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사용자의 급증과 호텔예약전문사이트를 표방하는 신규 온라인 업체들의 등장, 항공 수수료 인하와 그에 따른 여행사의 수익다각화 움직임. 지난 해 호텔예약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요인이다.

90 년대 하반기 들어 온라인 시장으로 투척되던 막대한 자금과 사흘이 멀다 하고 신문을 도배하던 네티즌 상승 곡선에 고무되어 수많은 신규 온라인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고, 이런 현상은 여행사는 물론 호텔예약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불과 1~2년 사이에 온라인 사업진출은 유보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뜨거웠던 관심도 확실히 사그러들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시장의 부상은 호텔예약서비스 업체들에게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 셈이다. 실제로 기대했던 것만큼의 예약 활성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중도 포기를 하거나 백화점식 상품판매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 뜻밖의 벽 '여행사 직원들의 외면'

소비자와의 직거래 시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지적일 뿐이다. 막연한 기대가 있긴 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저조한 예약률은 온라인 업체들도 충분히 예상한 결과였다. 여전히 패키지의 비율이 높고 항공이나 호텔 예약에 있어서 여행사에 의존적인 소비자 계층이 절대다수다. 온라인상으로 능숙하게 정보를 찾아서 예약까지 하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들 중에서 실제로 전자 결제를 할 수 있는 인원을 따지면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정작 예약전문업체들의 기대를 저버렸던 것은 여행사들의 반응이었다. 온라인이라는 도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기대했던 여행사 직원들조차 여전히 랜드사에 전화를 걸고 문서를 뒤지는 예전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제공해도 직원들이 실제 업무에서 애써 인터넷 환경에 적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건 여행사건 온라인으로 접수되는 예약건수는 매우 미미해서 보통 5∼10%를 넘기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그 미미한 예약에서 조차도 최종확인은 전화로 이루어진다.

◆ 서비스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마지막은 온오프의 구별을 떠나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사후 서비스다. 웨스틴나고야호텔의 예약사무소를 맡고 있는 아펙스의 강은정 실장은 ""온라인 전문예약업체의 경우도 대부분 해외의 또 다른 예약 업체나 랜드사와의 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객실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방대한 네트워크를 가질수는 있겠지만, 소비자가 불만을 가졌을 때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책임을 지는데 소극적이다.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서로 떠넘기기식이 될 때가 많다. 서비스가 따라주지 못하면 결국 온라인 업체들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신뢰도에서 상대적으로 후한점수를 받는 카드회사가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배스 호텔 & 리조트 한국사무소의 박재욱팀장은 ""카드사에서 거래하는 물량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행사나 예약업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직접 예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카드사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갈팡질팡, 두 마리 토끼잡기

그러나 주춤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온라인만으로 막강한 수익을 올리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수용태세만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온라인 업체들이 시장상황에 맞게 체질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나날이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이다. 그리고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열어젖힌 새로운 시장이 분명히 보이기도 한다.

가격으로 경쟁하는 랜드사나 호텔홀세일 업체들에 밀려 활성화되지 못했던 체인 호텔의 직영 예약 사무실들은 확실히 득을 보고 있다. 힐튼, 하얏트, 메리어트, 홀리데이 인 등의 이들 예약사무소들은 그 동안 자체적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세일즈를 할 길이 없었던 것. 그러나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열리자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온라인을 통한 예약이 실제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전문예약업체들은 좀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 원가에 이윤을 붙이거나, 커미션에 따라 수익을 가져가는 랜드사와 호텔예약업체들에게는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소비자 직판이 갖는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수요가 창출되는 여행사와의 거래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 신경쓰이는 호텔수수료

이러한 예약업체들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항공수수료의 인하가 상대적으로 호텔수수료에 대한 여행사들의 인식을 재고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 호텔 센타의 김용철 부장은 ""앞으로 몇 년 사이에 항공수수료는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여행사에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랜드사와의 거래와 호텔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김현진 부장도 ""예전에는 여행사들이 호텔 예약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수수료를 받겠다는 기대보다는 부가적인 업무로 생각하고 그냥 예약업체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점점 수수료를 정산해주는 중간 업체들이 증가하고 최근에 항공수수료가 낮아지자 호텔예약에서의 수익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공생공존, 도우미 역할에 충실

호텔 예약 시장이 중요해지자 물량이 뒷받침이 되는 홀세일 여행사들의 경우 현지 호텔과의 직접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해외 지사망을 이용하기도 하고 대형 호텔 체인이나 해외의 예약업체들과 거래를 체결하기도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중소여행사의 경우는 예약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김현진 부장은 ""옛날에는 호텔방 하나를 문의하는 데도 여행사직원들이 질문도 많았고 까다로웠지만 지금은 간단한 정보만 제공하거나 아예 전화번호를 알려주어서 이쪽에서 직접 손님과 예약을 끝내고 커미션을 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월드 호텔 예약 센타의 한 관계자도 ""예전에는 여행사에서 손님을 관리한다는 입장에서 우리가 직접 연락하는 것을 꺼려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오픈된 분위기""라고 말한다.

따라서 호텔예약업체들은 스스로 여행사의 '도우미(Helper)'라는 자기규정에 충실하려는 분위기다. '여행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온라인에 대한 준비는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다, 오프라인의 안정적인 밑받침 없이 온라인만으로 승부수를 걸기 보다는 여행사와의 공생공존이 최선의 마케팅 방책이기 때문이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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