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착륙 관광비행? 랜선여행? 신상품 탄생
우리끼리 소규모로 프리미엄 여행이 인기

코로나19는 기존의 여행 방식을 완전히 막아버린 한편 기상천외한 새로운 방식의 여행도 만들었다. ‘이게 여행인가?’ 라는 수많은 물음표 끝에 내린 결론은, 여행이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여행의 모습을 살폈다. 

●‘코시국’ 여행 단상 

코로나19로 여행은 사라진 듯했지만 영원히 사라질 수 없다는 확신을 남겼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갈망하고 도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전에는 결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여행들이 탄생했다. 

먼저 지난 6월을 마지막으로 벌써 역사 속으로 사라진 무착륙 관광 비행이 대표적이다. 무착륙 관광 비행은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 착륙하지 않고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황당한 상품으로 항공 여행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2020년 10월 첫 출발했다.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만석이라는 뜨거운 호응에 정부도 힘을 보탰다. 그해 12월부터 무착륙 국제 관광 비행을 허용하며 면세 쇼핑도 가능해졌고 국내 항공사들은 너도나도 무착륙 관광 비행을 띄웠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면세 쇼핑에서 발생하는 쏠쏠한 매출을 잡을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여행에 대한 갈증을 특별한 방법으로 해소하며 만족도를 높였다. 이제 국제선 정기편 재개에 집중하게 되면서 지난 6월26일 에어서울의 RS777 항공편을 마지막으로 무착륙 관광 비행은 막을 내렸지만 코로나19가 만든 실험 정신이 돋보인 여행으로 꼽힌다. 

방에서 떠나는 랜선 여행도 새로운 방식의 여행이었다. 랜선 여행은 현지에 있는 가이드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활용하거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비자들 대신 여행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태로 진행됐다. 초기에는 랜선 여행이 과연 진짜 여행을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마이리얼트립, 인터파크 등 일부 주요 플랫폼에서 한동안 랜선 여행을 메인 상품으로 판매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 여행업계에서도 트래블 마트와 팸투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집으로 기내식을 배달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여행이 탄생했다.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은 인적 교류에 대한 가치가 담겨 있는 결과물이다. 방역이 우수한 지역 간 상호 합의를 통해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으로 우리나라 말로는 여행안전권역으로 풀이된다. 2021년 7월 한-사이판(북마리아나제도) 간의 트래블 버블을 시작으로 10월에는 싱가포르와도 협약을 맺었다. 트래블 버블 협약을 맺었다고 해서 코로나19 이전처럼 완전히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행 초기 여행을 위해서는 코로나19 PCR 검사만 총 6번을 받아야 했고 여행사를 통해 예약해야 하며 제약된 동선 등 엄격한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래블 버블은 안정적으로 정착하며 조건도 점차 완화됐고, 지난해 가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사이판 여행에 대기 예약이 발생할 정도로 꽁꽁 얼었던 해외여행 시장에 불씨를 켰다. 

그밖에 목적지와 항공 일정을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PCR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예약하고 온라인으로 검사 결과를 발급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고, 여행자보험에는 해외에서도 코로나19로 격리 시 숙소와 식비, 치료비를 커버해 주는 약관이 생기는 등 새로운 서비스들도 주목을 받았다. 

 

●뉴 노멀 시대의 해외여행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은 입국 조건으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요구했는데, 만약 확진될 경우 출발을 못하거나 전체 일정에 큰 변동이 생긴다는 변수 때문에 여행 심리를 위축시켰다.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입국 조건도 피로도를 높였다. 

여행사들은 이 점을 십분 활용했다. 올해 들어 하나투어, 모두투어, 한진관광, 인터파크 등 주요 여행사들은 일부 프리미엄 상품에 코로나19와 관련된 보장 서비스를 포함했다. 해외여행 중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 현지 호텔에서의 격리 비용과 식사, 항공편 변경 등을 무료로 진행해 준다는 내용으로 여행사를 통한 여행은 안심하고 다녀와도 좋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프리미엄 상품과 소규모 인원으로도 출발 가능한 상품들도 확대됐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에 나선 소비자들은 보다 더 많이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된 여행을 원했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만든 상품이 가장 먼저 소진된다”며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비싸고 긴 일정의 여유로운 상품부터 모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불특정 다수와의 여행보다 ‘우리끼리'의 소규모 여행을 선호했고 여행사들도 상품가는 다소 상승해도 소수 인원이 출발 가능한 상품들을 시장에 내놨다. 자연스럽게 해외 현지에서는 40인승 이상 대형 버스보다 10인 내외의 벤을 수배하는 일이 많아졌다. 

장기 체류 상품의 인기는 더 두드러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사이판은 휴양 중심의 여행지로 짧게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수요가 많았지만 요즘은 3박5일 패턴보다 4박6일을, 4박6일보다 5박7일을 더 선호한다”며 “2주 체류 상품도 기대 이상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한달살기, 반달(2주)살기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대부분 시간적 여유가 많은 20대나 퇴사 또는 퇴직 후 장기로 여행을 떠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직장인들도 짧은 일정보다 긴 일정을 선호하는 수요가 더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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