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과 직판 사이에서 대형 홀세일 여행사들의 앞으로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현존하는 여행사들은 지난해 말까지 총 6,800여개에 이르고 있으나 최근 여행시장에 중간규모의 여행사들이 사라지면서 대형여행사와 소형여행사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여행사의 경우 영업사원들의 맨파워를 기반으로 대리점영업을 하는 간판여행사와 브랜드 파워를 내세우는 롯데와 코오롱, 한진 등의 여행사를 들 수 있다.

즉 간판과 직판 여행사가 서로 상존하며 자기 영역 안에서 사업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판여행사들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접촉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모두투어가 특수사업부를 통해 확대해 왔던 직판을 중지하고 다시 간판을 강화한다고 선언한 만큼 당분간 전 간판여행사의 직판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

모두투어의 특수사업부가 모티라는 캐릭터를 사용하면서 시작한 광고가 변질되면서 여행사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해석된다. 그동안 모두투어는 지난해와 올해 웨덱스에 참가하고 일간지에 광고를 내는 등 직판을 강화해 왔으나 여행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 간판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에 직판을 잠시 중단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모두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월별 매출액 대비 20%가 직판으로 판매된 적이 있다”고 밝혀 직판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가 힘들 것이다. 간판여행사들이 직판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 중 크게 내부적인 요인과 외부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간판여행사의 선두 주자인 하나투어의 경우 500여명을 거느린 대형여행사로 탈바꿈하면서 일반 대기업에 맞먹는 매출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덩치가 커진 만큼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명제 앞에 사업의 다각화는 필수적이라는 것. 하나투어의 A팀장은 사견임을 내세우며 “간판여행사의 시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직판으로 가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하나투어 역시 시장의 확대를 위해 직판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화의 조짐이 외부로 들어난 것은 직영랜드 설립과 확대를 들 수 있다. 이미 세계 각지에 직영랜드를 설립해 안정적인 행사의 질을 보장함과 동시에 랜드세일이라는 수익모델을 통해 매출을 늘려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이 이뤄진 만큼 과거의 구태의연한 회계나 주먹구구식의 사업이 통하지 않는 시점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다양한 사업안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투어 역시 중국인바운드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러한 경향을 따르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반 고객에 대한 인지도 확산이 큰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세대들을 중심으로 정보가 공개되고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허니문여행객이 증가되면서 대리점을 통해 모객되어 간판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다녀온 여행객들의 구전을 통해 브랜드가 전파되고 있다. 또 단체보다는 개별여행 성향이 강한 1970년대 이후 세대들은 허니문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일정과 호텔, 쇼핑과 옵션, 가이드 팁 문제 등 구체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일부 대리점을 뒷전에 두고 브랜드 이미지가 널리 알려진 간판여행사로 직접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대리점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나 일부 간판여행사는 전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강한 직판여행사의 물량이기 때문에 대리점과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내심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대리점에 있다. 극소수의 대리점은 간판여행사들이 주기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상품 브로셔를 토대로 노투어피를 마다하지 않는 몇몇 랜드와 접촉해 상품을 제작하고 간판여행사들이 내놓은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서 시장질서가 붕괴되고 있다.

인센티브 단체의 경우에도 도매여행사의 상품브로셔에 제시된 가격을 가이드라인으로 크게는 10만원 작게는 5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행사를 진행해 간판여행사는 자금과 시간을 들여 애써 기획된 상품 정보를 알려주는 위치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예상보다 크게 여행사로 번져 가면서 예약이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되자 간판여행사들의 직접판매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한 단계의 유통과정이 개입으로 9%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만큼 가격이 중시되는 현 여행시장 풍토상 경쟁력에서 차츰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와함께 브랜드 파워를 내세운 직판여행사들이 대리점 모집으로 간판여행사의 시장을 잠식하면서 당하고만 있을 수 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이유도 간판여행사들의 직판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골드투어와 OK투어의 합병으로 직판과 간판의 망을 동시에 갖게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고 머지 않아 코스닥에 등록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다른 간판여행사들 역시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밑그림이 간판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관부에서 한국관광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해 내놓은 여행업제도를 도매업과 소매업으로 이분화 안이 제시되고 난관에 이를 수도 있다.

여행업 개편 움직임은 현행 여행업 체제로는 영세여행업체의 급증과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이 극심해져 여행업의 건전한 육성발전이 힘들어 국제경쟁력을 갖춘 건실한 대형 도매업체와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리점으로 재편한다는 안이지만 아직까지는 실현시기는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대형 도매업체로 매진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시장확보를 위해 직판에 나섰느냐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 현 간판여행사들이 처한 상황이다. 모두투어가 칼을 자루 속에 다시 집어넣었지만 직판에 대한 포기가 아닌 잠시 보류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때 곧 시장변화에 따라 간판여행사들은 머지 않아 선택의 순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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