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란 업무의 단절일까, 아니면 더 나은 업무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일까. 예전에는 황소같이 업무에 매달려 책상 앞에 진득하게 붙어 있는 사람에게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이젠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했다. 몸을 혹사하다가 병이라도 나서 쓰러지게 되면 오히려 회사는 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잘 쉬는 사람이 더 일을 잘하는 시대가 됐다. 우리 여행업계에게도 휴식의 중요성은 똑같이 적용된다. 회사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인 휴게실을 업계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편집자 주>


-적절한 휴식은 집중력과 연결…회사차원에서 휴식 장려해야

■휴식이 능률을 보장한다

피곤해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되면 피로는 더욱 가중되고 주의력과 집중력이 흩어져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그 실수는 회사의 명운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만큼 휴식이란 결코 일과 상관없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회사에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휴식을 취하기란 쉽지 않다. 전날 야근과 숙취에 찌들었어도 회사의 휴게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면 책상에 앉아 반은 졸고 반은 깨어있는 몽롱한 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고 1시간을 일하더라도 집중력 있게 하는 것이 낫다.

많은 이들이 최고의 휴식으로 꼽는 낮잠은 어떨까.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내 활력의 근원은 낮잠이다. 낮잠을 자지 않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낮잠이 업무능률을 35% 향상시키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50% 개선시킨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의하면 꾸준히 낮잠을 자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낮아지며, 30분 전후의 낮잠은 일의 능률을 올릴 뿐만 아니라, 뇌에 안정감을 주어 밤의 숙면을 돕기도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낮잠이나 휴식 등으로 피로를 푸는 것은 눈치를 봐야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취해야할 필수적인 요소이다.



■노래방과 카페도 갖췄다!


회사원들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회사 휴게실을 대표적으로 꼽는다. 휴게실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자 밖에 나가지 않고 회사 내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휴게실은 회사 복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바라고 있어도 회사의 정책과 여건상 아예 없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업계에서도 본받을만한 휴게시설을 갖춘 곳은 타 회사 직원들에게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행박사는 직원 휴게시설이 잘 갖춰진 곳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단순한 휴게실은 물론이고 카페, 노래방, 체력단련실 등을 갖춰 차원이 다른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쉰다는 의미의 일본어 ‘야스미’는 커피와 차 등 일반 카페와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곳으로 각종 책도 구비해 북카페의 분위기를 연출해놓았다. 외부 미팅이나 고객과의 상담을 편히 가질 수 있어 좋고, 직원들은 중요 손님이 올 때도 외부로 나갈 필요가 없어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다. 카페 같은 분위기라 회의를 하더라도 좀 더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가능하다. 음료는 직원포인트 제도를 통해 결제할 수도 있다. 근무시간에 좀 더 일찍 오거나 행사에서 우승하는 등의 경우 쌓이는 포인트는 카페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기에 업무와의 연계성도 좋다.

같은 층에는 방음시설을 갖춘 노래방도 있다. 최신곡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여행박사의 휴식시설을 단적인 예로 보여주는 곳으로 누구나 아무 때나 와서 소리를 지르고 스트레스를 풀도록 만들어졌다. 상담 중에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쌓기 보다는 발산하도록 돕고 있는 만큼 스트레스 해소에 즉효약이다.

직원 휴게실에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을 갖춰 식사도 할 수 있고 더운 여름에는 샤워도 가능한 샤워실도 있다. 점심 시간에 도시락을 가져오는 이들이 따뜻하게 데워먹거나 냉장고에서 찬을 가져다 나눠먹기에도 적합하다.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분된 휴게실은 누구나 편히 와서 쉴 수 있도록 하며 졸리면 메신저에 이용사실을 알리는 정도만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체력단련실에는 각종 헬스기구나 탁구대 등의 운동기구가 체력유지에도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져 있다. 실로 휴게실만큼은 대기업 부럽지 않게 구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박사 측은 “하루 8시간 일을 하더라도 전부 일만 하는 것이 아닌 만큼 효율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회식을 하거나 늦을 경우 집이 먼 사람은 잠을 잘 수도 있고 출장 후 휴식을 취하기 좋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휴게설비 구비보다 활용이 중요…휴식의 인식 제고도 필수


■옥상공원과 미니바도 갖춰져

하나투어는 내부에 도서실과 휴게실 겸 회의실과 옥상정원을 가지고 있다. 도서관은 직원들이 책을 신청하면 구매해서 비치하는 곳으로 만화책부터 경영, 경제 서적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비치해놓았으며 6층 휴게실은 휴게공간이지만 회의도 있다보니 파티션을 치고 좀 더 개인적인 공간으로 바꿨다. 색다른 것은 옥상정원이다. 도심환경개선을 위해 서울시와 빌딩 측이 함께 옥상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으로 도심 속 공중정원이라 부를 만큼 초록의 자연을 콘크리트 빌딩 안에 구현해 놓았다. 하나투어 측은 “기존에는 수유실과 여직원휴게실이 있었지만 지난해 위기가 불거지면서 없어졌고 현재도 휴게실에 적극 투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면서 “그러나 경기가 더 좋아지면 휴게실 이용과 관련한 정식 안건을 통해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호텔재팬닷컴(www.hoteljapan.co.kr)을 운영하는 비코티에스도 휴게실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말 마포구 서교동에 새로 사옥을 마련하고 둥지를 튼 비코티에스는 옥상 휴게실, 양식과 좌식 의자가 있는 휴게실, 미니바(bar)등을 설치해놓았다. 미니바는 2층부터 4층까지 구비돼 커피나 차를 마시며 활용하고 있으며 손님이 올 때는 미팅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직원휴게실은 좌식과 테이블을 겸용해 각자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배려했고 점심시간에 도시락이나 식사를 하는 용도로도 쓰이며 옥상휴게실은 흡연자뿐만 아니라 업무 후 직원들이 음식을 시켜서 만남을 갖는 공간이기도 하다.

■휴게실, ‘졸릴 때’ 절실하다

여행업계는 아직 회사 휴게실을 적극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인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회사에 휴게실이 있는 경우에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전체의 39.5%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고 일주일에 1~2회 정도 이용한다는 응답은 25.6%로 두 번째였다. 회사 휴게실이 있어도 회의실과 같이 쓰이고 있기에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응답도 있었으며 쓸 수는 있지만 ‘윗사람’ 눈치를 보기 때문에 차라리 가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휴게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는 ‘졸릴 때’가 31.5%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동료와 이야기할 때’는 27.4%, ‘식사할 때’는 20.2%,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가 8.9%였다.

‘회사 휴게실에 있었으면 하는 것’으로는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 33%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아무래도 피곤할 때는 누워서 쉬는 것이 가장 그립다는 응답이 많았다. 두 번째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설비를 원한다는 답변이 13.8%로 뒤를 이었고 남성 또는 여성 전용휴게실에 관한 답변이 12.2%로 나타났다. 소파 역시 누워서 쉬거나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기 좋기 때문에 11.2%의 지지를 얻었다.

■휴식이 곧 능률이란 인식이 중요

직원들의 바람과 달리 아직도 많은 업체들은 휴게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신종플루 등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군살을 뺀다는 목적아래 있었던 휴게실을 없애버리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죽느냐 사느냐의 절박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희망적인 것은 많은 업체들이 직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재정적 상황이 지난해의 충격에서 완전 회복된 것이 아니어서 다른 직군의 기업들처럼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휴게실의 존재가 복지 및 능률과도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며 앞서 소개한 업체들처럼 ‘더 나은 휴게실 설치’가 늘면서 타 업체들도 휴게실을 강화하려는 계획에 좀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휴게실을 갖추는 것만이 아니라 활용이 더욱 중요하다”며 “휴식이 노는 것이 아닌 능률 향상이라는 인식 제고가 선행되고 직원들도 맘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작업이 계속돼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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