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스라엘 성지순례 ‘부러진 날개’
[커버스토리] 이스라엘 성지순례 ‘부러진 날개’
  • 천소현
  • 승인 2001.0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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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간의 분쟁이 재개되자 현재 이스라엘 관광산업은 바닥으로 침몰했다. 최고의 성수기인 겨울 시즌을 맞았지만, 예루살렘과 갈릴리 등 주요 관광지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했으며, 영업을 중지한 호텔들도 적지 않다.

분쟁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평화로운 분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면 실제로 유혈사태를 맞은 것은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관광산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이스라엘 현지에서 개최된 ‘예루살렘 & 고 갈릴리’ 행사에서 만난 이스라엘 현지의 관계자들과 국내 성지순례 여행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현재 이스라엘 관광산업의 위기와 실태를 알아보자.

◆ 9월부터 이-팔 간 분쟁 재개 밀레니엄 특수 불구 5% 성장 그쳐
지난해 이스라엘 관광시장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예상됐던 밀레니엄 효과에다가 교황의 이스라엘 방문에 자극을 받은 카톨릭 순례객들의 폭발적인 증가로 연일 기록을 갱신하는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졌고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호텔 등의 관광 인프라 확충에 투자됐다.

예루살렘호텔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9월말까지 예루살렘 호텔의 숙박객수는 전년대비 37%의 증가를 보였으며 이스라엘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1∼9월의 해외 관광객수가 전년도에 비해 25%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이 재개된 9월말을 기점으로 이 수치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관광부의 통계에 의하면 10월부터 12월까지 전년대비 -54%라는 처참한 기록이 탄생했다. 이로써 지난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순조로운 출발과 연일 이어지던 기록경신에도 불구하고 총267만2,000명을 기록해 99년(241만6,900명)에 비해 약 5% 수준의 성장에 그치고 말았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해외여행 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여행 자제를 요구했으며, 가장 큰 시장인 유럽 관광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이스라엘관광부는 이러한 현상이 예외적인 안보위기에 의한 특수상황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스라엘 관광산업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루살렘호텔연합의 회장은 현재 예루살렘에 있는 75개의 호텔 중에서 4∼5개만이 영업을 중지했으며 지난 1월에는 다시 약간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영업을 중지했거나 개점 휴업 상태인 호텔들의 숫자는 증가한다. 특히 갈릴리 지역은 지역 인구의 70%가 호텔 등의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타격이 더욱 크다.

이스라엘 교통관광부 암논 립킨 샤악 장관은 이러한 사태악화가 CNN이나 BBC 등 국제 뉴스 네트워크들의 선정적인 언론 플레이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뉴스의 헤드라인을 유혈사태와 관련된 잔인한 장면으로만 채우는 것은 국지적인 분쟁을 마치 이스라엘 전체의 사태인 것처럼 확대·왜곡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 성지순례 시장 회복 꿈은 멀어지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잠재력이 큰 국내의 성지순례 시장도 현재로는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천지항공, 고려여행사, 서울 항공 여행사, 델타여행사 등 국내 성지순례전문여행사의 관계자들은 얼어붙은 고객들의 마음을 돌릴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단체 성지순례의 특성상, 안전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고객들은 여행 일정을 취소하거나 4월 이후로 연기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터키, 그리스, 소아시아 지역으로 목적지를 변경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터키 상품에 대한 문의와 구매가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카이로에 취항하면서 이집트-이스라엘 성지순례 패턴을 주도해온 대한항공의 경우도 성지순례객이 50% 이상 감소한 대신 이집트 문화관광이나, 이스라엘을 제외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고객이 증가해 기존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형편이다.

성지순례의 비중이 컸던 천지항공의 경우 지난해 이스라엘 지역 성지순례가 전년도에 비해 60% 이상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었던 고려 여행사의 경우 “감소 폭이 적지만 문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설득해볼 기회조차 없다”고 말한다.

하나투어 등의 홀세일러는 물론 대부분 여행사가 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연합 상품을 진행하는 등의 대처를 하고 있을 뿐이다. 큰 수요를 예상했지만 Y2K에 대한 우려로 지난 겨울 시즌도 주춤했던 터라, 올해 비로소 IMF이전의 수준까지 시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업계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 항상 깨어 준비하라!
그러나 불리한 상황전개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는 올해 400만 관광객 유치라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기약은 없지만 국지적인 대립상태가 안정되고 나면 봇물 터지듯 관광객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그 동안 진행해 왔던 인프라 구축이나 고고학 유적 개발, 관광지 개발 계획 등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갈릴리의 티베리아스호텔협회는 현재 갈릴리 지방의 34개 호텔, 5,000여개의 객실을 5년 이내에 두 배 이상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미디어를 초청 팸투어나 직접적인 해외 마케팅 채널을 확보해, 이스라엘의 안전성을 홍보해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속적으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관광관련 대형 행사들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으며, 강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전세계 유대인 공동체를 통해 미국 등의 주요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관광국 한국 사무소의 박호균 이사도 “지금 상황에서 무조건 이스라엘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식이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농업연수나, 환경연수 등의 실제 인센티브 그룹들을 유치해 현지의 상황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현지의 랜드사나 국내의 여행사들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이상, 사태진정을 기다리며 단체들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이번 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강경파 아리엘 샤론이 차기 총리로 당선되면서 현지의 상황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여유로운 대응과 마찬가지로 현지 한국 랜드사와 한국의 성지순례 여행사들도 지금은 때를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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