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객과 화물의 항공운송 관리 및 운임정산을 주요 기능으로 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 한국지부(IATA KOREA)가 이런저런 구설수로 시끄럽다. IATA KOREA 지부장을 포함한 일부 직원들이 항공권 발권 및 정산 회계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특정 업체와 깊숙이 연관돼 있는가 하면 특정 CRS 업체와 유착돼 있다는 설이 유포돼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와 함께 BSP 인가과정을 둘러싸고 일부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내부의 불협화음도 들리는 등 최근 들어 IATA KOREA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IATA 본사에서 조사단이 파견돼 한국지부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고 본사로 돌아가기도 했다.


◆ 사태의 발단

지난 8월말 일부 언론사 게시판에 '김선식'이라는 사람이 'BSP KOREA 책임자의 비리 폭로'라는 글을 남기면서 IATA KOREA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이 글에서 김선식씨는 IATA KOREA의 홍사운 지부장과 천무진 과장을 지목하면서 ""이들이 신규 BSP 가입여행사 인·허가 업무를 관장하면서 관료적이고 극히 고압적인 업무태도로 BSP 가입신청을 지연시키거나 신청 여행사에 향응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김선식씨는 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해 관계회사인 (주)씨아이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신규로 BSP에 가입하는 여행사에게 이 회사가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강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씨아이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이사인 천용수씨는 천무진 과장의 근친이며, 천의남 이사는 천무진 과장의 부친, 양미라 이사는 홍사운 지부장의 부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IATA KOREA의 일부 직원이 씨아이커뮤니케이션의 직원인양 업무를 겸직하는 등 마치 자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며 ""공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IATA 조직이 사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 전개과정

김선식씨의 폭로성 글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CRS 업체인 갈릴레오 코리아가 IATA KOREA의 인가규칙 조항을 문제삼았다. 갈릴레오 코리아측은 IATA KOREA가 BSP 가입을 위한 인가설명회에서 나눠주는 '인가 규칙과 신청서 가이드(Accreditation Rule and Application From Guide)'를 보면 '대리점 직원자질(Personnel)'에 해당하는 부분에 토파스와 애바카스 발권수료증만 명시돼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갈릴레오 코리아는 ""실제로 지난 8월10일 인가설명회에 참가한 한 여행사 대표가 갈릴레오 발권수료증은 승인 시 인정되지 않는지를 질의했으나 IATA측에서 인정이 안된다고 답변 한 사실이 있다""며 ""이는 IATA에서 갈릴레오를 시스템 공급업자로 승인을 하고도 실제로는 시스템 공급업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흥분했다. 갈릴레오 코리아측은 이에 관한 증거를 2개 여행사로부터 확보하고 있다며 IATA에 공식적인 사과와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또 아시아 지역을 관장하는 갈릴레오 홍콩에 이 사실을 통보했으며, 홍콩측에서는 갈릴레오 본사로 리포트를 제출했다.

홍콩지사로부터 이러한 상황을 전해들은 갈릴레오 본사는 제네바에 위치한 IATA 본사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냈으며 결국 IATA 본사에서는 2명의 조사단을 한국지부로 파견, 2박3일 동안 IATA KOREA, 갈릴레오 코리아, 여행사 등을 돌아다니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벌였다.

◆ 쟁점사항

현재 IATA KOREA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IATA KOREA의 직원이 직위를 이용해 씨아이커뮤니케이션의 솔루션 프로그램을 강매했느냐 ▲IATA KOREA가 갈릴레오 수료증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특정 CRS 업체에는 이익을, 갈릴레오측에는 불이익을 야기했느냐 ▲BSP 인·허가 과정에서 향응제공 요구, 고의지연 등 부당한 일을 했느냐하는 점으로 압축될 수 있다. 프로그램 강매 여부는 IATA KOREA 일부 직원들이 씨아이커뮤니케이션과 어떤 관계에 있냐는 점을 우선 알아야 한다.

IATA KOREA의 홍사운 지부장과 천무진 과장, 조영식 과장이 올해 초 문을 연 씨아이커뮤니케이션에 투자를 한 것은 사실로 판명됐다. 그리고 씨아이커뮤니케이션에 이사로 등재된 양미라씨와 천무진씨는 각각 홍 지부장과 천 과장의 처와 부친임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표이사 천용수씨와 천 과장이 근친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IATA KOREA의 홍 지부장과 천 과장은 ""씨아이커뮤니케이션은 과거 함께 일하던 직원 몇몇이 설립한 벤처회사로 과거의 정에 이끌려 투자를 한 것""이라며 ""비상근 이사직도 회사 구성상 외부출자자 모두가 등기된 것이고 보수도 없고 최근 지분을 모두 정리하기까지 한 번도 공식회의에 참석한 바가 없는 서류상의 직책""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프로그램 강매 여부. 갈릴레오 코리아측은 구입을 원치 않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억지로 구입한 여행사측으로부터 사실확인서까지 받아놨다고 했다. 이에 대해 IATA KOREA측은 ""씨아이커뮤니케이션측의 문제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업체는 7개에 불과하다""며 ""만일 직위를 이용해 강매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고작 7개만 팔았겠냐""고 공박했다. 또 사용업체 7개 가운데 4개는 이미 98년 이전에 인가를 받은 대리점이기 때문에 인가를 수단으로 판매를 강요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씨아이측의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A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사실이지만 기존 프로그램들에 비해 크게 다르지는 않으며 가격이 약간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IATA KOREA 직원이 소개를 해 준 것은 사실이나 구입을 강요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갈릴레오 수료증 불인정과 관련해서 IATA KOREA측은 ""IATA 인가 대리점의 직원은 1)항공권의 운임구조를 잘 알고 낮은 요금을 승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항공운임 전반에 걸친 업무경력과 아울러 2)시스템에 의한 항공권 자동발권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며 ""그런데 만약 1항에 대한 업무경력이 없을 경우 해당분야에 공인할 수 있는 교육과정 수료증(항공사, 전문학원, 시스템 공급업체)으로 그 능력을 갈음한다""는 조항을 우선 밝혔다.

계속해서 IATA KOREA측은 ""그런데 최근까지 시스템 공급업체의 내용으로 보아 자동발권교육은 관련된 모든 업체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항공운임구조 및 그 발권을 위한 기본능력 배양 과정을 별도로 제공하는 업체는 토파스와 애바카스 밖에 없는 상황이라 없는 과정에 대해 인정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발권과정은 4개 업체 모두가 제공하고 있어 모두를 인정하고 있고 실제로 갈릴레오 자동발권 수료증을 인정하여 인가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갈릴레오 코리아측은 ""운임 및 발권에 대한 기본 소양 없이 자동발권과정을 수료할 수는 없다""며 ""이는 결국 갈릴레오를 배제하고 특정 업체에 대한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BSP 인허가를 둘러싼 IATA KOREA의 부당행위 측면이다. 우선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IATA KOREA측이 고압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는 점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IATA KOREA측도 인원에 비해 업무량이 많다보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입신청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향응을 요구했다는 점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BSP 인가 기준이 항공권 판매 실적과는 무관한데도 불구하고 신규로 BSP에 등록하는 여행사들에게 최근 6개월간의 판매실적을 요구해 가입을 어렵게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IATA 세부규정 중 한국기준에 대한 조항을 들어 ""IATA 인가 신청 6개월 전에 여행업에 등록한 사실이 있어야 하며, 신청 대리점의 45일간 평균판매분에 상당하는 담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고, 최소 담보금액은 5,000만원으로 규정돼 있다""며 ""이러한 사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근 6개월간의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45일간의 평균판매액을 뽑아 담보기준을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가기준이 항공권 판매실적과 무관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남는 의혹과 향후 전망

이번 IATA KOREA 파동과 관련해 일부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지만 IATA KOREA측에 일단 1차적 책임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IATA KOREA 직원들의 윤리문제. IATA KOREA측은 ""IATA 직원은 IATA에 관한 결정의 공정성을 훼손하거나 훼손할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어떠한 금전적 행위라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만약 가족(즉 배우자, 관습상의 배우자, 동거자, 부양가족)이 직간접적으로 IATA와 경쟁관계이거나 거래를 하는 사업에 이권을 소유한다면 공정성이 타협될 수도 있다.

일반기업의 자본의 5%가 초과하지 않는 이권은 이해상충의 기조가 된다고 할 수 없다""는 IATA의 윤리 가이드라인이 IATA 직원이나 가족의 모든 영리행위를 금하는 것이 아니고 IATA와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관계의 경우로 제한하고 가족이 자본의 5%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피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직원가족의 영리행위 자체를 금한다면 이는 개인의 재산권 등 기본적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 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홍사운 지부장은 ""씨아이커뮤니케이션은 IATA와 경쟁관계이거나 거래를 하는 사업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씨아이커뮤니케이션은 일반기업이기 때문에 자본의 5%만 초과하지 않으면 규정상 문제가 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씨아이커뮤니케이션이 여행업으로도 등록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직원이 이 회사의 명함까지 가지고 다녔다는 점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하다.

설령 규정에는 저촉되지 않을 지 몰라도 BSP 인허가를 관장하는 직원이 여행사를 상대로 Back Office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회사의 명함까지 갖고 다니면서 이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의도하지 않은 영향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의혹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처음 문제 제기를 했던 김선식이라는 인물은 가명으로 밝혀졌다. 또 이 사람이 사용한 BSP가입 여행사 대표도 허위임이 드러났다. 김씨가 사용한 이메일 주소도 글을 올린 직후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IATA KOREA에서 갈릴레오 수료증 불인정 발언과 씨아이의 프로그램 강매에 대해 일부 여행사에서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대한 논란이다. 실제 C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강매 분위기 조성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갈릴레오측에 써 준 뒤, 며칠 후엔 IATA KOREA측에 ""이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측의 자의적인 문구를 잘 읽어보지 않고 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과 다르다는 요지의 사실확인서를 써주기도 했다.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아리송한 대목이다.

어쨌든 이번 일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실 그동안 IATA KOREA측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무성했던 게 사실. 그러나 아직 향응 요구와 프로그램 강매를 명백하게 입증해주는 증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역학관계상 튀어봐야 좋을 것 없다는 판단에 여행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한국적 정서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한편에서는 이번 일이 불거지게 된 배경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일을 IATA KOREA 내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은 일단 IATA 조사단의 보고에 대해 본사가 어떤 판단 및 결정을 내릴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IATA 문제가 어설프게 넘어갈 경우, 또 다른 증거를 발판으로 전면전을 펼치겠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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