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의 압권은 역시 기록 갱신에 있다. 깨지기 위해서 있는 게 기록이다. 그러나 어떤 기록이 더 이상 깨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1968년에 멕시코 올림픽이 열릴 당시 높이뛰기 종목이 그랬다. 높이뛰기 세계 기록은 더 이상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당시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그 기록의 벽과 함께 깨졌다. 그 기록파괴의 이면에는 한 선수의 사고의 전환이 있었다. 당시의 높이뛰기는 배를 땅에 향하고 봉을 뛰어넘는 방식이었다. 거역할 수 없어 보였던 이 방식을 버리고 배가 하늘을 향한 채 뛰어넘는 방식을 택한 선수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손바닥 뒤집기처럼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정관념의 파괴와 전환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도를 통해 기록도 경신하고 금메달도 딴 포스버리(Fosbury)가 바로 그 고정관념을 깬 주인공이었다. 그의 새로운 시도로 인해 높이뛰기 기록은 다시 이어지는 기록갱신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의 이름은 그 후 현재까지 마케팅분야에서조차 고정관념 파괴의 대명사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한 수영선수들의 모습도 최근 바뀌고 있다. 거의 전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물살을 가르던 남자 수영 선수들의 모습이 우리에겐 더 익숙하다. 그러나 이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 수영복으로 몸을 감싼 선수들이 상위권에 들거나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우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낯선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전신 수영복이나 등지고 넘는 높이뛰기가 낯설어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관습적인 사고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관습적인 사고는 기록의 벽을 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된다. 뭔가 새로운 시도가 새로운 기록을 만든다. 기록이 깨지는 장면을 경험하고자하는 선수단과 관중이 있기에 올림픽은 늘 감동의 경연장이 될 수 있었다. 성취해야할 목표가 있다보니 거기에 걸 맞는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새 시도를 위한 장시간의 노력이 극히 한정된 순간에 집중적으로 분출되기에 올림픽의 다양한 승리의 장면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더 인간적인 감동으로 와 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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