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따뜻한 남쪽 나라 괌은 여전히 평화스러웠다. PIC의 객실 넓은 창으로 푸른 하늘과 에머럴드 빛 청정 바다가 시원스레 들어온다. 멀리, 영원한 사랑을 위해 함께 바다로 몸을 던져 끝내 죽음을 선택했다는 전설이 깃든 ‘두 연인의 절벽(Two Lovers’ Point)’이 보인다. 어떤 힘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원주민 두 젊은이의 사랑. 하마 우리들 사랑이 그리 순수할 수 있다면….

내가 3년 전, 처음으로 괌을 방문했을 때는 우리 경제가 곤두박질쳐 IMF 체제에 있었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한국과 괌에 있는 한국인에 관한 한 얼마나 흉흉한 소식뿐이었는지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었다. 그때로부터 2~3년이 지난 현재, 괌의 한국인 관광객 경기는 일단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해 괌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8만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따라서 현지 한국인이 하는 여행사나 렌터카 회사, 식당, 편의점, 수퍼 마켓 등도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괌 인구 15만명 중에는 어느덧 한국인이 8천여명 섞여 있다. 괌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행에 이골이 났다는 내가 괌에 오며 수영복을 안 챙기다니.

취재며 촬영이 바쁘기도 했지만 물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울로 돌아오기 전날 밤,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해변가에서 근무 후 맥주 파티를 벌이는 PIC 클럽메이트들을 우연히 만나 그들과 어울렸다. 파티가 끝나자 그들 중 몇 명이 훌훌 벗더니 알몸으로 수영을 하는 것 아닌가. 물에 한번 못 들어가 서러웠던 주제에 나도 어느덧 그들처럼 알몸 수영을 즐겼다.

사실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마침 그믐밤이라 가능했다. 열대의 밤 바다에서 원초적인 자유를 만끽한 나는 다음 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서울로 돌아왔고 그런 사실은 영원한 비밀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후 괌 PIC의 여자 클럽메이트 S로부터 끔찍한(?)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그날 밤 벌거벗고 같이 수영한 나를 기억하느냐. 동남아 가는 항공기 티켓이 괌에서보다 서울에서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데 가격을 알아 봐 줄 수 있겠는가.” 나는 답장으로 서울에서 방콕, 싱가포르까지의 항공 요금을 알려줬다. 그랬더니 얼마후 다시 이메일이 날라들어왔다. 서울의 항공요금이 괌의 반 밖에 안되니 서울 와서 사겠다는 것이다.

항공요금이 그리 싸니 한국의 여행사들이 어려울 수 밖에. 어쨋든 이제 소문이 나면 괌의 외국인들은 서울에 와서 비행기 티켓을 살 판이다. 괌에 갈 때 수영복을 잊고 간 것이 외화 수입에 도움이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렇지만 괌에 갈 땐 수영복만은 꼭 챙기시기를!

(주)샤프 사이버여행사업부 이사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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