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호주의 주도 애들레이드의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 같은 버스에 탔던 여행자들과 주섬주섬 무거운 배낭을 챙겨 내리니 호스텔 팻말을 든 서너명의 사람들이 먼저 반긴다. 이들은 애들레이드 시내에 위치한 민박집 운영자들. 10여명이 탈 수 있는 밴을 끌고 숙소를 예약한, 또는 예약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을 마중 나왔다. 이들을 원치 않는 여행객들은 가이드북을 뒤지거나 터미널 내에 마련된 인포메이션 부스를 이용한다. 인포메이션 부스에는 15~20 호주달러(약 1만5,000원)면 숙박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정보를 담은 안내책자나 브로셔 등이 꽂혀있다. 한켠에는 이용자가 무료로 각 숙소로 전화할 수 있는 직통 전화도 놓여있다.

<글 싣는 순서>
1. 학생·배낭 외국인 여행자들의 한국 방문 실태
상. 잠 잘 곳이 없어요
하. 보다 한국적인 것을 체험하고 싶어요
2. 호주의 사례에서 배운다
상. 교통과 숙박 시스템
3. 유럽의 사례에서 배운다
4. 우리가 해야 할 일

호주는 스스로를 배낭여행의 천국으로 표현한다. 호주정부관광청의 존 모스 전 청장은 ""호주는 많은 탐험 여행 기회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과 관광매력을 제공함으로써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연간 1조원이 넘는 배낭여행 시장

실제로 호주는 1999년 7월부터 2000년 6월까지의 회계 기간동안 42만3,000명 이상의 젊은 여행자(Youth Tourist)들을 유치했다. 그들이 1년동안 호주에 뿌리고 간 돈은 19억호주달러(약 1조3,000억원). 전년동기 대비 20%가 증가한 숫자다. 2000년 한해동안 호주를 찾은 외래객 숫자는 494만6,000여명. 그중 순수 관광수요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개별여행이 주를 이루는 호주 인바운드 관광 특성상 약 10%에 못미치는 시장 규모지만 호주정부관광청은 학생·배낭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인다.

짧은 일정의 패키지여행 시장과는 달리 구미주인들이 호주를 찾을 경우 장기간의 개별여행이 주를 이루고 학생·배낭여행시장이 관광 호주의 미래를 공략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를 차치하고서라도 호주는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천국'으로 통한다. 남한의 70배가 넘는 광활한 대륙 위에 바다와 산, 들, 도시, 사막 등 문명과 자연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고 그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활동들이 다양하며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여행물가도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호주도 물론 약점을 가지고 있다. 넓은 국토는 오히려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자가 운전자들이 많은 호주에서 시드니나 멜버른, 브리즈번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기가 힘들다. 시드니-캔버라 구간이 4시간30분, 캔버라-멜버른이 8시간이 넘는 등 도시와 도시간의 이동 거리가 길다는 것도 취약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호주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판매 및 운영 시스템,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마케팅 등으로 취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오히려 하루라도 더 여행자들이 체류할 수 있도록 붙들어 놓는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요소들은 호주를 배낭여행의 천국으로 부르는데 어색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광활한 대륙은 버스 패스로 연결

호주의 학생·배낭여행 시장에 대한 배려를 크게 교통과 숙박, 관광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시스템, 그리고 마케팅으로 나뉘어 살펴보자. 호주를 방문한 학생·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은 버스. 기차도 있지만 유럽처럼 전 도시가 맞물리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구간별로 이용할 뿐 대부분의 중소 도시까지 연결하는 버스가 보다 선호되고 있다.

호주 배낭여행시 가장 먼저 구비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방문하고자 하는 도시와 체류일수에 맞춰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패스다. 가장 큰 버스회사인 그레이하운드(Greyhound pioneer Australia)를 비롯해 맥카퍼티스(McCafferty's) 등은 각 지역을 묶은 버스 패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호주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패스는 크게 거리별, 기간별, 노선별 패스 등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거리별 패스는 일정거리 한도내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로 12개월의 유효기간 안에 사용하면 된다. 그레이하운드에서는 최소 2,000km (200호주달러)부터 4,000km, 6,000km, 1만km 등이 있으며 거리가 길수록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기간별 패스는 유효기간내에 정해진 사용일 수만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고 노선별 패스는 미리 정해진 여러 루트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스다. 자신의 여행목적이나 방법, 지역 등에 맞게 출발 전에 구입하면 된다. 호주 배낭여행을 취급하는 여행사라면 전세계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다.

큰 도시 내에서는 대중 교통을 이용해도 되지만 익숙하지 않은 개별 여행자들을 위해선 시티투어 버스가 마련돼 있다. 도시내에 위치한 주요 관광지를 30분~1시간 간격으로 순환하는 이 버스를 약 15~20호주 달러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관광지 입장료까지 포함하고 있어 저렴하고 편리하게 도시를 돌아보기 위해선 그만이다.

숙박지 활용한 서비스 개발 활기

호주에는 1박에 15~20호주달러만 주면 숙박과 조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한 숙소가 많다. 시드니에만 50~60여개가 있을 정도다. 이미 국내에 알려진 유스호스텔(YHA)만 해도 호주 전역에 150개가 있지만 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민간 소유의 민박집(호스텔 또는 게스트하우스)이다. 이들도 네트워크화해서 운영되고 있는데 널리 알려진 것은 민간업자들의 규모론 가장 큰 VIP 백패커스 리조트(Backpackers Resorts)다.

2001년 기준으로 호주 전역에서 VIP에 가입된 회원사는 총 136개. 이들은 운영은 독자적으로 하면서 국내외 마케팅은 공동으로 펼친다. 대표적인 마케팅 방법이 VIP 카드를 해외에서 파는 일. 32호주달러를 지불하면 이 카드를 소지할 수 있는데 카드 소지자는 각 민박집에서 1달러씩 할인을 받는다. 그레이하운드 버스 패스를 구입시 15% 할인을 비롯해 각종 투어프로그램을 구입할 때도 할인을 제공받을 수 있는 등 혜택을 넓혀가고 있다. 장기간 체류할 때 유용하다. 해외 홍보와 마케팅, 관광교역전 부스 참가 등도 공동의 몫이다.

민박집이라고 다 VIP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의 운영위원회에서 회원사들이 회원에 적합한지를 철저히 관리한다. 이들은 적으면 30~40개의 침대에서부터 1,000여개의 침대까지 갖추고 있다. 취사가 가능한 주방과 식당, 세탁실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자들이 움직이기에 편하다. 수영장이 있는 곳도 있다. 서양의 배낭여행자들은 마음에 드는 목적지의 숙소에서는 일주일 이상을 묶어가기도 한다. 10일 이상의 장기 체류자들을 위해선 1박당 할인폭이 더 크기도 하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숙소들은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각종 정보와 이벤트, 각국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사교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시드니 방문시 이용한 저렴한 숙소는 또 다른 민박업체들의 체인망인 백팩 그룹(The Bakpak Group)의 호텔 백팩 웨스텐드(Hotel BakPak Westend). 80개 객실에 400개의 침대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 업체이다. 2월14일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백팩 웨스텐드에서는 로마 분위기를 연출하는 토가(Toga)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로마식 의상을 입고 식당에 모여 호텔 직원과 투숙객들이 함께 파티를 연다. 간단한 다과가 무료로 제공된다.

백팩 그룹은 호주 전역에 8개의 저렴한 숙박 체인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서는 수용 가능한 인원이 683명이나 돼 민박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호텔 백팩 멜버른이 있고 19세기 분위기를 풍기는 집도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여행지에서 가장 많은 돈을 소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숙박이다. 숙박지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시켜야 그들의 체류일수를 증가시키고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백팩 그룹의 상품 개발 매니저인 데런 레키씨는 말했다.

호주 =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현지취재협조 = 키세스투어
호주정부관광청 02-753-6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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