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업계 근무 대부분 만족 … 회의감도 만만찮아 과도한 직무요구에 ‘가슴앓이’

“여행업은 너무 불안해” VS “여행업 자체가 매력적”

팀장급 이하 직원들은 여행업계의 허리이자 다리다. 이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이고 단단하게 지탱해 주느냐에 따라 개별 업체는 물론 여행업계 전체의 성패도 판가름 난다. 이들은 과연 어떤 고민과 희망을 갖고 있을까. 또 현재의 업무와 회사, 여행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여행사, 항공사, 랜드사, 관광청 등의 팀장급 이하 직원 70명을 대상으로 직무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자.<편집자 주>


★어느 여행사 모 대리는
지금의 여행사로 이직한 지 5년째다. 적체된 인원이 많아 갈수록 승진이 늦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해 차·부장급 상사들이 줄줄이 내몰리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늦은 승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장 승진 때까지 적어도 3년은 안전(?)하니까…. 솔직히 팀장이 되고픈 생각도 없다. 실적 부담이 너무 크고, 월급도 실적과 연동돼 지급되니 어떤 때는 기본급 비중이 큰 부하 직원이 더 나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지만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하기 힘들 것 같아 걱정이다. 나이도 30대 후반이니 옮기기도 쉽지 않고…. 이 나이에 손님들 리스트나 정리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회의감도 크다. 한 때는 여행이 좋아서 월급 130만원을 받고도 즐겁게 일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10중 9명, 현 직업에‘만족한다’

여행업계 팀장급 이하 직원들의 현 직업 및 직무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 직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물은 결과 전체의 과반수인 58%(만족 49%, 매우 만족 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답한 34%까지 감안하면 90% 이상이 보통 이상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불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으며 ‘매우 불만’이라는 응답은 아예 없었다. <그래프 1>

‘현재의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같은 양상을 보였다. ‘전혀 그렇지 않다’가 17%, ‘그렇지 않다’가 52%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응답비율이 역시 과반수인 69%를 차지했다. ‘후회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으며 27%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현 직무에 대한 만족도와 마찬가지로 90% 이상이 현재의 직업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프 2>

현재의 직무 및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사대상의 63%가 이직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58%는 만약 이직을 한다면 여행업계 이외의 업종을 택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직하고 싶은 여행업계 이외의 업종으로는 교육, 유통, 방송, 공직, IT, 자영업, 외식업, 출판 등 다양하게 거론됐다. <그래프 4, 5>

다른 업종을 선택하는 이유 또한 다양했는데 ‘여행업은 경기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아 항상 불안하다. 업무량에 비해 연봉이 적어 결혼하고 가정을 꾸미기가 힘들다. 매일 비슷한 업무가 반복돼 창의적이지 않다. 평생직업으로 삼기 어려워 보일 때가 많다’는 등 여행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이직을 하더라도 여행업계 내에서 하겠다고 답한 비율도 42%로 팽팽했다. 여행업계 내에서의 이직을 택한 이유로는 ‘경력을 이어가고 싶어서, 잘 알고 있는 분야의 일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경력관리에 초점을 맞춘 응답이 많이 나왔다. 이와 함께 ‘여행업계는 비전도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 생산으로 늘 새로운 재미가 있다. 매일매일 역동적이고 재미가 있다. 진취적으로 새로운 일을 창조하고 기획할 수 있다. 어디서든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타 업계보다 자유로워서 좋다. 여행업 자체가 매력이 있다.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주어진다면 몸이 닳아 없어지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등의 여행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그래프 3>



■‘월급날’가장 그만두고 싶다

가장 이직하거나 퇴사하고 싶을 때는 언제일까? 예상했던 대로 초라한 급여 및 복지체계와 관련된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들의 답변을 형태별로 분류해 종합한 결과 ‘급여 및 복지’와 관련된 게 전체의 35%로 1위에 올랐다.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낮은 임금, 일도 많은데 경제적으로 힘들 때, 타 업종과의 연봉 비교 후, 타 기업의 잘 마련된 복지조건을 볼 때’ 등등인데 한 응답자는 가장 퇴사하고 싶은 때로 ‘월급 받은 다음 날’이라고 답해 여행업계의 열악한 임금수준에 대한 회의감을 함축적으로 표출했다.

급여 및 복지 관련 응답과 함께 업무추진 과정에서 조직 내에서 겪는 갖가지 갈등과 불만들도 퇴사나 이직을 떠오르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거론됐다. 전체의 33%가 회사의 부당한 대우 및 인사, 수직적 조직문화, 동료·상사와의 마찰, 비체계적인 업무, 회사조직의 한계를 느낄 때 등을 꼽았다. 경제적 이유와 함께 회사 내에서의 업무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합리한 요소들이 팀장급 이하 직장인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는 주된 요인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업무과다 및 압박감(14%), 적성 및 비전(9%), 고객과의 마찰 등 기타(9%)는 적게 거론됐다.

■“돈보다는 능력 개발이 중요”

그렇다면 현재 받고 있는 연봉과 자신이 희망하는 연봉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현재 적정한 연봉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1,200만원까지 자신의 희망연봉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격차는 평균 612만원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한 명은 “기존 직장보다 1,000만원 이상 적게 받고 현재 회사로 이직했다. 1,000만원 이상의 가치 있는 업무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렇다. 지금도 기존 직장보다 현저히 적다. 그러나 돈 못지않게 경력이나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연봉수준보다는 업무의 내용이나 질적인 측면을 더 중시했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여행사, 너무 돈만 생각해”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나 부조리에 대한 회의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 입문 이후 당초 생각과 가장 달랐던 점을 물은 결과 “창의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구태의연한 상품만 계속 팔려고 한다” “가격경쟁에만 치우치다보니 정작 손님을 위한 일정이나 상품을 판매하기 힘들다” “여행사가 너무 돈만 생각해 싸고 많이 팔리는 상품만 기계적으로 판매한다” “업무스타일이 매우 조잡하고 체계적이지 않다”는 등 여행사 일선 현장의 실무자로서 느끼는 회의감들이 표출됐다. 또 항공사-여행사-랜드사 분리구도에 따른 암묵적 횡포가 심하고, 여행업계의 전반적인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직원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전문성이 낮아 이직이 잦다, 사내에서의 정치적 플레이가 심하다는 의견 등 현재 여행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화적 부조리에 대한 지적들도 많았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