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나 이민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유학이나 이민을 떠나는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폭증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열린 이민·유학 박람회에 몰린 인파와 각종 통계 자료가 잘 보여주고 있다. 여행사, 항공사, 관광청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이민·유학 수요가 크게 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이구동성이다.

◆ 30∼40대 전문직 종사자 몰려

이민자 수는 IMF 직후인 98년 반짝 늘었다가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린 지난해부터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이 몰리면서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들 젊은 부모들은 자녀의 유학에도 관심이 높아 지난해 3, 4월부터 조기 유학생 수도 크게 늘고 있는 상황. 대부분의 조기유학은 결국 이민으로 이어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동시에 열린 제8회 미국유학 박람회, 제12회 해외 유학·어학 박람회, 제1회 해외 이주·이민 박람회에는 무려 4만5,000여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가을 유학박람회 때의 3만여명에 비해 무려 75%나 늘어난 수치. 또 작년 제7회 미국유학 박람회의 경우, 박람회를 방문한 학생이나 직장인 수는 3만5,000여명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는 유학과 이민을 떠나는 연령대도 차츰 낮아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부터 중학교 졸업 이상자에 대한 조기유학 허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고교생의 경우 전체 재학생 45만3,000명 가운데 0.42%인 1,906명이 유학이나 이민을 이유로 학교를 자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9년 재학생 50만3,000여명 가운데 이민이나 유학을 간 학생이 734명으로 전체의 0.15%를 차지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학생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해 전체 37만5,000여명 중 0.48%인 1,801명이 자퇴한 후 유학이나 이민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99년의 1,094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불법 조기유학생의 수도 늘고 있다. 부모와 동행하는 유학이 아닌 불법 조기유학생 수는 99년 한 해 1,65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 4월 두 달 동안 이미 99년의 약 43%에 달하는 705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해외 이민자는 99년 1만2,655명에서 지난해 1만5,307명으로 약 21% 증가했다.

◆ 캐나다 ‘뜨겁다 뜨거워’

미국 등 외국기업에 취업을 위해 떠나는 취업이민도 늘고 있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97년 3,287명을 기록했던 취업이민은 98년 3,805명, 99년 5,267년, 2000년 8,369명으로 매년 증가일로에 있다. 지난해 수치는 투자 이민자의 3배 가까이나 된다. 자연스레 취업이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서 99년에는 전체 이민의 42%를 차지해 연고초청(26%)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역시 55%로 22%에 그친 연고초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또 국제교육진흥원에 따르면 국비유학생의 50% 이상이 유학기간이 끝난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정착하고 있다. 최근 유학·이민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단연 캐나다. 지난 99년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이민자 수 1위’를 기록한 캐나다는 지난해에도 9,295명으로 전체의 60.6%를 차지해 2년 연속 1위를 고수했다.

유학을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캐나다 유학비자 발급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98년 3,401건, 99년 6,985건, 2000년 1만975건 등으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총 2만6,000여건에 달한 미국 유학비자 발급건수에는 못 미치지만 증가세를 보면 단연 ‘넘버 원’이다.

캐나다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외국인에게 이민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있는데다 생활수준이 높고, 교육을 위한 환경 및 안전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 반면에 80년대 중반 매년 1,0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던 호주 이민은 90년대 중반 이후 이민절차가 까다로워져 크게 감소했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90년대 초반 매년 3,000명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으나 최근 4년간은 500명 이하로 크게 줄었다.

◆ 후진국 이민에도 관심

새로운 흐름 하나는 근래에 들어 캐나다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선진국이 아닌 우리보다 경제 여건이 미비한 곳으로 이민지를 택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 이들 후진국들은 선진국에 비해 이민 허가를 받기가 쉽고 물가가 싸 초기 정착비용이 적다는 점이 매력이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용이하며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무시도 당하지 않는다. 물론 의료, 교육 등의 환경이 떨어진다는 부담도 있다. 피지, 에콰도르, 카자흐스탄 등이 새로운 이민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민 희망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각 은행들의 금융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빛 주택 하나 외환 씨티은행 등은 최근 해외이주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 여기서는 송금 및 환전, 잔여재산 관리, 국내외 세무법률 상담, 현지은행 계좌개설 등의 지원 업무를 하고 있으며 한빛은행의 경우는 무료 영어교실을 운영 중이다. 또 하나은행은 1년에 한 번씩 직원을 해외로 출장을 보내 고객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있다.

◆ 유학·이민자는 잠재적 최대고객

유학·이민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많이 취급하는 여행사와 항공사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학·이민 전문여행사인 푸른여행사의 김태삼 사장은 “캐나다 유학과 이민의 경우 올해도 50%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유학·이민 수요가 수익성 제고에 결정적인 효자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유학의 경우 학생들의 항공권 요금이 일반요금에 비해 저렴한 데다 항공사들의 항공권 판매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폭이 작아졌기 때문. 따라서 일부 유학 전문 여행사에서는 단순히 항공권 판매 이외에 관련 상담 및 단기어학연수 상품 판매 등을 병행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학·이민 수요의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에어캐나다의 이정 차장은 “학생요금이 일반요금보다 8만원 가량 저렴한데다 편도 위주이기 때문에 당장의 수익은 별로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최대의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유학의 경우 학생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친척방문 등의 부수효과가 따라온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많이 몰려있는 대도시를 피해 지방의 소도시로 가는 수요도 많아 국내선 연계편 판매도 짭짤하다. 또 유학 또는 어학연수라는 것이 해외여행 또는 이민의 첫걸음이기 때문에 재방문의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민도 마찬가지여서 사업상 또는 개인적인 일로 한국을 다녀가는 일이 잦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업계의 관계자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유학이나 이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어 파급효과가 큰 이들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전문여행사와 유학원의 연계 강화는 물론이고 일반여행사들의 영업확대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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