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관광의 모델, 체크바캉스

‘50만원만 납부하고 100만원의 여행 서비스를 즐긴다?’ 실제 지불한 액수의 두 배에 달하는 만큼 여행관련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 한국의 실정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꿈만 같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이미 지난 82년부터 이런 꿈만 같은 일이 진행돼 왔다.

프랑스는 지난 82년부터 복지관광정책의 일환으로 ‘체크바캉스’라는 여행 바우처(voucher)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 체크바캉스는 복지관광정책의 일환으로 자국민이 저렴하게 혹은 무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근로자들이 주요 이용층인데 체크바캉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근로자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액수의 절반만 분할 납부하면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기업이나 정부가 보조한다.

체크바캉스는 호텔, 생태관광, 캠핑, 인센티브관광, 여행업, 문화센터, 여객운송회사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 프랑스의 주요 관광진흥책으로 역할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여행소비를 약 4배 정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바우처를 통해 국민들의 복지 증진은 물론 관광산업의 발전까지 동시에 이루고 있는 것이다.

◆ 지름길, 국민관광상품권

한국에서 복지관광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당시 한국관광연구원은 ‘여행바우처 제도 도입방안’이라는 연구를 통해 여행바우처 제도 도입과 관련한 한국의 여건, 도입 및 활용 방안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관광을 통해 국민복지를 실현하고 호텔, 항공, 철도, 음식점, 유원시설 등 관광관련 시설들의 이용을 촉진함은 물론 비수기와 성수기의 구분을 없애 사계절 관광시대를 여는 데 있어 여행바우처의 역할은 매우 긍정적이고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 실정상 조기도입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정부나 기업, 공공부문이 재정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성공의 열쇠인데 한국은 아직 그런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그 근거다. 대신 중간단계로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국민여행상품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제안은 곧바로 정책에 반영돼 지난해 2월 문화관광부는 국민관광상품권 발행 방침을 밝혔고, 이미 이와 관련된 연구를 실시해온 한국관광협회중앙회를 발행사업자로 승인했다. 실제 사업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설립한 (주)코리아트래블즈가 위탁받아 추진하게 됐다.

◆ 왜 자꾸 늦어지는가?

그러나 코리아트래블즈는 당초 지난해 중순경 국민관광상품권이 발행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다시 추석 이후로 연기했고 이마저 지키지 못한 채 한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이어 지난달 또다시 오는 5월에 첫선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계속되는 발행시기 연기와 번복에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5월 발행 예정 발표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정도로 치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코리아트래블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품권 사업은 손익분기점을 아무리 짧게 잡아도 최소 3년 동안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컨소시엄 구성 업체 선정에서부터 세부 계약내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다보니 예상외로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며 “사업 지체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회의 취약한 재정구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관광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기 상품권 발행에는 인쇄비, 위·변조 방지책 마련, 판매수수료, 운영비 등을 합쳐 전체 발행 액수의 약 10%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첫해 총 500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발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지난해 8월 코리아트래블즈의 사업계획안을 기준으로 보면 당장 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자금력이 변변치 못하다 보니 계약조건이 까다로워졌고 이로 인해 은행이나 기존 상품권 사업자 등을 쉽게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 그새 시장은 변했다

설사 관광상품권이 발행된다 하더라도 연착륙은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관광상품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지난 99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품권 시장상황이 급변했기 때문. 99년 2월 상품권법이 완전 폐지된 이후 상품권 시장은 급팽창해 현재 전체 규모는 약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관광관련 상품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세방, 한진, 롯데, 코오롱 등 주요 여행사에서 자사발행형 여행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각 호텔과 리조트, 유원시설 등도 거의 대부분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와 숙박시설들이 연합해 항공과 숙박을 포함한 바우처를 발행하거나 기존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관광관련 업체들과 제휴해 가맹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등 시장진입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연구원 관계자는 “여행바우처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상황이 변했다”며 “변화된 시장상황에 맞는 변화된 전략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 그래도 희망은 있다

치열한 경쟁상황이 관광상품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복지관광의 초석마련과 여행기회의 확대, 비수기 타개 등 관광상품권의 무수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난립하고 있는 관광관련 상품권의 통합이기 때문이다. 코리아트래블즈 관계자는 “관광상품권은 각종 관광 관련 자사발행형 상품권과는 차원이 다른 제3자 발행형 상품권”이라며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관광상품권 사업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막바지 협의가 진행중인 관계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게 코리아트래블즈의 공식 입장이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중에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겠지만 관광상품권이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에게 충분한 여행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의 복지관광을 실현하는 첫 계단이 될 기대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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