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몰라요.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도 올림픽을 치렀고 남북이 분단된 나라 정도라는 것만 알지요. 시드니의 한국식당 외에는 한국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에요.”

시드니에서 만난 STA 트래블 슈 스미스 호주/뉴질랜드/일본 담당 사장의 말이다. STA 트래블은 호주는 물론 전세계 40여개국 300여개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학생 전문 아웃바운드 여행사. 항공 및 호텔, 숙박 예약, 여행프로그램 제공, 현지 교통편 예약 등에 관해 가장 안전하면서도 저렴한 상품을 제공해오고 있어 지난해에만 4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STA 트래블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잠재력 확인, 어떻게 포장하고 개발할 것인가

STA 트래블은 매년 리서치회사와 함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나선다. 지난해 조사한 결과 중 여행동기에 관한 점이 흥미롭다. ‘개척(Trailblaizer)’이 26%, 탐험(Explorer)이 18%를 차지하고 있어 과반수에 가까운 층이 세계 탐구와 체험에 여행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일상탈피(16%), 휴식(24%), 친지방문 등 볼일(18%) 등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배낭여행층 미래 위한 투자 인식

호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지만 이러한 탐구와 개척 정신이 강한 층이 주로 18세 이상 29세 이하의 연령대인 것으로 이 조사 결과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스미스 사장은 “이들은 미래를 위한 시장이자 투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여행을 즐기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여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할뿐더러 사회를 위한 재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최고의 학생 여행사로 인정받고 있는 STA 트래블의 대표자가 ‘한국에 대한 인식 부재’를 지적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연재된 대로 한국내 외국인 대상 민박업자 등이 “제도화하는 것은 둘째 치고 한국으로 많이만 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대목하고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최근 관심과 움직임 활발, 전망 ‘밝아’

한국내에서 외국인 학생·배낭여행 시장 개척에 대한 전망이 아주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사명감에 의해 전문 여행사나 숙박업소 운영에 뛰어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으며 철도와 지자체 등에서도 이를 제도화 및 정착화시키기 위해 조금씩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좋은 움직임이다. 특히 내년에 있을 월드컵 대회를 대도시는 물론 지방까지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호기로 판단, 한국을 개별여행객들에게도 좋은 여행 목적지로 알리기 위해 각 지역마다 제도 점검에 한창이다.

철도청에서는 최근 KR패스의 해외 홍보 및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철도 영업개발과의 강성화씨는 “세부적인 사항들이 논의 중이라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KR패스를 해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물론이거니와 고속철도의 운항, 경원선 복구와 함께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시베리아 철도와 유럽 철도망까지 연결을 고려하면 외국 여행자들에게 한국철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주시가 운영하는 자전거 도로도 좋은 예다. 경주시는 경주시내는 물론 보문 단지 등 주요 관광지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마련했으며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단순히 도로만 만들어놓지 않았다. 각 포인트에 저렴한 가격으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원하는 시간만큼 이용하고 다른 곳에다가 대여한 자전거를 돌려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비해 국내외 개별 여행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정보통신(주)과 함께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중·저가숙박시설 예약 시스템 구축과 사용 편의성을 개발하는 것도 한국을 여행하는 젊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예약시스템은 관광이나 일반 호텔은 물론 민박집 등에 대해서도 온라인으로 예약은 물론 결제도 가능하도록 개발해 나가고 있다. 월드컵 행사 이후에도 기간관광 시스템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단계별로 과제 해결에 나서야

인프라의 부족보다도 문제는 결국 기존의 시설을 어떻게 포장하고 이를 외국에 알리고 판매하느냐에 달려있다. 단 기간내에 시설을 크게 확장할 수는 없겠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시설과 서비스를 학생·배낭여행 시장에 걸맞게 개발해 낼 수 있다.

국내 전문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두배로 여행사의 최형기 사장은 “전국이 힘들면 제주도만이라도 시범적으로 민관이 힘을 합쳐 세계의 젊은 여행자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자”고 제안한다. 제주도가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차량문제, 체험 레포츠 등만 보완하면 젊은 외국인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일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모션만 잘 할 수 있다면 타국가와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최 사장의 판단. 향후 강원도 등 내륙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또한 2개국 이상을 연계하는 이들 여행객의 특성을 고려해 일본, 중국과의 연계 상품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관광 안내도 무선인터넷 시스템 등을 활용하면 영어는 물론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의 언어적인 불편도 다양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박업체들도 현재 게스트하우스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비록 소수더라도 보다 전국적으로 참여시키고 네트워크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으로 숙소를 서로 알선해주고 대정부나 기관을 상대로 하는 일이나 해외 프로모션도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 여행사 네트워크 적극 활용

판매나 홍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아무리 잘 구축해놔도 밖에서 이를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해외 여행사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1999년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의 45.8%가 친지나 친구의 추천에 의해 방문했다고 나와 있어 여행사 추천(15%) 부분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세계 학생단체와 여행사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인 국제학생여행연맹(ISTC)의 한국대표부를 맡고 있는 키세스투어는 지난해 말부터 학생 배낭여행자들이 한국을 여행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 시설에 대해 조사해서 본부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ISTC가 발급하는 국제학생증(ISIC)의 연간 발급수는 400만장. 이들에게 각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과 정보들이 본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www.istc.org)나 브로셔를 통해 전세계로 배포된다. 교통 및 숙박을 비롯해 관광지, 식당, 극장 등에서 학생증 소지자들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 등이 실려 있다.

키세스투어의 이지영 이사는 “시장 특징을 파악해 정말로 필요한 곳에 홍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ISTC 말고도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행사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예를 들었던 호주나 유럽 등이 어떤 식으로 해외 학생·배낭여행객들과 이를 취급하는 여행사에게 자국을 판매하고 홍보하고 있는지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 5월 중남미여행업자협회(COTAL) 총회를 경주에 유치해 한국을 중남미 여행업자에게 알렸던 것처럼 세계청년학생여행위원회(WYSTC)나 국제청년여행연맹(FIYTO)의 총회를 한국에서 유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사항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배낭여행 시장이 장기적인 관광한국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투자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며 “젊은층이 많이 찾게 될 월드컵 대회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이를 기회로 각 부문에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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