.

덕분에 인구 1만8,000명의 옐로우나이프는 어느 새 해마다 8,000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돼버렸다. 이곳 사람들에게 오로라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따스한 빛을 내리는 찬란한 보물인 셈이다.

◆ 기다림 뒤에 내리는 빛의 환타지

본격적인 오로라 여행은 저녁식사를 마친 9시 이후 도심의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인근 숲 속으로 이동하면서 시작된다. 옐로우나이프에서 1981년부터 오로라 투어를 진행해 온 레이븐투어의 경우 엘로우나이프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프렐류드 호수 근처에 전망대와 몸을 녹일 수 있는 오두막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오두막에서 간단한 짐을 풀고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나면 이제 오로라를 맞으러 나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서는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언제 오로라가 나올지 모르고 나온다 해도 대부분 사방이 잠들고 난 늦은 시간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진득하게 기다려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봐도 기다리는 님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해도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하늘의 일 인지라 다음 날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전망대에 서 있다 한기가 느껴지면 오두막으로 내려가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이곳 특산물 카리브로 만든 스튜나 코코아 등으로 몸을 덥힐 수 있다.

◆ 밤하늘 가득 펼쳐지는 빛의 향연

오로라의 시작은 소박하다. 하늘 저편이 뿌옇게 밝아지는 듯 나지막하게 등장한 오로라는 조금씩 그 빛을 더하더니 주위 하늘을 완전히 압도하는 유려한 몸짓으로 온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이 얼음이 되어 달 빛에 반사되듯 부드러우면서도 장대하게 독무를 펼친다. 태양에너지와 지구자기장의 충돌이라는 거창한 생성 이유는 필요가 없다.

둥근 보름달과 도시에서는 흔적도 찾기 힘든 북두칠성 전설에만 익숙한 우리 네 눈에 오로라는 하늘이 땅에 내리는 성스러운 은혜의 순간. 신혼부부가 오로라를 보며 첫날 밤을 맞으면 천재아이를 갖는다는 전설도 납득이 간다. 빛나는 구름 덩어리 같은 오로라는 하늘 거리다가 느닷없이 활짝 나래를 펴기도 하고 하늘 양 끝에서 시작된 빛의 무리가 춤을 추듯 다가와 한 데 어울리는 앙상블을 연출하기도 한다.

소리 없이 가슴을 울리는 밤의 교향곡에 사람들의 탄성도 덩달아 높아만 간다. 새벽 1시부터 2시간 여에 걸친 오로라 공연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앵콜 공연을 바라는 관중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막연한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의 감동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 오로라 투어 상품

현재 국내에서 판매중인 오로라 관광 상품은 에어캐나다(02-779-8792)와 캐나다관광청(02-3455-6065), 11개 여행사가 연합해 판매 중인 ‘로얄홀리데이스캐나다(RHC)’가 유일하다. RHC의 오로라 상품은 벤쿠버 관광을 포함해 6박7일 동안 숙박과 식사 모두 최고급으로 진행되며 모든 옵션과 가이드 팁 등도 전부 포함돼 있다. 3월말까지 관람할 수 있는 오로라 투어는 매주 토요일, 2인 이상 출발 가능하며 판매가는 249만원.
캐나다 오로라 상품 판매 여행사(지역번호 02)
여행디자인 552-3482, 넥스투어 5544-777, 대한여행사 585-1191, 세방여행 330-4152, 심바이투어 3443-8059, 웹투어 558-6052, 클럽오뜨 3445-1133, 투어터치 7750-100, 국민카드 3782-3812, 탑항공 737-6567, 허브투어 757-0606, 옐로우나이프 현지 행사 레이븐투어(867-873-8131, www.raventours.yk.com)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 영하 40도, 겨울여행의 조건은?

겨울 철 한 낮의 기온이 영하 15도만 돼도 ‘오늘은 날씨가 매우 따듯하다’고 할 정도로 추운 곳이다. 추울 때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캐나다 현지인들도 농담삼아 이곳 사람들은 이글루(에스키모들이 사는 눈으로 만든 집)에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 워낙 춥다보니 한 번 내린 눈은 겨울 내내 녹지 않고 쌓여 있다.

평균 기온이 영하 25를 오르내리는 극한의 옐로우나이프에 단체 관광이 가능한 이유는 우선 이곳 공기가 습하지 않고 건조하기 때문.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영하의 바람을 맞아도 한국에서처럼 살을 에이는 듯한 고통보다는 상쾌함(?)에 가깝다. 체감 온도도 그리 낮지 않다.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눈이 내려도 우리처럼 눈이 뭉치는 함박눈이 아니라 눈 결정 하나 하나가 나풀거리며 떨어진다.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는 방한복도 이곳의 추위를 막기에 손색이 없다. 조금 몸이 둔해지는 단점은 있지만 마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솜옷을 입고 모자와 장갑, 이중으로 된 방한화를 신으면 영하 25도의 추위에서도 3-4시간은 거뜬히 견딜 수 있다.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관광객은 굳이 옷이나 신발처럼 덩치가 큰 준비물보다는 작지만 잊기 쉬운 물건 등을 챙겨야 한다.

첫 번째가 건조하고 추운 날씨에 트기 쉬운 입술을 보호할 수 있는 립그로스. 작지만 현지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필수품이다. 스키 고글처럼 눈 주위를 덮어 주는 장비도 유용하다. 평상시에는 큰 소용이 없지만 개썰매나 스노우 모빌을 탈 때는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밖에 밤 늦도록 오로라를 기다리면서 몸도 데우고 허기도 달랠 수 있는 컵라면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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