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호텔 객실에 PC를 무료로 설치해 투숙객들이 무료로 쇼핑, 오락, 영화, 성인채널, 비즈니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됐다. 한국을 찾는 비즈니스고객이라면 노트북 없이도 객실 PC를 이용해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비즈니스 한국’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

이 같은 변화는 IT산업만큼은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최고라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국가 전략에 힘입어 호텔가도 최첨단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기존에 매지넷트가 독점적으로 호텔에 인터넷 TV를 보급해오던 것에 호텔정보화 전문업체 루넷이 초고속 인터넷 PC를 무기로 등장하여, 호텔정보화사업에 변화의 바람을 톡톡히 불어넣고 있다. 또한 이 두 업체의 경쟁은 장기화될 조짐이어서 지속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PAY-TV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13개 특급호텔에 인터넷 TV를 보급하고 있는 매지넷트엔지니어링이 다소 수세에 몰렸다. 매지넷트는 우선 객실에 PC를 설치한 점, 솔루션 제공을 비롯한 제반 인터넷 환경에서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루넷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사업기반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루넷의 장점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매지넷트 또한 호텔 객실에 1만 여대의 인터넷 PC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충분히 사업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끝냈다.

매지넷트와 호텔간의 잔여 계약 기간은 각 호텔별로 2-3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억원의 추가 투자비용을 들여 무료로 객실에 PC를 설치하는 진짜 이유는 매지넷트와 계약을 한 호텔이 루넷측과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동일한 업체 진입을 불허한다는 독점 계약을 호텔과 맺어온 매지넷트로서는 이러한 계약을 무시한 채 호텔이 루넷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루넷이 호텔 측에 제시하는 조건은 호텔 입장에서는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호텔 객실에 PC를 설치하고 유지·보수 등을 루넷의 자본으로 하되 호텔과 업체가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금액의 수익을 분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중 계약을 한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루넷은 유료 콘텐츠 외에 무료 콘텐츠의 이용이 가능해 평균 60%(호텔자체 집계)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8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투숙객이 무료로 객실 내에 마련된 PC와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웨스틴조선, 스위스그랜드호텔, 호텔롯데부산 등 10여개의 특급호텔과 계약을 이미 성사시킨 루넷은 앞으로 총 30여개 호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도 회원사를 늘려 가고 있는 루넷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기존 계약업체인 매지넷트의 계약조건이 껄끄러운 상황.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루넷 홍보실 유미선씨는 “여러 호텔과의 매지넷트의 계약기간이 2∼3년 가량 남아 있다는 점 외에도 호텔측과 맺은 동종 업체의 진입을 불허한 독점 조항은 경쟁의 논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결국 매지넷트는 호텔 측에 잔여 계약기간 이행에 대해, 루넷은 인터넷이 호텔에 가져다주는 이점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호텔들은 매지넷트와의 계약을 염두에 두면서도 루넷의 조건에 호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이에 대해 매지넷트 최창옥 이사는 “사용자 편의성과 풍부한 콘텐츠, 객실 PC가 갖는 장점 등에서 루넷이 매지넷트 보다 우위에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하루가 다른 IT 산업구조상 아무래도 후발주자가 기술력 면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계약을 어기면서 상거래 질서를 어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때 우호적 파트너십을 통해 매지넷트가 진출한 아시아퍼시픽 지역에 루넷이 체인 형태로 진입하는 것을 제안하는 등 두 업체간 ‘win-win’전략이 논의됐으나 현재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결렬됐다”고 밝혔다.

매지넷트는 기존 사업(PAY TV, 인터넷 TV, 초고속 인터넷) 의 사업골격을 유지하면서 객실에 PC를 제공하며 콘텐츠 개발에 들어갔다. 또 비즈니스호텔의 주요 고객인 외국인 대상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인식하에 국내 관련 콘텐츠 뿐만 아니라 일본 등 국외 유명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10일경 포털서비스를 시행하려는 등 호텔 측에 루넷과 동일한 조건, 솔루션, 서비스를 제시한 후 계약 조건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루넷 측은 “매지넷트가 계약조건을 무기로 독점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호텔에 압박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두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상에 비해 호텔 측의 입장은 느긋한 편. 상황이 어떻든 “호텔로서는 이득이 되는 업체로 기울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밝혔다.

특히 매지넷트와 독점 계약을 했고 또한 루넷과의 계약을 해 이중계약을 한 모 호텔은 루넷이 객실에 PC를 설치하면서 한결 호텔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객실료 인상과 더불어 비즈니스 호텔로써 대외적 이미지를 제고시켰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루넷 측이 제공하는 콘텐츠 중 특급 비즈니스호텔의 격과 컨셉에 적합치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호텔의 입장에 대해 대체적인 업계의 반응은 “상대적 강자인 호텔은 수억원이 넘는 투자비용과 유지보수설에 대한 충원 없이도 먹음직한 떡을 양손에 쥔 셈이다”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호텔로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객실료를 인상하는 등 이모저모 득이 되지 않겠냐”며 “두 업체간의 신경전은 당분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만 매지넷트와 계약기간을 준수하지 않고 파기한다면 호텔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쉽사리 계약을 파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매지넷트와 루넷측의 대결구도가 향후 호텔 정보화 서비스 부분에 미칠 파장에 대해 모두들 주목하고 있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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