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여행사의 업무 중 처음과 끝은 항공카운터에서 이뤄진다. 새로운 리조트, 어트랙션, 대형 박람회가 열린다 해도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여행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2007년 전자티켓(Electronic Ticket)이 상용화 되는 등 항공카운터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거쳤다. 또 항공사 제로컴이 만연해진 탓에 항공카운터의 업무는 물량과 속도에 집중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이런 이유들로 일부에는 카운터 권한 축소를 넘어 존폐 자체를 논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직 카운터들은 그들의 고유 업무는 간단하지 않으며, 여행업계에서 새롭게 창출 할 수 있는 수익모델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편집자 주>

■어제┃절대 권력, 언니들의 힘!

지금은 항공발권에 필요한 업무가 컴퓨터를 통해 편리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휴먼파워가 크게 작용했고, 그 능력은 경험과 연륜에서 나왔다. 삼화여행사 이미숙 실장<사진>은 “88년도 처음 여행사 카운터에 입사했을 때 실장님은 얼굴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그 능력과 카리스마가 컸다”며 “단순히 업계 선배라서가 아니라고 어려운 발권을 척척해냈고, 이 때문에 항공사, 여행사 내부에서도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80년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OAG(Official Airline Guide)로 항공에 관한 업무가 이뤄졌다. 세계 항공사들의 스케줄과 요금이 나와 있는 일종의 항공 백과사전과 같은 것. 하지만 카운터 요원으로서 OAG를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카운터 실장 등 이른바 ‘언니’들이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숨겨놓기도 했다.

또 80~90년대에는 각자 노하우를 적은 ‘비밀노트’도 선배들의 큰 무기였다. 이 실장은 “‘언니’들이 만든 노트는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큰 재산”이라면서 “그들이 노트를 만들었 듯이 매일 늦게까지 공부했던 추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신입 직원들은 자리에 앉을 겨를도 없었다. 항공 시스템이 전산화 돼 있지 않았던 시절, ‘국어 대사전’처럼 두꺼운 PNR(항공권 발권에 필요한 탑승자 이름, 여권번호, 여권유효기간 등의 정보)을 들고 항공사 이곳저곳을 다니며 직접 발권을 했었다. 80~90년대 당시에는 항공사 영업부와의 우정도 지금보다 진했다. 좌석 확보, 특별요금을 받는게 카운터 실장의 능력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오늘┃물량 집중, 업무 단순화 극복해야

“회사의 능력은 카운터 실장 능력에 달려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여행사의 핵심 집단이었던 항공카운터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 전자티켓과 GDS·CRS의 발전 등의 이유로 항공카운터의 존폐에 갑론을박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항공카운터 1세대인 1970~80년대에는 사람의 능력이 가장 중요했지만 지금은 예약 시스템의 발전으로 항공카운터 업무로의 접근이 쉬워졌다. 예전같이 OAG를 일일이 찾았어야 한다면 지금은 명령어 몇 개에 항공스케줄, 요금까지 볼 수 있을 정도다.

또 제로컴은 항공카운터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항공사의 볼륨인센티브를 기대하며 항공권 물량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자기계발 보다는 기계적인 ‘항공발권’에만 머무르는 경우도 많다.

오케이투어의 하자연 실장<사진>은 “여러 여행사들이 항공권 발권 카운터 전화를 막고 전산화를 통해 접수된 예약을 발권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어 정작 항공 카운터들이 필요한 경험 기회가 줄어들고, 자기 계발에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업무 단순화는 항공카운터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영향력도 위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내일┃잘 숙성된 와인 같은 능력을 발휘

항공카운터의 상담기술과 여행관련 정보를 이용해 스스로 여행사를 창업할 수도 있다. 많은 카운터 실장들은 1인 기업체제로 성공적인 창업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업계를 발전 시키면서 항공카운터의 위상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항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으로 여행사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쌓을 수 있는 이유는 항공카운터의 폭넓은 업무 영역 때문이다. 항공카운터는 항공사, 랜드사, 여행사 영업 직원들과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업무 조율이 필요한 만큼 빠른 정보를 취합할 수 있으며, 각 분야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버무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카운터의 업무인 항공을 기반으로 한 각종 상담 기술을 상품 기획에 접목시켜 ‘카운터+MD’의 영역을 만들 수 있다. 예전에는 소비자들에게 여권, 비자 발급, 항공기 탑승 순서, 항공편 요금 안내 등 단순한 수준의 정보 제공에 그쳤지만 지금은 여행과 관련된 호텔·리조트, 가이드, 랜드, 지역 소개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나투어 한혜윤 부장은 “항공이 주가 된 MD로서 역할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여행사들이 개별여행 시장의 도래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nterview
최재원 디디투어 항공예약발권팀 과장

여성들만의 영역? 남성만의 능력을 보여줘!

오늘날 남성 항공카운터를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처럼 쉽지 않다. 항공카운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 필요해 남성들은 다소 역량이 부족하며, 아직까지는 여성위주의 사회인만큼 남성들의 적응이 쉽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남성 항공카운터로서 대한항공 수선화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디디투어 항공예약발권팀 최재원 과장이 말하는 남성 항공카운터의 세계를 들었다.

-남자 항공카운터로서 누리는 혜택은.
여성 선배들로부터 주옥같은 항공권 발권 노하우와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발권 노하우는 자기의 재산으로 잘 알려주지 않지만 청일점이라는 이유로 비법을 전수해 준다. 아직까지 카운터는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탓에 그들을 잘 이해 못하기도 하지만 부하 직원들을 잘 통솔할 수 있는 상황별 대처법을 배울 수 있다.

-남자도 항공카운터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이유는.
항공카운터와 가장 긴밀한 관계의 항공사 남성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 남다르다. 여행사 영업부와도 마찬가지다. 또 시스템에 강하다. 보통 남자들이 여자들보다는 기계에 능통한 편이다. 컴퓨터가 고장났거나. 시스템이 다운되었거나, 프린트가 안 나오거나, 예전에 페이퍼티켓이었을 때 티켓이 걸리는 등의 문제와 마주치면 남자들이 더 잘 대처했던 것 같다.

-반면 애로사항이 있다면.
여성들의 사회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씩 그들과 유화되면서 오히려 많은 기술을 습득한 것 같다. 또 여자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이 종종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는 더욱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채찍질이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원동력인 것 같다.

-에피소드는.
매년 개최되는 수선화회 팸투어 때 장기자랑에 반드시 참가하게 된다. 여자 선배들이 강력히 원하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원더걸스의 노바디, 2009년에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를 했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선배 실장님들과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