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맨손잡기 등 체험 프로그램 인기
11월26일~12월25일까지 한 달간 열려
방어·부시리 한 접시 1만원에 할인 판매

제주를 대표하는 해양문화 축제인 최남단 방어축제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올해는 축제를 한 달간 개최해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11월의 마지막 주말인 27일, 축제가 열리고 있는 모슬포항을 찾았다. 

●방어 손으로 잡을까? 낚을까?

“와아~ 잡았다! 잡았어!”
축제장 가운데 마련된 커다란 풀장에서 달뜬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이리저리 다리 사이를 빠져나가던 방어를 누군가 잽싸게 낚아챈 것이다. 손에 방어를 잡아 든 모습이 전투에 승리해 전리품을 획득한 것 마냥 의기양양해 보인다. 몸집이 크고 살이 토실토실 붙은 방어는 자르르 윤기마저 흐른다.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펄떡거리는 것이 바다에서 막 잡은 것처럼 활력이 넘친다. 이에 질세라 다른 참가자들도 첨벙거리며 부지런히 물속을 헤친다. 여기저기 방어를 잡아 들어 올릴 때마다 사람들이 박수와 함성을 쏟아내며 축제의 흥을 돋운다.   

맨손으로 여러 마리를 잡기도 한다
맨손으로 여러 마리를 잡기도 한다

방어 맨손잡기는 매년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메인이벤트이다. 풀장에 풀어놓은 방어를 오로지 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한 마리만 잡아도 참가비를 뽑는 것은 물론 푸짐한 방어회를 맛볼 수 있어 도전장을 내는 이들이 많다. 날쌘 사람들은 두세 마리를 거뜬히 잡아낸다. 방어를 잡는데 남녀노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어린이 방어 맨손잡기도 진행되는데 어른들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재미난 장면들이 연출된다. 심지어 방어를 쫓아가다 풀장 안에서 헤엄을 치기도 한다. 방어와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에 행사 내내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가두리 낚시로 짜릿한 손맛도 즐긴다
가두리 낚시로 짜릿한 손맛도 즐긴다

짜릿한 손맛을 느끼기에는 가두리 낚시가 제격이다. 항구 앞에 설치된 가두리에 낚싯대를 드리워 방어를 낚아 올리는 것으로 실제 조업 때에도 그물이 아닌 낚시로 잡아 올린다. 낚시 바늘에 미끼를 꿰어 던져 놓으면 방어가 덥석 물고선 줄을 당긴다. 워낙 힘이 좋기 때문에 성인 남성들도 한 번에 낚아채기가 힘들다. 덩치가 클수록 여럿이 붙어 줄을 당겨야 할 정도로 힘이 세지만 손맛 하나는 기가 막히다. 

어린이들의 방어 맨손잡기 체험
어린이들의 방어 맨손잡기 체험

방어 맨손잡기와 가두리 낚시 체험은 주말에만 진행되며 참가비는 2만 원이다. 참여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 데다 인기 행사인 만큼 신청자가 많아 일찌감치 접수해두는 것이 좋다.

 

●쫄깃한 자릿방어 맛보세요! 

축제에 먹거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겨울철 진미인 방어는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2월까지 가장 맛이 좋다. 특히 물살이 센 마라도 해역에서 서식하는 방어는 여타 지역보다 훨씬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자리와 갈치, 고등어 등 먹잇감이 풍부해 겨울 내내 방어가 살을 찌우고 영양을 보충하는데 최적인 환경이다. 제주 방어를 흔히 ‘자릿방어’라고 부르는데 수심 깊은 곳에서 자리돔을 먹고 자라며 바다에서 조업을 할 때도 활 자리돔을 미끼로 쓰기 때문이다.  

살이 토실토실한 방어회
살이 토실토실한 방어회

축제 기간만큼은 방어가 비싸다는 편견은 버려도 된다. 방어·부시리 소비촉진 할인 행사가 한 달 내내 이어진다. 회 한 접시에 만 원이라니, 고물가 시대에 너무나 반가운 행사다. 가격도 저렴한데 인심까지 푸짐하다. 한 접시 당 회를 450g 안팎 담아주는데 2~3명이 먹어도 넉넉한 양이다. 대방어 시식회도 놓칠 수 없다. 싱싱한 방어를 즉석에서 썰어주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다. 식당에서는 별미인 방어 머리 구이도 판매한다.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축제장을 한 바퀴 돌아보자. 각종 주전부리는 물론 금붕어 낚기, 인형 뽑기 등 재미난 부스들이 많다. 한쪽에 아이들을 위한 에어 바운스도 설치되어 있다. 무대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때때로 버스킹이나 색소폰 연주 등 무대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밖에 해녀 가요제와 테왁 만들기, 투호 던지기 등 여러 행사들이 마련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한편 최남단 방어축제 개최에 맞춰 개막 당일인 26일에는 KBS 전국노래자랑 서귀포시편이 모슬포 남항(운진항)에서 열렸다. 이날 녹화분은 내년 1월1일에 방영된다. 

 

●축제와 함께 즐겨요!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는 풍경 송악산

축제장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독특한 화산체이다. 바다를 향해 뻗은 곶 형태로 해안 절벽에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산방산과 형제섬은 물론 날씨가 좋은 날은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둘레길은 약 1시간~1시간 30분 소요된다. 절벽 아래쪽에는 일본군이 전쟁 병기를 숨겨 놓기 위해 뚫어 놓은 동굴 진지가 늘어서 있다.  

수애기 베이커리 카페
수애기 베이커리 카페

카페 투어 성지
수애기 베이커리 카페 & 하늘꽃

축제와 더불어 카페 투어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모슬포항에서 멀지 않은 수애기 베이커리 카페는 바닷가에 인접해 수려한 풍경을 자랑한다. 노을 질 무렵이면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든 눈부신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수애기’는 제주어로 돌고래를 뜻하는데 운이 좋으면 바다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도 볼 수 있다. 직접 구워내는 신선한 빵과 부드러운 커피의 조합이 일품이다. 겉바속촉인 소금빵이 시그니처 메뉴이며 오징어 먹물을 넣어 만든 것도 있다.  

하늘꽃
하늘꽃

송악산 인근에 있는 하늘꽃은 규모가 큰 온실 카페다. 이름처럼 하늘에서 꽃이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지로 유명하며 야외도 잘 꾸며져 있다. 최대 250명까지 수용 가능한 데다 주차장도 넓어 단체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산방산
산방산
용머리해안 
용머리해안 

신비로운 자연에 감탄하는
산방산·용머리해안 

송악산에서 산방산까지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산방산을 마주 보며 달리는 길이 으뜸이다. 산방산은 해발 395m에 이르는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산 중턱에 자연 석굴인 산방굴사가 있으며 안쪽에 불상이 모셔져 있다. 계단 중간에 전망대가 있어 용머리해안과 일대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제주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용머리해안은 겹겹이 쌓인 지층 구조가 환상적이다.

 

▶mini Interview  
강정욱 축제위원장

“쫄깃한 자릿방어 맛보세요!”

강정욱 축제위원장
강정욱 축제위원장

-축제가 3년 만에 개최되었다. 소감은. 

22회째를 맞는 최남단 방어축제는 2001년부터 시작된 제주의 대표적인 축제다. 코로나로 2년 동안 개최하지 못했는데 올해 다행스럽게 축제를 열게 되었다. 덕분에 어민들이 잡아온 방어를 제때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예년과 달리 올해는 축제가 한 달간 이어지며 저렴한 가격에 방어를 맛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방어·부시리 소비촉진 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한 접시에 1만5,000원인 가격을 한 달 동안 1만 원에 판매한다. 체험 프로그램은 이태원 참사 여파로 축소됐다. 바다에서 진행되는 선상 경매와 소라잡기 체험은 안전상 이유로 취소했으며 방어 맨손잡기와 가두리 낚시 체험만 주말에 진행한다. 


-방어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 달라.

하루 정도 숙성을 시키면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 방어는 된장에 식초, 양파 등을 썰어 넣어 만든 양념장을 곁들이면 좋다. 특히 김치와 궁합이 잘 맞는데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물리지 않는다. 

 

▶제주 바다를 깨끗하게!
ESG 여행문화 ‘줍젠’ 행사 성료

제주도관광협회
제주도관광협회

최남단 방어축제 개막 다음날인 가파도에서는 도민과 여행객들이 함께한 ‘줍젠’ 행사가 열렸다. ‘줍젠’은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회장 부동석)가 비치 클린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마련한 ESG 여행문화 캠페인으로 제주미니, 디프다제주, 플로빙코리아 등 SNS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내외 환경 관련 단체들이 다수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올해 4번째로 진행된 줍젠 행사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희망해 도항선을 추가로 투입했으며, 약 300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바닷가 대청소를 진행했다. 장갑과 집게 등을 챙겨 들고 온 이들은 오전 일찍 가파도를 도착해 섬을 여행하고, 오후에는 다 함께 해안에 밀려든 해양 쓰레기와 바위틈에 쌓인 생활 쓰레기들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또한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 정화 활동을 교육받기도 했다. 반나절 가량 수거된 쓰레기는 약 4.5톤에 달한다.   

제주도 바다를 깨끗하게 지키기 위한 줍젠은 2021년부터 유명 인플루언서를 통해 캠페인이 확산되었고, SNS를 통해 건강한 여행 문화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제주를 달리는 청년 모임 제주러닝크루(제주RC)의 이규호 대표는 “크루원들과 4km 남짓한 둘레길을 달리고 곳곳의 쓰레기를 치웠다. 평소 관광지로만 생각하던 가파도에 애정을 갖고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서 “여행과 취미 활동에 환경 정화를 결합하면 그 장소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한편 2022년 줍젠 행사는 가파도를 마지막으로 종료되었으며 제주도관광협회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인 ‘여기바로제주’ 또는 홈페이지에서 내년 행사 스케줄 확인이 가능하다. 


제주 글·사진=정은주 Travie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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