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이탈 출혈…인재 양성 준비
주도권 전쟁 시작, 여행시장 재편

아마도 여행산업은 앞으로도 코로나19의 위력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어떤 시련보다 오랫동안 큰 고통을 안겼던 코로나19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여행은 멈춘 듯 보였지만 뒤돌아보니 조용히 나아가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여행산업에 몰고 온 변화와 의미, 남긴 숙제를 정리해 봤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아직 공식 집계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얼마나 더 많은 여행인들이 떠났을지 짐작하면 안타깝다  /여행신문CB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아직 공식 집계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얼마나 더 많은 여행인들이 떠났을지 짐작하면 안타깝다  /여행신문CB

●코로나19로 바닥 찍은 여행산업 

코로나19는 2019년 11월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은 2020년 1월20일. 이후 3월 경부터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며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닫았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한동안 취소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2021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예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을 허용하더라도 자가격리 14일 조치로 사실상 거부 수준에 가까운 강도 높은 출입국 조치를 내렸다. 해외여행이 제대로 가능할 리 없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우리나라 출국자수는 2,871만4,251명으로 3,000만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20년 427만6,006명으로 2019년 대비 -85.1%, 코로나19 장기화로 더 고통스러웠던 2021년에는 218만9,544명으로 92.4% 감소하며 바닥을 찍었다. 지금까지 여행산업 역사상 최악의 악재라는 데 반문하는 이를 만나보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사람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산업의 오랜 동력은 사람이었다. 코로나19라는 거센 폭풍우에 잠시 멈췄지만 그렇다고 모든 동력을 잃을 수만은 없었다. 업계는 코로나19 초기, 단축근무부터 시작해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 남기고 유급휴직과 무급휴직 등 순차적으로 대응 단계를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전문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여행?항공 관련 사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유급휴업?휴직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의 90%를 올해까지 3년째 연장,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실직한 여행인들을 위한 특별취업지원팀을 설치?운영하는 등의 여러 방면에서 지원책을 쏟아냈다. 

희망과 기대를 걸고 버틴 여행인들도 많았다. 생계를 위해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여행업계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업에 도전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예 다른 업종으로 이직했지만 다시 여행이 시작되면 돌아오겠다는 이들도 종종 만났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는 각종 조건들이 장기화되면서 그 사이 여행업계에는 구조조정 물결이 일었고 결국 수많은 여행인들이 하나둘 발길을 돌렸다. 어쩔 수 없이 떠난 사람도 있었고, 스스로 걸어 나간 사람도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모두 다 함께 버티지는 못한 것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관광산업조사 2020’에 따르면 여행업 종사자수는 2019년 10만3,311명에서 2020년 6만1,784명으로 40.2%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니 아직 공식 집계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얼마나 더 많은 여행인들이 떠났을지 짐작하면 안타깝다. 참고로 주요 상장 여행사들의 직원 수에도 상흔이 역력했다. 2019년 12월 대비 2022년 3월 하나투어 직원 수는 2,500명에서 1,163명으로 줄었고, 모두투어 1,158명→655명, 참좋은여행 374명→230명, 노랑풍선 553명→287명이 됐다. 

최근 정상화로 가는 길에서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지만 요즘 여행업계 곳곳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이드, 오퍼레이터 등 여행 상품 구성을 위한 필수 인력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경험 있는 전문가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요 대형 여행사들은 휴직 인원을 차츰 복귀시키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최소한으로 영업해오던 중소 여행사들의 인력난은 한 발짝 일찌감치 찾아왔다. 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발하는 시점을 대비해 여행업을 이탈한 전문 인력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적인 시선으로 미래 인재 양성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끝? 주도권 선점 위한 제2 전쟁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존재감을 키운 세력도 있다. 대표적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 교원 그룹의 여행 브랜드 여행이지를 꼽을 수 있겠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국내 여행 및 여가 상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국내 숙소뿐 아니라 액티비티, 입장권 등 여가 부문에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었다. 해외여행 시장에서는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컴바인 등 해외 OTA들이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정상적인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고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여행으로 쏠리면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해외 OTA보다 국내 상품을 더 갖추고 있었던 국내 플랫폼으로 모이는 양상을 나타냈다. 덕분에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비즈니스 성장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양사의 적극적인 투자도 돋보였다. 야놀자는 지난해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10월 인터파크의 여행?항공?공연?쇼핑 사업 부문을 비롯해 몇몇 해외 기업들을 투자?인수했고, R&D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야놀자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00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분기부터는 인터파크를 연결 법인에 편입하고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 트리플과도 합병을 결정한 만큼 앞으로 더 유의미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어때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투어에 투자했다. 온라인투어의 국내외 항공권과 숙소, 패키지 여행 등을 핵심 상품으로 평가하고 해외여행 사업에도 포문을 열었다. 

교원 그룹은 2021년 1월 KRT 여행사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브랜드 명을 ‘여행이지’로 바꾸고 활약 중이다. 배우 조승우를 브랜드 모델로 선정해 TV 광고를 진행하는 한편 홈쇼핑, 대리점 등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도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마이리얼트립은 2020년 코로나19 폭풍 속에서도 432억원을 투자 받았고, 마켓컬리의 경우 채널 파워를 내세워 지난해 4월부터 국내 호텔을 시작으로 입장권, 항공권 등 여행 상품을 판매하며 여행 사업에 새롭게 진입한 케이스다. 

이들 업체들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더욱 조명을 받았다. 기존 여행 기업들에는 구조조정, 사업 축소 등의 칼바람이 불었던 것과 달리 신규 업체들은 대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전쟁은 이제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신규 플레이어들과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기존 여행 기업들의 전략이 중요해진 시점이 됐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