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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한국의 미래, 학생·배낭 외국인 여행자를 잡아라
1. 학생·배낭 외국인 여행자들의 한국 방문 실태
상. 잠 잘 곳이 없어요
하. 보다 한국적인 것을 체험하고 싶어요
2. 호주의 사례에서 배운다
3. 유럽의 사례에서 배운다
4. 우리가 해야 할 일

잠잘 곳이 없는 게 제일 문제에요. 돈도 별로 없는데 호텔을 이용하기도 그렇고 민박은 저렴하긴 하지만 언어문제 등으로 이용하기 너무 불편하고 여관은…. 좀 그렇잖아요. 차라리 불편해도 민박을 찾아요."" 동양 철학 공부차 한국에 1년 반동안 머물고 있는 루마니아인 다이아나 드라가너트(26)씨는 한국 여행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공부 때문이라도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만 허락한다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드라가너트씨는 그나마 한국어를 할 줄 알아 큰 어려움은 없지만 숙박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꼽았다.

이미 단체로 97년에 한국을 여행해봤고 현재 국어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체코인 베로니카 쿠브코바(24)씨는 특히 지방을 여행할 때 시내 버스 시간표와 해당 지역 영문지도를 구할 수 없었던 점이 제일 불편하다고 했다. 공부하고 생활하기도 빠듯한 주머니 사정상 택시를 이용할 수도 없고 해당 지역에 가면 대중교통, 특히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데 버스시간이 공지돼 있지 않은 것이 항상 불만이다. 시간표가 없다면 골목까지도 영문으로 알 수 있는 지도가 있었으면 좋겠단다.

월드컵 축구대회, 부산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가적인 이벤트를 기회로 삼아 21세기 관광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두고 있는 한국. 올해를 한국방문의해로 정해 다각적인 부분에서 관광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점검하고 있지만 아직도 개별 외국인 여행자들이 한국을 구석구석 누비기에는 너무도 불편한 점이 많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학생이나 배낭여행객들에게 한국은 '오지'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여행 계층에 대한 배려 없어

언어적인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인 히말라야의 네팔, 아시아의 인도, 아프리카, 남미의 후진국들도 오히려 개별 배낭여행자들이 먼저 방문하고 있는데 유독 경제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한국은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에게 방문 대상 목록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국제학생여행연맹의 한국대표부를 맡고 있어 많은 외국인 학생배낭여행자들이 방문하는 키세스투어의 이지영 이사는 ""동북 아시아에서 역사나 문화적인 매력을 찾는다면 중국을, 잘 발달된 사회·경제 시스템을 체험하고 싶다면 일본을 찾지, 물가도 비싸고 알려지지도 않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여행하기 어려운 한국을 순수한 여행목적지로 삼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거의 없다""며 ""그나마 한국을 찾는 외국인 학생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한 1주일 머무르는 경유자이거나 일본 등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비자 갱신을 위해 잠시 들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이 제대로 된 한국을 보고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인 두배로 여행사의 최형기 사장의 의견은 좀 다르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관광정책이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너무 인원수를 양적으로 늘리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해서 여러 곳에 다양하게 돈을 쓸 수 있도록 방문 계층을 세부적으로 분석해서 이에 맞는 균형적인 시스템과 환경을 갖추고 알리는 데 보다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인식해야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을 이용하고 외국인 전용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에 들어가는 경제력을 갖춘 여행자 뿐만 아니라 주머니 사정은 빈약하지만 한국에 오래 머무르면서 구석구석 한국을 느끼고 체험하는 여행을 원하는 계층도 한국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 및 개별 배낭여행객들이 하루 쓰는 소비액은 기껏 3~4만원에 머물지라도, 이들의 체류일수가 단체 관광객들에 비해서 길고 한번의 방문으로 받은 인상이 향후 가족과 친지들의 여행, 사회인이 됐을 때 의 비즈니스 교류에도 영향을 준다면 묵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전세계 배낭시장을 주도하는 구미주인들이나 일본인들의 체류일정을 보면 한 지역에서 한달 정도씩 머무는 것이 기본. 맘에 들면 1년씩 장기체류를 원하는 여행자들도 많다.

반대로 우리의 경우를 봤을 때도 우리나라 학생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유럽이나 호주 등을 보면, 물론 이들 나라가 역사 문화 자연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을 갖춘 요인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결코 물가가 저렴하거나 안전하지 않는데도 많은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것은 여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이용 민박 전국 10여개 불과

이제 대표적인 관광지인 서울과 경주를 실례로 우리의 실정을 살펴보자. 제일 먼저 외국인 개별 배낭여행객들이 꼽는 문제점은 '잠 잘 곳이 없다'는 점이다. 여행객들이 어느 목적지로의 여행을 계획하거나 도착하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숙소와 교통편의 시설. 그나마 서울은 지하철이 발달돼 있어 외국인들도 돌아다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숙소는 여전히 가장 큰 골칫거리다.

저렴한 숙박시설로 꼽히는 장급 여관의 경우 러브 호텔의 기능으로 인해 순수 여행객들이 투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배낭여행자들에게는 하루 숙박비 3만~4만원이 다소 비싼 편인데다 밤 12시 전에는 체크인이 안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과 종로 인사동 등지의 몇 군데 만이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입 소문으로 알려져 있을 뿐 한국에서의 숙박 문제는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경주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라는 이유 때문에 서울 보다 체크인할 수 있는 사정은 낫지만 경주 시내와 주문단지를 통틀어, 하루 숙박비 15달러 내외를 예상하고 있는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서너 군데가 고작이다.

세계적으로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숙소 형태인 민박, 일명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로 통하는 곳은 서울과 경주 등 전국을 합쳐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게스트하우스는 침대만 개인이 쓰고 목욕탕과 화장실, 식당 등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싱글룸을 쓰지 않는 한 전세계 어디든 하루 숙박비가 1인당 10~15달러 정도여서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아침식사로 간단한 토스트 정도는 공짜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약간의 돈만 내면 세탁기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가 배낭여행객들에게 대표적인 숙소로 자리매김한 것은 저렴하다는 이유 뿐만이 아니다.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배낭여행객들이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각종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어 정보 취득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준비 없이 그 지역을 찾은 여행자들도 게스트하우스에만 가면 살아있는 여행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의 배낭여행가로서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한비야씨의 경우도 특정 지역에 도착하면 게스트하우스를 적절히 활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재정난, 법적 장치 없어 운영 어려움 겪어

전세계 학생 배낭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제학생여행교류회의 홈페이지(www.istc.org)에 등록된 한국내 할인가능한 숙박지는 총 5개. 그나마 예닐곱개가 있는 서울이나 두 곳 정도 있는 경주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방문의해기획단이 주최한 외국인관광객 민박운영자 협의회 준비위원회에 참석한 명단은 전국 통틀어 13개 업체에 이른다.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들도 재정난으로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 없다. 서울에 있는 7~8개의 게스트하우스들 중 상당수가 개보수중에 있는데 시설 개보수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들 업자의 대부분은 집을 임대해 운영해오고 있는 것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기존 건물주와 타협을 하지 못하면 집을 옮겨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많다.

적으면 서너 개에서 많아야 10여개가 조금 넘는 객실과 약 20여개의 침실로 1인당 하루 1만5,000~2만원하는 숙박료만 받아서 운영하기란 왠만한 사명감을 가지지 않고서는 어렵다. 경주시내에서 추종원, 류경희씨 부부가 운영하는 '사랑채'의 경우 싱글룸 이용시 하루 2만원, 더블이나 트윈이면 2명당 2만5,000원을 받는다. 객실은 총 5개. 7~8월 성수기에만 방이 꽉 찰 뿐 그 외에는 하루 1~2명이 묵고가는 날도 많다. 매월 임대료 내고 운영비 제하고 나면 인건비도 안 남는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알고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있어 그나마 겨우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사랑채'는 마당이 딸린 한옥으로 한국 전통 가옥 체험을 컨셉으로 운영해온 지 3년반. 외국인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해 호주며 동남아로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공부를 했지만 막상 국내에서 운영하면서는 문닫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원은 고사하고 무엇보다도 정당하게 영업 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종원씨는 ""이웃에서 외국인들 들락거린다고 신고라도 해봐요. 당장 무허가 숙박업소가 되지요. 정식 업으로 신고하고 영업하려고 여기 저기 알아봤는데 민박에 대한 정확한 사업권이 없어요""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이라고 별다르지 않다. 최근 6~7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게스트하우스협의회가 발족됐다.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생긴 게스트하우스로 꼽히는 트렉 코리아의 이승건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협의회는 최근 한달에 한번 씩 모임을 가지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서 논의해보지만 진척되지 않는다.

이승건 회장은 ""게스트하우스업이 숙박업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저리 융자도 불가능하다""며 ""5년반의 기간동안 운영해오면서 문화관광부 등 정부당국과 기관에 공문도 보내고 호소도 했지만 별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유스호스텔 연맹 등에서 제도를 뒤져봤더니 ""10m 넓이의 도로에 접해야 하고 시설 규모나 자본 규모가 기존 운영해오는 게스트하우스의 범위를 넘어서 포기하고 말았다""고 했다. 유스호스텔에도 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외국에서는 개별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유스호스텔의 경우 한국 내에는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하기도 어렵고 용도도 개별 여행자들이 이용하기 보다는 단체 청소년 수련장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형편이어서 통상 외국인 개별 여행자들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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