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에 롯데호텔에 들렀다가 1층 외곽 벽을 도배하다시피 한 대자보를 한 건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다. 분규의 발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거기에는 상사의 비인간적인 행동에 대한 양심적인 고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성희롱 당한 사실을 고백한 여직원의 용기,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상사에 대한 욕설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종합해 보면 분규의 발단은 사람존중이 부족했다는 점으로 귀결이 된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호텔직원들은 다른 직종의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남이 쉬는 휴일에도 근무하는데 비하여 임금은 전체 근로자의 평균보다 낮아 이직률이 높고 일에 대한 만족도 그리 높지 않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입사하여 2-3년 열심히 근무해도 소수인원만 정규직으로 전환될까말까하는 게 현실이다. 혼신을 다해 근무하지만 직장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불안하다.

이럴진대 사람으로서 대우를 못 받으면 불만이 자연히 증폭된다. 위계질서는 있어야 하지만 직원을 하인 다루듯 한다면 직장 내 화합과 고객 서비스는 물 건너간 일이다. 하급직원을 인격체로 대하고 안정된 직장을 보장해 주어야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지고 영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직장 내에서 구성원들을 인격적으로 대한다면 직원의 사기도 올라가고 서비스도 자연히 좋아진다. 학생들이 졸업 후 타 직종에 비해 업계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안정된 직장이 아니라는 현실에 교수들은 비애감을 느끼며, 실력있는 학생들이 호텔근무를 지원하고자 상담해 올 때 이러한 점 때문에 흔쾌히 격려하기가 겁이 난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보장해 달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슈를 갖고 협상에 임하는 노조의 절박한 입장을 경영자 측에서는 신중히 고려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하더라도 언어폭력이나 기물훼손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면할 수 없다. 뜻이 숭고할수록 표현방법도 그러해야 한다. 식구들 보기 싫다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를 수는 없는 일이다. 호텔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다.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프론트 라인 근무자들은 소정의 학교교육을 마치고 호텔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라 나름대로 직장에 대한 프라이드와 소명의식을 지니고 있다.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야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저절로 좋아지게 된다. 비록 임금은 타 직종에 비해 낮더라도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는 호텔맨들의 회사에 대한 애착심은 눈물겹다. 직업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수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근무환경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도 기꺼이 호텔업계의 비정규직에 투신하는 제자들을 볼 때 대견한 생각이 든다.

호텔 분규가 타결되었다는 소식은 정말 반갑다. 그러나 직장에서 사람존중이 잊혀져 갈 때 또 다른 분규를 예고하게 된다. 사람존중, 그것은 앞으로 분규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책이다. 이 참에 사람존중이라는 풍토가 호텔업계에서 진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관계도 뿌린 만큼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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