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인바운드 업계에 위기감이 가득하다. '올해를 견뎌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일 정도로 일본 인바운드 업계는 올 한해를 '위기의 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다할 특수도 없는 상황에서 각종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위기감의 근원이며 시간이 갈수록 그 위기감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물론 업체들 나름대로도 비용절감 등 돌파구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업체도 상당수 나올 것""이라며 ""어쩌면 혼탁한 시장을 정화하고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초에 지상비를 인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게 심각한 위기상황을 불러왔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공항으로의 국제공항 이전은 그동안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던 지상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던 게 사실. 그러나 업체들 간의 단결력 부족과 몇몇 업체의 '배신'으로 종국에는 흐지부지됐고, 오히려 가격 하락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까지 나오게 됐다. 결과적으로 공항이전에 따른 지상비 상승분은 인바운드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5월 들어 각 업체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4월 한 달 동안의 손익상태 파악작업에 분주하다. 직원 한 명이 한번에 여러 팀을 맞이하는 '복수미팅' 방식 등 4월 한 달 동안 업체들 나름대로 비용절감을 위해 도입한 대응책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향후 대응방향 설정을 위한 작업인 셈이다. 현재 업체별로 한창 집계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이미 '뻔할 뻔자'라는 게 실무자들의 전언.

한 인바운드 업체 관계자는 ""이달 중순이 지나야 정확한 집계 결과가 나오겠지만 김포공항 시절이었던 지난해보다 결과가 좋을 이유가 없다""며 ""공항이전에 따른 지상비 상승분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느낌을 4월 내내 절절이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항 이전으로 추가 발생한 비용을 연간 2억원 안팎으로 잡고 있다""고 밝히고 ""추가비용부담은 대폭 늘었지만 그것을 메울 방법은 현재로선 없는 상태여서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면서 경영상태가 악화일로에 있다""고 토로했다. 또 ""오전 출발 비행편의 경우 시간적 여유상 쇼핑을 건너뛰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수익은 커녕 본전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기존의 적자상태에 설상가상으로 지상비 상승분까지 떠안게 된 것이어서 '도산하는 업체도 상당수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가볍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추가비용부담과 함께 관광객 수가 감소하고 소비액까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위기감 조성에 한 몫 하고 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가 집계한 2001년 2월 상위 30개사의 외국인 유치실적은 전년동월대비 22.4% 감소한 14만4,481명에 그쳤으며, 1~2월 누계는 전년동기대비 8% 감소했다. 문화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1·4분기 외래관광객의 1인당 관광경비 지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1,222달러에서 1,189달러로 감소했다.

일본 인바운드 업계의 현장 체감지수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줄고 있는데다 그마저 호텔수배만을 부탁하는 FIT의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

""공항이전에 따른 지상비 상승분을 상쇄하고 수익을 내려면 최소 지난해 대비 30%는 물량이 늘어야 되는데 고작 지난해 대비 10% 정도 증가한 올해 일본 황금연휴 기간의 관광객 수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제자리걸음이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걱정""이며 ""쇼핑액수도 갈수록 변변치 않아 가이드는 물론 회사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언급에서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지난달부터 본격 실시된 일본의 소비자계약법도 5월 들어 인바운드 업계에 위기감을 불러온 계기 중 하나다. 소비자계약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4월 이후 계약한 고객들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한국 인바운드 업체는 물론 일본의 에이전트조차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일단 두고 본 뒤 대응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업계에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직까지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호텔수배 담당자들의 고충은 더욱 커진 상태. 실무자들은 ""집밖에서는 일본 에이전트에 질질 끌려 다니고, 집안에서는 호텔에 더욱 굽실거려야만 되는 꼴이 됐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와 위기감보다는 대책 마련을 모색해야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업계 종사자들은 일본 인바운드 업계만의 구심점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지상비 인상분 반영에 실패한 것도 결국 업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힘을 키우는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이며, 노투어피 등의 과당경쟁 또한 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원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올해와 다음해를 시장이 혼탁해질 대로 혼탁해진 시기로 평가한다. 출혈경쟁의 한계선에 도달했으므로 이 시기가 끝나면 경영상태가 건전한 업체들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재편될 것이란 시각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업체간 통합 등을 통해 대형, 중형, 소형 업체로 '체급'을 구분하고, 시장 또한 체급별로 분할돼야 과당경쟁 등 폐해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에이전트에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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