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회사의 컴퓨터 세일즈맨이 브라질로 출장을 갔다. 지사의 사무실에서 거래처 대표에게 제품의 장점을 자신 있게 설명한 후 둘러보니 모두가 만족한 표정이었다. 세일즈 프리젠테이션이 성공했다는 생각에 미국인 지사장에게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붙여서 동그랗게 만들어 미국식으로 OK이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 순간 세일즈맨의 사인을 지켜본 브라질 거래처 대표와 지사장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굳어졌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직원도 있었다. 브라질의 거래처 대표는 중년 여성이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던 차에 지사장이 세일즈맨을 황급히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우리 나라나 일본에서는 그런 사인은 돈을 의미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음란한 표현이다. 미국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사인과 같다. 젊은 세일즈맨이 구매결정권을 갖고 있던 중년 여성 앞에서 그런 표시를 했으니 그 여성은 물론이고 지사장과 현지인들이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

지사장에게 설명을 들은 세일즈맨은 참석자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했지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을 내내 가지면서 회의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인은 그리스나 러시아에서도 불경한 의미로 사용하고, 프랑스에서는 제로 또는 가치 없는 것을 표시할 때 사용한다.

우리는 현재 다문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영어가 경쟁력이라고 해서 90년대의 정부는 영어교육을 강조해 영어과외 열풍이 분 적이 있었지만 영어권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모른다. IMF 이후에는 우리 나라의 많은 기업이 외국기업에 합병되거나 인수되었고 외국기업의 한국진출도 상당히 많아졌다.

우리 것으로 생각해왔던 기업의 사장이 외국인인 경우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외국인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생존을 위해 외국의 기업문화를 터득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한국의 기업문화에 편안히 젖어 있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러한 현상들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제화 대열에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옳다.

일반기업의 직원들보다 관광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과 접할 기회가 많다. 상품개발을 위해 아프리카 오지로 장기간 출장을 가거나, 동남아시아로 해외여행을 인솔할 때, 현지 유럽 랜드사와 업무연락 등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해외여행객들도 방문지의 문화에 대해 미리 알고 가면 낭패를 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3월초에 PATA 한국지부 회의가 용평에서 열렸다. 금년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총회가 열리게 되어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가 우리 나라 회원들의 많은 참석을 부탁하며 오찬을 베풀었다.

뷔페음식으로 대접을 받았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남녀 8명은 왠지 허전함을 느껴야 했다. 하다못해 포도주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속으로 반문하면서. 술을 입에도 안 댄다는 그 나라의 문화를 알면 섭섭함이나 오해도 없어진다.

대구계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ickoh@kmucc.kei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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