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도무지, 이 향기를 맡고는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순 없다.

●먹고, 먹고, 먹고 
속초중앙시장

코스모스가 살랑거리는 가을, 속초중앙시장(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먹기 좋은 공간이다. 먹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설악산과 동해를 사이에 둔 속초의 지형적 특성상, 속초중앙시장은 산과 바다가 내어주는 자연의 산물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시장 입구에 3층짜리 공영주차장도 있어서 가족 단위 손님이 방문하기에도 안성맞춤. 1만5,000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주차비도 할인이 되니 가히 전국 10대 전통시장의 통 큰 배려다. 시장에 들어서니 순대골목, 고추골목, 닭전골목, 젓갈어시장골목 등등 사방에서 맛있는 향기가 쏟아진다. 어디로 향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우선은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 봤다.

●14가지 맛을 튀긴다 
티각태각

고소한 튀김 향기가 점점 짙어진다. 그 끝에서 마주한 가게 상호는 ‘티각태각’. 진열대 가득 갖가지 튀김이 놓여 있고 행인들은 앞접시에 담긴 튀김을 입에 가져가며 맛을 평가한다. 김부각, 비트부각, 호각부각, 고구마부각, 고추부각, 황태부각, 꽃게부각, 새우부각, 멸치부각 등등. 종류를 읊는 것보다 직접 맛보고 고소함을 느끼는 편이 더 빠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꽃게부각. 맛을 설명하자면 기름진 고소함과 꽃게의 풍미가 한꺼번에 바삭한 식감에 담겨 있다는 것. 씹을수록 진해진다. 다른 튀김 역시 고소함과 재료 본연의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시식한 튀김 중 입맛에 맞는 3가지 튀김을 정하면 직원들이 포장해 준다. 간식거리로 좋다. 티각태각 주변을 오래 맴돌면 고소한 기름 내음이 온몸에 밸 수도 있다. 순간의 바삭함처럼, 빠르고 강렬하게 다른 곳으로 향해 본다.

●냄비를 차지한 홍게 
홍게라면

라면 냄새는 장소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테면 PC방, 늦은 밤, 분식집 같은 조건에서는, 한국인 그 누구라도 라면 냄새를 무시할 수 없다. 속초중앙시장의 대표 얼굴, 닭강정 골목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토록 향기로운 라면 냄새라니. 몸이 먼저 반응한다. ‘홍게라면’ 문턱을 넘었다. 가게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손님이 꽉꽉 들어차 있다. 홍게와 라면의 향기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다. 주문과 동시에 ‘사나이를 울리는 라면’에 홍게가 입장한다. 송송 썬 대파와 계란물도 함께 나온다. 홍게의 비주얼은 압도적이다. 먹어 보지 않고는 체감하지 못한다. 홍게 한 마리가 내는 감칠맛은 라면맛 전체를 바꿔 놓는다. 가위로 홍게 다리를 부지런히 잘라 국물에 적신다. 몸통은 라면 위에서 잘라야 한다. 홍게의 육즙이 사방팔방으로 쏟아져 나오며 국물을 더 감칠맛 돌게 한다. 상상만으로 군침이 돈다. 라면은 그런 음식인데, 홍게도 그런 음식이다.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
새우아저씨

그래도 속초에 왔으니 오징어순대는 꼭 먹어야 한다. 아바이순대도 같이 곁들이면 좋다. 얇은 지갑과 튀어나온 배가 걱정이다. 이 고민은 ‘새우아저씨’가 해결해 준다. ‘새우아저씨’에서는 오징어순대 한 마리와 아바이순대 반 줄을 섞은 메뉴를 판매한다. 이곳은 아직도 무쇠 가마솥을 고집한다. 또한 튀김과 부침에 사용하는 기름을 2시간에 한 번씩 교체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답 대신에 주인장의 등을 보여 준다.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자’. 묵직한 주인장의 신조가 그대로 전해진다. 깨끗한 기름에 튀긴 음식은 입이 먼저 신선함을 알아챈다.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졌다. 겉에 계란옷을 두른 오징어순대는 말랑거리며 고소했고 아바이순대는 탱탱함 안에 짭조름한 속이 한입에 들어왔다. 이게 바로 속초의 맛이다.  

 

글·사진 김민형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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