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대한항공의 항공권 판매수수료 자유화(제로컴) 체제가 본격화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초반의 혼란에 비해 다소 진정된 상태다. 올해 는여행 수요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각 여행사들은 제로컴에 대한 반발보다는 좌석 확보가 최우선 사안이 됐고, 항공사가 좌석 배분에 따른 ‘칼자루’를 잡으면서 논란도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특히 취급수수료 부과 및 정산 시스템인 TASF에 대한 이용이 증가되고 있어 피할 수 없는 제로컴 시대에서 여행사들의 활로찾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제로컴 이후 6개월, 우리 업계에 미친 영향과 그간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실시 6개월 … 동참 항공사 늘어나
-이제는 ‘어떻게 받을지’ 고민할 때

■제로컴 실시 항공사 늘어

대한항공의 제로컴 선언 이후 제로컴 대열에 합류하는 여행사 숫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에어프랑스(AF), KLM네덜란드항공(KL)이 1월1일부터, 루프트한자독일항공(LH)은 4월부터 제로컴 체제에 돌입했으며 유나이티드항공(UA)이 7월부터, 핀에어(AY)가 8월부터 제로컴 실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항공권 발권수수료를 0%로 조정하는 항공사가 늘면서 다른 항공사들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제로컴 도입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 여행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제로컴까지 2년의 준비기간을 줬지만 최근 제로컴을 선언하는 항공사들은 겨우 몇 달의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의 경우 4월1일 발권분부터 제로컴을 시행한다는 고지를 3월에 통보했고,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5월 초에 7월부터 항공권 판매 수수료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여행사에 알렸다. 스위스항공(LX)도 4월1일에 불과 1달 뒤인 5월1일부터 수수료 제도를 폐지한다고 공지했다. 제로컴은 아니지만 최근 타이항공(TG)의 경우도 5월초에 7월1일부터 국제선 발권 기준 여행사 발권 수수료를 7%에서 5%로 조정키로 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말 그대로 의견 수렴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 통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나항공에 주목한다

이처럼 준비기간이 부족해진 제로컴 체제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역시 아시아나항공(OZ)의 제로컴 여부이다. 올 초 여행신문이 각 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권 발권수수료 정책의 변화에 대해 문의한 결과 상당수의 항공사들이 ‘결정된 바 없으며 시장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러한 항공사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사항은 아시아나항공의 정책이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국적사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굳이 지금 나서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움직임에 따라 제로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일본항공(JL)과 ANA항공(NH) 두 일본 국적항공사가 국제선 항공권 판매수수료 폐지 정책을 선택하면서 대세는 제로컴으로 기운 바 있어 국적사의 움직임은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고민은 깊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제로컴과 맞물려 각 여행사의 아시아나항공 발권이 상승했지만 지금은 주춤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매번 취급수수료(TASF)를 설명해야 하는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 발권이 기존 방식대로 판매할 수 있어 보다 수월했기에 보이지 않는 판매 독려 효과가 있었다. 특히 장거리나 고급 클래스의 경우 항공요금이 높아 수수료도 올라가므로 수수료 징수에 어려움이 컸던 만큼 아시아나항공 선호도는 강했다. 구매자도 대한항공 단독노선이 아닌 이상 결제가 편리한 아시아나항공 구매를 선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취급수수료의 인지도가 올라가며 정착되는 분위기고, 여행사가 원하는 수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자나 구입자 모두 예전과 같은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상승세는 예전과 같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VI와 항공권 판매수수료를 동시에 지급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자체 분석 결과 여행사의 5월 자사 발권 비중이 지난 1월에 비해 약 1% 정도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제로컴 실시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여행사가 얼마나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정책 유지나 변경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적응하느냐 도태하느냐

그러나 국적사의 정책 변경과는 상관없이 이미 제로컴은 세계적 추세로 자리하고 있다. 상당수 외항사의 본사 정책은 제로컴에 가깝고 한국시장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타사의 분위기를 따르겠다는 점에서 속내는 제로컴을 원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발권수수료 매출 비중이 큰 중소 업체의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어 고심 중이다. 미국의 경우 항공사의 수수료 폐지에 따라 2000년 3만개가 넘었던 여행사 수가 2005년에는 약 3분1에 해당하는 2만1,000개사 이하로 줄어들었다. 대부분은 경쟁력이 약한 중소 여행사들로 추정되며 살아남은 업체들 또한 효과적인 취급수수료 제도를 적용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로컴 체제의 대안인 취급수수료를 얼마나 받을 것인지 논란이 됐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에서는 지난해 ‘여행업무 취급수수료 표준단가표’를 공개하고 제로컴 시행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권 발권에 대해 1인 1건 기준으로 항공 요금의 7%를 취급수수료로 부과하도록 한 바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만큼 여행사는 결국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여행사 관계자들은 이미 ‘엎지러진 물’이라며 이제는 발권수수료에만 의존하는 구태를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중이며 많은 관계자들은 서비스 품질 향상과 전문성 확보를 관건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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