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익숙해질만 하니까 이번엔 다시 새로운 걸 요구하더라구요. 생각은 앞서있고 몸은 뒤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까 걱정은 되고….” 최근 ○○외국항공사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고민 아닌 고민들로 고달프다. 그의 나이는 마흔 중반.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터넷 마케팅 열풍이 항공업계를 리드하는 ○○항공사에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었고 한국시장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인터넷 마케팅을 원하는 ○○항공사는 올해 한국어 사이트를 오픈하랴, e-티켓 제도를 확대하랴 분주한 행보를 가졌다.

실제로 직접 펼치는 마케팅 외에도 수시로 본사가 요구하는 것에 대한 보고도 올려야 한다. 한국에서 인터넷 사용자들이 얼마나 되냐,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은 어느 정도로 상용화되고 있냐? 타 경쟁사들의 마케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느냐?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인터넷하면 그저 이메일 주고 받고 필요한 자료 찾는 것이 고작인 그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항공이나 여행과 관련된 것 뿐만이 아니다. 국내 전자 및 인터넷 산업, 경제 등과 연관되는 광범위한 것들이다.

틈날 때마다 일간지에 실리는 관련 뉴스도 열심히 읽고 인터넷을 통해 이것 저것 찾아보지만 이해할 만하면 다른 것을 요구한다. 그것도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그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들까지 섞어서.

하지만 그의 고달픔은 정작 바쁜 업무 때문이 아니었다. “도대체 저희 항공사 내에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가 전부 합쳐 두 대밖에 없다면 누가 믿겠어요? 그것도 전화 모뎀을 이용한 접속으로요. 세상에 지점장의 PC도 인터넷이 안돼요. 주위에서 들으면 말도 안된다고 웃는데 그게 현실이에요.”

변화를 선도하기는커녕 중간만이라도 가기 바라지만 당장 계산기를 두드리면 답이 안나온다.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이 가져다 주는 딜레마는 그와 ○○항공사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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