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에 울고 환율에 조마조마 희망에 기대며 버틴 700일 ‘난중일기’

위기를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위기를 복습하는 것은 앞으로의 위기를 예습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행신문이 2년간의 내국인 출국 통계와 시기별 헤드라인을 통해 위기의 패턴과 영향을 정리해봤다.

2008년 8월1일, 전국의 여행사 수가 전월 대비 무려 1203개가 줄었다.(한국관광협회중앙회 조사) 특히 경기 지역의 여행사들은 712개나 줄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금융 위기는 9월 중순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이 체감 경기 지표를 여실히 반영하는 여행지수는 이미 여름에 들어서면서 급감하고 있었다. 2008년 7,8월 성수기임에도 성장률은 전년대비 -13%, -11%를 보였다. 상반기에 이미 경기침체와 고유가, 환율 상승 등으로 여행 시장이 크게 둔화됐던 상황. 8월에는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면서 아예 유행어처럼 퍼졌고, 상장여행사들의 주가는 하루 사이 2,000~3,000원씩 폭락하기 일수였다.

그후로 여행사들이 겼었던 일들은 뉴스 헤드라인과 그래프에서 보이는 그대로다. 어둡고 긴 위기의 터널이 시작됐다. 횃불이 없으니 촛불, 성냥개비라도 켜야했다. 이 기간동안 여행사들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터널을 헤쳐나갔고, 어떤 결과를 남겼을까?



■우선 무급휴가·감봉…인재 이탈

성수기에 벌어서 비수기에 먹고 산다는 여행사들은 위기를 감내할 ‘스폰지’가 없었다.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는 게 유일한 대책이었다. 한진관광은 8월 초에 노사가 함께 임금동결에 합의했고, 하나투어와 자유투어는 일찌감치 2008년 9월1일부터 조직을 축소, 개편했다. 모두투어는 9월1일부터 임원진 급여 삭감, 과장급 이상 직원의 급여 유예, 전직원 무급휴가 등을 실시했다. 여행사들의 비상경영 1단계는 이처럼 몸집 줄이기로 시작돼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가까이 지속됐다.

>>>인재 관리의 중요성 인식, 인센티브 정책 확산 무급휴가는 재충전의 의미가 있었지만 감봉으로 인한 금전 활동 위축과 사기 저하, 중견급 실무진의 이탈은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 2009년 12월 대부분 여행사들이 일손이 달려 애를 먹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주식 등을 통해 감봉분을 되돌려주기도 했지만, 이미 팀장급 이탈은 심각했고, 신입직원들은 교육이 부족해 시행착오가 불가피했다.
여행신문이 6월 대표적인 여행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체로 위기 후 ‘인적 자산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는 답이 많았으며, 시장이 잘 될 때 충분한 보상과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와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케팅 “새롭지 않으면 의미없다”

종합 일간지 광고도 줄이거나 중단하는 여행사들이 늘어나 이 기간 여행 광고는 50% 이상이 줄었다. 월요일 조선일보에는 여행사 광고가 10개 이하로 떨어졌다.
여행사들은 장노년층의 보수성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신문 광고 대신 보다 직접적인 마케팅 채널을 찾았다. 바로 홈쇼핑과 SMS, 이메일 등이었다. 홈쇼핑은 한번의 방송으로 수백명 모객이 가능하다는 안정성 때문에 비수기 타개책으로 애호됐다. SMS나 이메일을 통해 특가 상품 정보를 내보내면서 여행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또 관광청, 카드사와 연계하거나 야구 구단, TV드라마를 통한 PPL 등 제휴 마케팅도 확산됐다.

>>>무분별한 저가 양산…시도는 긍정적 하지만 홈쇼핑과 SMS 등은 지나친 저가 경쟁으로 이어져 문제가 됐다. 홈쇼핑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너나할 것 없이 상품가를 낮췄고, 지상비를 줄여 비현실적인 가격을 만든 탓에 현지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도 많았다. 한편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한 점만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자유투어는 “홈쇼핑과 스포츠 마케팅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M&A, 패키지 철수와 업무제휴 확산

여행사들의 부도설, IVR 여행사의 패키지 철수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랜드사들은 루머를 확인하며 미수금 독촉을 벌이는 등 해프닝도 벌어졌다. 실제로 여행가, 여행사닷컴을 비롯해 많은 여행사들이 사라졌고, 코오롱여행사, 현대드림투어 등이 패키지를 접었다. M&A 열풍도 거세게 불어 호텔트리스는 BT&I와, 오케이투어는 레드캡투어, CJ월디스는 하나투어, 세계투어는 클럽리치와 통합됐다.

여행사간 업무 제휴도 일종의 바람을 탔다. 오케이투어는 경기·서울 지역의 12개 여행사 연합체인 ‘여행사연합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세계투어와 한진관광도 업무체휴를 맺었으며 이외 ‘스와핑’이라고 하는 직원 상호 파견도 여럿이었다.

>>>여행사 부도로 소비자·랜드사 피해 막심 그나마 소비자들은 서울시협 등을 통해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수년째 미수금이 쌓였던 랜드사는 억대 규모의 돈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 M&A 역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지는 않았다. 세계투어와 클럽리치는 성급하게 합병됐다가 주주 회의에서 무산되면서 충격을 줬다. 올해 초 새롭게 출범한 통합사업부가 다시 해체되면서 양사 모두 혼선을 빚었고, 항공 홀세일을 통해 대리점들에 주기로 했던 상품권과 인센티브 지급 약속이 흐지부지되면서 업계내 불만도 고조됐다. 이외에도 대체로 흡수된 업체는 자금력 확보 등 긍정적 측면이 있었지만 흡수한 업체는 기존의 시장을 확장하는 효과 뿐 사업 다각화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희망에 기대며 버틴 700일 ‘난중일기'

■신사업 투자, FIT·온라인 강화

당장의 시장은 좋지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이 절실했다. 몇몇 여행사들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거나 특정 속성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자유투어는 국내 골프에, 모두투어는 모두투어에이치앤디를 출자 설립하며 호텔 사업에 진출했다. 투어2000과 자유투어, 클럽리치와 합병했던 세계투어는 항공홀세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참좋은여행 등 패키지사들은 온라인과 FIT 강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실감하고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한편 하나투어는 2008년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2009년 드라마 아이리스 제휴 사업을 펼쳤으며, B2X2C라는 양방향홀세일을 제시했다.

>>>시장 성숙 준비하는 발판 각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마 항공홀세일 사업 등은 이른바 ‘풀컴’ 판매로 가격 경쟁이 격화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모두투어의 경우 호텔 사업에 대해 “점유율이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인바운드와 시너지도 적지 않다”면서도 “해외여행 불황기에도 국내호텔 시장은 상대적으로 호황이라 시류를 타고 시장에 진입하려고 했지만 호텔 판매와 홀세일 유통을 접목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하나투어는 중국 법인이 차스닥 상장 기준에 부합할 만큼 성장했고, 드라마 아이리스 제휴건은 협찬이 아닌 ‘사업’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아이리스 관련 독점적인 상품 기획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억 이상의 인바운드 수익을 달성했고, 여전히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한편 B2X2C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직판을 원하는 랜드, 소규모 여행사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선미 기자 sun@traveltimes.co.kr



■불황기에 색다른 인사 관리로 성공하는 노하우

인적 서비스 비중이 높은 여행사들이 오히려 인사 관리에 무디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지난 위기는 이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불황기에 감행했던 감원, 감봉은 결국 경쟁력 약화라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여러 여행사 CEO들이 실패한 위기관리 정책으로 인사 관리를 꼽았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인력 재배치 등 효과적인 인사 관리를 통해서도 충분히 위기를 타파할 수 있다. 실제 미국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불황기 인사관리 노하우를 알아본다.

1. ‘현장’에 관심을 가져라
미국의 텍사스 상업은행(Texas Commercial Bank)은 1990년대 초 걸프전으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 순회 진단팀을 운영했다. 진단팀은 수천 명의 종업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직원과 고객을 가장 화나게 하는 제도를 찾았다. 이를 통해 회사는 당초 세웠던 목표를 두 배나 초과하는 1억 달러 이상의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기업 문화 컨설팅 전문 회사인 컬쳐싱크(Culture Sync)의 데이브 로건은 “불황기 불필요한 소문의 역효과를 방지하는데에는 직원들이 조직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듣고,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해 주는 작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한다.

2. 인센티브 제도를 재점검하자
미국의 경기 침체기였던 2001년, 야후의 HR책임자로 임명된 리비 사틴은 가장 먼저 보너스 제도부터 개선했다. 전직원에게 직급에 따라 주어지는 대규모 보너스를 없애는 대신, 별도 기준으로 선발된 15~20명 또는 팀에게 그 재원을 활용하는 수퍼스타 상(Superstar Awards)를 만들었다. 선발된 수상자들의 업적이 다른 직원들에게 잘 알려지도록 하는데에도 신경을 씀으로써 이 제도는 다른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유도했다. 비상 상황에서는 습관적으로 주어지는 보너스 등 인센티브 제도를 효과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3. 인력을 재배치 하라
미국에서는 매년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을 거둔 중소 기업에게 ‘블루칩 엔터프라이즈’라는 상을 수여한다. 1990년대 초 불황기에 이 상을 수상한 중소기업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여행사 몬트로즈 트래블(Montrose Travel)이다. 당시 걸프전 등에서 비롯된 불황으로 많은 여행사들이 도산하는 등 여행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몬트로즈 트래블은 경쟁사들이 위기에 반응하기도 전에 수익성 없는 거래를 과감하게 끊고, 영업 역량이 있는 인력을 발굴해 ‘판매 부서’에 재배치했다. 아울러 관리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판매와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 및 보상 제도를 개선했다. 그 결과 회사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인력 재배치를 통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은 인위적 감원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4. 인력이 아닌 ‘인재’를 확보하라
미국의 제약 개발 회사인 아이시스(Isis Phamaceticals)는 평소 생명공학 업계의 우수 과학자에 관심을 두고 상시 인재 모니터링을 한다. 불황기가 오면 장기간 관찰한 결과가 긍정적인 대상자에 한해 장기 근무를 보장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아이시스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검증된 인재를 확보하는데 불황기를 잘 활용하는 기업의 사례다. 반면, 신입 사원 채용의 경우 불황기라는 거친 시기를 조기 육성의 좋은 기회로 삼는 전략이 유용하다. 불황기에는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기회 손실이 커지고 채용 예산이 타이트해지기 쉽다. 검증된 경력 사원 중심으로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잠재력 있는 신입 사원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우선 순위를 분명히할 필요가 있다.

출처 = LG ERI 리포트(LG Business Insight 2008)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