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적항공사를 중심으로 ‘여행사 소외’현상이 두드러졌다. 제로컴, 그룹 좌석 축소와 더불어 조기TL을 걸고 G클래스 좌석을 일찍 회수하는 등의 문제가 벌어졌고 이 때문에 여행사는 여행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무가 원활하지 않았다. 일련의 변화는 제로컴 현상과 맞물려 여행사들의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대책 마련에 나서도록 했으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아직도 업계에는 이렇다 할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 성수기를 대비하느라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항공사의 제로컴 선언이 불과 몇 개월 전에 이뤄지는 만큼 대책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중론이다. 항공사의 변화와 여행사의 준비상황은 어떤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제로컴이 대세…발권수수료 기대심 버려야
-취급수수료 받을 수 있는 ‘체질 개선’ 필요


■‘왕따’당하는 여행사

지난 1월 설 연휴, 삼일절 연휴 등 여행객이 몰리는 일자에 항공사들은 조기 TL을 걸고 좌석을 정리한 바 있다. 보통은 2주 전에 실명입력 관리에 들어갔으나 약 3주에서 1개월 이전에 명단입력 기한을 뒀고, 이를 넘길 경우 시리즈 좌석의 일부를 회수했다. 항공사는 패키지의 예약 시점이 늦는 만큼 판매되지 않는 좌석을 줄이기 위해서 실시한 것이다. 매년 성수기 때 벌어지는 일이지만 긴 불황에 몸살을 앓던 여행사들의 체감 정도는 예년보다 더 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기존에 여행사에 제공했던 클래스를 회수하고 상위클래스로 변경해 적용하는 일도 빈번했다. 단체에 주어지던 그룹 클래스가 개별여행객에 판매되는 상위 클래스로 바뀌면서 큰 폭의 가격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여행사들은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항공사들은 이렇게 회수한 좌석을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개별여행객에 할당하고 수익을 극대화 했다. 오랜 파트너인 여행사들이 ‘팽’을 당하게 된 것이다.

■항공사의 직판 움직임 두드러져

항공사들이 여행사와 조금씩 엇나가는 모습을 보인 반면 직판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졌다. 대한항공은 7월13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청주-오사카 노선 항공권을 직접 발권하는 경우 추첨을 통해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USJ) 이용권 등을 제공한다. 또한 국제선 항공권 구매 후 응모 게시판에 스캔한 명함과 항공권 번호, 탑승자 이름이 가장 많은 회사를 대상으로 한 경품 증정행사도 7월까지 벌인다.

아시아나항공은 6월말까지 홈페이지에서 김포-여수·포항·울산 등 일부 노선을 발권해 이용할 경우 추가 100마일리지를 적립해줬다. 타사와 제휴를 강화하며 홈페이지 이용객을 늘리는 것도 눈에 띄는데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의 ‘샵앤마일즈’를 통해 G마켓에서 구매하는 경우 호텔 숙박권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이밖에도 특정 카드사로 항공권 결제 시 탑승 마일리지 이외에 추가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행사 등 카드사와 연계한 이벤트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해당 항공사 측은 ‘이러한 이벤트가 매년 해왔던 것이고 실적이 저조한 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하거나 카드사가 먼저 접촉해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직판강화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여행사는 G클래스 축소와 개별항공권 판매 강화와 맞물려 예전보다 더 많은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항공사들이 직접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 중이다.

■대책 없는 여행사, 갈 길 막막

최근의 환경은 이처럼 여행사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으나 여행사들의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항공권 판매 시 취급수수료(TASF)를 7% 받겠다고 했다가도 타사가 받지 않으면 기존 고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눈치만 보는 입장이다.

패키지의 경우 상품가에 취급수수료를 녹이면 되므로 제로컴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다. 발권 대행 시 받던 수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홀세일 여행사의 경우 서브에이전트의 대한항공 발권 대행 시 7%의 수익 중 2%는 본사가 갖고 5%는 떼어주던 것에서 제로컴 실시 이후 모두 양보하고 있기도 하다. 항공권 발권을 위한 인력 운용이 필요하지만 인적 자원 투자 대비 수익이 없는 것이다. 아예 항공권 발권은 타사에서 처리하라고 말하고픈 심정이지만 항공사로부터 패키지 좌석을 받으려면 항공권 판매에서도 어느 정도 기여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수익 없이 대행하는 형편이다.

수익을 보전하고자 취급수수료를 받을 경우 매출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응답도 많다. 따라서 직접적인 항공 수익은 포기하고 매출 극대화를 통한 VI 등의 다른 방법을 노리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다.

패키지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제로컴과 맞물려 위기론은 더욱 목소리를 내고 있다. G클래스는 축소되는 추세고 이에 따른 항공가 상승으로 패키지 상품가도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개별항공권 수준의 항공가 때문에 4인 가족만 여행하려고 해도 예년보다 1인당 수십만 원의 비용이 더 들기도 한다. FIT에 비해 패키지 시장의 성장성이 둔화될 것으로 점쳐지는데다 핵심 경쟁력인 저렴한 상품가의 장점이 희미해지는 것은 미래 성장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취급수수료, 이렇게 받는다

발권수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서비스 강화와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로컴 이후의 대안으로 떠오른 TASF 제도의 정착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실제로 일부 여행사들은 이미 실행하며 위기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예로 투어익스프레스는 자동발권예약과 상담가능예약으로 나누고 상담가능예약을 선택할 경우 취급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발권예약은 항공사 제공의 원가로 구입할 수 있어 저렴하지만, 1대1 문의 시 1일 2회까지는 최소 2시간 이내 답변을 받을 수 있고 전화 문의 시 상담수수료가 추가 발생된다. 반면 상담가능예약은 예약과 동시에 상담원이 1대1로 지정돼 예약진행 및 구매과정을 꼼꼼히 체크하고 상담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편리함을 더했다. 취급수수료는 1,000원부터 항공가의 7%까지 클래스나 항공사 별로 다르게 부과되고 있으며 고객 동의하에 진행되므로 수수료에 따른 불필요한 언쟁을 피하고 있다.

■매출에 영향? “많지 않아”

그렇다면 취급수수료를 도입한 업체의 매출액 변화가 있을까. 투어익스프레스 박정순 이사는 “자동발권과 상담예약은 고객에게 선택권이 있으며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상담예약을 진행하는 만큼 별다른 반발은 없다”며 “취급수수료 적용 이후 매출은 약간의 감소세를 보였지만 수익률은 작년 대비 성장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레드캡투어의 경우 제로컴 제도 확정 이전부터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레드캡투어 측은 “제로컴 제도 확정 이전부터 거래처로부터 취급수수료를 받았던 경우가 있었고 이런 사례를 통해 타사보다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며 “취급수수료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일정부분 여행사의 수익부분이 보장이 되기에 당사의 영업이익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미주·캐나다를 전문으로 하는 토성항공여행사는 대한항공 발권 시 소비자에게 7% 취급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만약 소비자가 할인을 요구하거나 거부하면 판매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신감은 오래전부터 제로컴 대응 방법으로 한 지역(미주·캐나다)을 선택해 그 지역과 긴밀한 항공사(에어캐나다)를 집중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토성항공여행사 강인태 사장은 “1999년 일부 항공사들이 ATR 발권 수수료를 9%에서 7%로 줄일 때 이미 제로컴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지금은 예전부터 집중하고 있는 항공사에서 비교적 좋은 요금도 받고 좌석확보도 가능해 제로컴 이후 큰 타격이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traveltimes.co.kr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상위 20%의 고객이 나머지를 상쇄한다

해당 여행사들은 서비스 및 전문성 강화를 통해 타사와 차별화 시키고 취급수수료도 아깝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와 전문성이 다른 것이 아니라 ▲시스템 ▲콘텐츠 ▲전문지식 ▲감성 등을 아우르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고객이 24시간 응대를 원할 경우 이에 맞는 전화상담요원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들이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막히는 것이 없도록 하는 지식과 정보(콘텐츠), 고객이 필요한 것을 먼저 살피는 감성 등이 복합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다.

서비스에 대해 각자 느끼는 것이 달라 수치화되기 어려운 만큼 노력 대비 효율이 적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강화할 것은 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상위 20%의 충성고객 확보로 하위 80%의 수익을 상쇄할 수 있는 시스템 구비도 또 다른 숙제이다.
BT&I 정의권 이사는 “비용 절약 차원에서 타사로 옮긴 기업체가 서비스를 이유로 다시 돌아와 계약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충성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납부하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며 지금도 시스템 보완이나 전문 인력 충원 등을 통해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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