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 직원들도 얼굴을 다 모를 정도로 덩치가 컸던 여행사에 다녔던 이들 대부분은 인맥도 없고 쌓아놓은 실적도 없어 재취업이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 그렇다고 다른 걸 시작할 능력도 없다. 특별한 기술도 없는데다 퇴직금이란걸 받질 못했으니 손에 쥔 목돈이 있을리 만무하다. 버젓한 예금통장마저 없는 이가 대부분이고 당장의 생활자금을 위해 신용카드를 돌려쓰고 있는 이들도 많다.
딸린 식구가 있는 실직자의 사정은 더욱 처절하다. 회사가 부도나기 얼마전 엄마가 된 이대리, 『월급이 안나온 첫달은 그래도 분유를 먹였지만 이제 다음달부턴 분유반 물반으로 바꿔야겠다』는 씁쓸한 농담을 입에 달고 다녔다. 네식구의 가장인 정주임은 하루 일당 3만 坪 벌기 위해 새벽 인력시장을 기웃거린지 한달째에 접어들었다.
때아닌 보릿고개를 겪고 있자니 푼돈마저 아쉬운 이들. 밀린 월급이라도 받았으면 하지만 회사의 자산중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바닥이 났다. 하다못해 차압 딱지가 붙은 컴퓨터들도 CPU같은 알맹이들은 일찌감치 중간 간부들이 챙겨가버린 상태. 하루나기도 버거운 이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차일피일 미수금 결제를 미루고 있는 국적항공사들과 뒷수습을 하겠다더니 어느날 여행사를 차려 나타난 중간간부, 종적을 알 수 없는 사장, 무표정한 정부…. 터널이라는게 언젠가는 밝은 빛을 볼 출구가 나와야 할텐데 실업의 고통을 감내하며 버텨야 할 이들의 터널은 너무도 긴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