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여행 20년 리포트 200205-202206
상-해외여행 20년 주요 사건과 영향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해외여행 시장은 그 규모와 내용 면에서 큰 변화를 경험했다. 2000년 해외 출국자 수는 550만명으로 사상 최초로 연간 출국자 수 500만명 시대를 열었으며, 이후 매년 평균 100만명씩 출국자 수를 늘려 2007년에는 1,332만명에 달했다.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다소 주춤했지만 2012년부터 다시 급격한 증가세를 보여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2,871만명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악재로 해외여행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그 과정 속에서 해외여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크고 작은 사건과 이슈, 소비자 의식과 해외여행 트렌드 변화,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현황과 향후 전망을 살폈다.

●질병

바이러스의 습격은 여행심리를 급속도로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여행의 본질인 ‘이동’에 대한 공포감을 키운다.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여행 수요는 빠른 시간 내 급감하는 반면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편이다. 

 

일 년 중 절반이 보릿고개 

2003년 3월, 국민 해외여행객 수는 51만9,583명으로 17개월 만에 마이너스(-5%)세로 돌아섰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2002년 11월 첫 발병된 이후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당시 출국자수는 4월 -41%, 5월 -34.3%, 6월 -10%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이전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하기까지 두 달 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특히 사스가 발생한 중국(홍콩, 타이완 포함) 여행 시장의 충격이 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과 홍콩으로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수요 감소로 수많은 중국 노선 항공편들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이에 따른 여파로 다수의 국내 여행사들은 일 년 중 약 절반은 임금 삭감, 단축근무, 무급휴직 등으로 허리띠를 바짝 조르며 보릿고개를 넘겼다. 버티지 못해 파산하는 여행사들도 발생했다. 


신종플루 우려에 출렁 

2009년 신종플루(신종 인플루엔자A)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안감은 해외여행 취소로 이어졌다. 2009년 9월 전월대비 36.8% 한 차례 급감하고 서서히 회복했다. 신종플루는 214개국 이상에서 확진 사례가 발생했는데 당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시장의 온도차가 상당했던 걸로 나타났다. <여행신문> 2009년 9월14일자 ‘국내외 온도차 커 해외선 이해 못해’ 기사에 따르면 인바운드 시장은 신종플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오히려 객실 수배가 어려워 비상이 걸렸다. 또 호주, 태국, 유럽 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현지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과민한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유럽의 한 관광청 본청에서는 한국인 여행객이 20% 감소한 이유에 대해 신종플루 영향을 꼽자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등 당시 신종플루를 대하는 국내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국민 해외여행객수는 글로벌 금융 위기 영향까지 더해져 전년대비 20.9% 감소한 반면,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13.4% 증가하며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주춤했으나 고비 넘겨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의 경우 중동에서 발생했지만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된 케이스다. 때문에 국내여행과 인바운드 시장에 타격을 안겼다. 오히려 해외여행이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사스만큼 전체 해외여행 시장에 직격탄을 안기지는 않았지만 성장률을 주춤하게 만든 요인으로는 작용했다. 2015년 내국인 출국자는 5월까지 평균 22.8% 성장률을 이어오다가 6월 8.1%만 증가하며 기세가 살짝 누그러졌다. 10월에 접어들어서야 20%대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시 국내 확산세에 7월 방한 외국인 여행객은 전년동기대비 절반 이상 감소하며 크게 휘청거렸다.

 

바이러스는 일단 피하고 보자 

바이러스 유행국에 국한해 여파를 안긴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카 바이러스와 에볼라다. 2017년 지카 바이러스는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해외 허니문에 대해 공포감을 고조시켰다. 특히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세를 나타내던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허니문과 태교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었고, 취소 대신 다른 지역으로 목적지를 변경하는 케이스도 있었다. 2014년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발병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전체 여행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사망률이 60%에 이르는 중증 감염병으로 알려진데다 ‘아프리카=에볼라’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때문에 바이러스가 발현된 국가와 수천km 이상 떨어져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남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여행,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네 

코로나-19는 전 세계 여행산업을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 코로나-19는 2019년 11월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이듬해 3월 경부터 세계 각국은 국경을 닫았다. 아예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기도 했고 입국을 허용하더라도 자가격리 14일로 사실상 거부 수준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다. 감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감만이 문제가 아니라 강도 높은 출입국 제한과 크게 위축된 국제선 운항 등 해외여행을 떠날 수 없는 각종 조건들이 약 2년 동안 이어졌다. 이에 따른 여파로 국민 해외여행객수는 2020년 427만6,006명으로 2019년 대비 85.1% 감소, 2021년에는 122만2,541명으로 95.7% 감소했다. 

 

●세계 경제

해외여행 시장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 민감하다. 특히 항공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국제 유가는 변동에 따라 해외여행 심리를 자극하기도, 위축시키기도 한다.  

환율·유가

유류할증료는 유가 변동에 따른 기업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2005년부터 국제선, 2008년부터 국내선에 적용됐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1갤런당 150센트 이상이면 단계별로 금액을 부과하는데, 저유가 영향으로 지난 2015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1년5개월 동안은 0단계, 즉 유류할증료 없이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었다. 해당 시기는 환율도 1,100원대를 유지했고, 특히 원-엔 환율이 890원대까지도 떨어지기도 했다. 또 저비용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에 공격적으로 취항한 데다 엔저 효과, 유류할증료 제로 효과까지, 항공권 운임 인하에 호재가 겹쳤다. 그 결과 2015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400만명을 돌파하며 전년대비 +45.3%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기세는 2017년까지 이어졌다. 

참고로 2022년 6월 유류할증료는 19단계다. 대한항공 인천-뉴욕 왕복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유류할증료 55만9,000원이 추가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경제 불황은 옳지 않아 

2008년부터 2009년까지는 여행산업 역사 중 굵직한 혹한기였다. 2008년 하반기부터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경기불황에 따른 여파였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세계 금융 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컸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원달러 환율을 1,500원대까지 치솟게 만들었고 국제 유가 상승에도 불을 붙였다. 2008년 당시 장거리 노선의 유류할증료는 100만원 대에 달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자 소비자들은 여행보다 먹고 사는 데 바빴다. 여기에 2009년에는 신종플루 확산까지 악재가 겹쳤다. 이에 따라 국민 해외여행객수는 2008년 1,199만6,094명에서 2009년 949만4,111명으로 20.9% 감소하며 씁쓸한 결과를 남겼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공동기획=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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