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청구할인, 3개월 사이 1.5%에서 12%로 껑충
손실 감수하고도 할인 경쟁…플랫폼 파워 포기 못해
"자율 경쟁 인정하나 판매자도 상생하는 구조 필요"

국내 여행사들이 네이버 항공권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내선 항공권에 대한 카드사 청구할인 혜택을 두고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곧 수익을 포기해야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네이버 항공권에는 국내 주요 여행사 10여 곳이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항공권을 조회하면 시간대 순으로 1차 나열되고, 소비자가 원하는 항공사 및 시간대를 선택하면 낮은 가격 순으로 2차 나열된다. 똑같은 항공권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행사 브랜드보다는 주로 가격이 낮은 항공권을 먼저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여행사들의 분석이다.

여행사들은 항공권을 많이 판매할수록 항공사로부터 저렴한 요금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자체적으로 할인해 가격 경쟁력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며 항공권 거래액이 대부분은 기존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무게가 크게 쏠렸고, 여행사들은 국내 항공권을 두고 발권수수료를 면제한다거나 네이버페이 적립, 카드사 청구할인, 캐시백 등의 수단을 통해 거센 신경전을 펼쳤다.

                    네이버 항공권에서 여행사들의 카드 청구할인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 픽사베이 
                    네이버 항공권에서 여행사들의 카드 청구할인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 픽사베이 

최근 국내 항공권에 대한 여행사들의 경쟁은 치킨게임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앞 다퉈 할인 폭을 늘리고 있어서다. A여행사가 할인율을 높이면 연달아 다른 여행사들도 이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할인율을 내놨다. 그 결과 네이버 국내선 항공권 카드 청구할인 혜택은 지난 6월 1.5% 수준에서 시작해 9월29일 기준 최고 12%를 찍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VI가 적은 신규 업체들의 수익은 이미 마이너스가 됐고, 기존에 거래량이 많았던 덩치 큰 업체들은 마이너스 수익으로 치닫는 상황을 목전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이정도면 ‘개싸움’ 수준이다”라고 탄식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할인 경쟁에 대해 대응 수준을 낮추자 한 달 사이 거래액이 약 30%가 줄었으니 다시 일부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사들이 카드 할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네이버라는 플랫폼의 파워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겪으며 항공권 가격 비교 플랫폼의 주도권은 네이버로 넘어갔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항공권 가격 비교 플랫폼은 스카이스캐너와 네이버 양강 구도였는데 코로나19 이후 국내선 이용률이 국제선을 뛰어넘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할인과 네이버페이 적립 등 혜택이 더 큰 네이버쪽으로 대거 이동하며 균형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자사의 경우 국내선 항공권은 네이버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95%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플랫폼의 파워가 큰 만큼 신규 업체일수록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여행업계는 더 이상 네이버를 통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에 돌아가는 혜택은 커졌지만 정작 판매사들은 과당 경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여행사들은 네이버페이 적립, 카드 할인 등 네이버라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노력했다”며 “네이버는 판매사들이 수익까지 포기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심각한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든, 경쟁을 다소 중재하든 판매자도 함께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는 호텔, 항공권, 현지투어, 패키지에 이어 기업 출장 서비스를 준비 중으로 주요 여행사들에게 서비스 입점 의향을 묻는 의향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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