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의 ‘생존’이라는 대명제에서 시작한 제로컴(Zero Commission)에 대한 논쟁은 7개월째로 접어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지역색이 나타나기 보다는 보편적인 문제로 귀결되고 있었다. 제로컴이라는 1차적인 문제를 넘어 취급수수료 등 대응책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지방에까지 확장돼야 하는 시점이다. 제로컴이라는 폭풍 가운데 선 지방여행사들의 증언을 통해 6개월간의 제로컴 여파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부분적인 취급수수료 정상 운영 중
-단순 이용 외에 ‘플러스 알파’ 필요


■소비자들 취급수수료 인정은 고무적

지난 6개월간 여행사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항공권을 판매하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던 수익이 이제는 여행사의 ‘능동적’ 대응으로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소한 시스템 적용, 당시 경기 침체극복이라는 숙제와 더불어 어떻게 ‘취급수수료(TASF)를 직접 받아내는가’의 문제는 큰 걱정거리였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시장 분위기와 소비자들의 인식변화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소비자들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취급수수료에 대한 인식이 있거나 여행사의 설명에 수긍했다.

일례로 부산 동아대학교 안에 있는 동서여행사는 학생들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업체다. 얇은 주머니와 인터넷 구매가 익숙한 학생들이 주요 소비층이지만 ‘원가’에 취급수수료를 더 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다.

동서여행사 관계자는 “취급수수료를 받는 데 처음부터 큰 문제는 없었다”며 “여행사에 와서 항공권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항공료를 비교하고 온 것이기 때문에 취급수수료를 내는 것 자체를 감안하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대한항공 등의 항공사들이 제로컴을 시행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만큼 취급수수료 징수에 거부감이 없다.
그렇지만 단순히 금액에 상관없이 ‘받고 있다’에만 그치는 한계도 있다.

■TASF 안정화, 수익은 의문

취재에 응한 여행사들을 통해 알아본 소비자들의 취급수수료 징수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자리잡히는 분위기다. 실제로 IATA에서 제공한 2010년 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TASF 이용 내역에 따르면<관련기사 43면> 취급수수료 징수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때문에 몇몇 제로컴 항공사들의 항공권을 끊을 때 항공사의 수수료 정책 변화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내 ‘두 번 결제하는 게 가능하겠느냐?’ 라는 질문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듯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많은 여행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첫 번째로 지적되는 것은 ‘적절한 취급수수료 요율을 적용할 수 있느냐’다. 이미 제로컴을 실시한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외에도 핀에어, 루프트한자독일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은 모두 장거리 지역을 운항하고 있어 제로컴 이전의 수수료율인 5~7% 수준을 받기란 쉽지 않다.

■원하는 대로 받을 수 없다

개별항공권 발권이 많은 강원도 강릉의 탑항공여행사는 이 여행사의 취급수수료를 장거리의 경우 일괄 5만원을 받는다. 6월20일 현재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는 인천-런던 배낭여행특가에 7%는 8만4,500원이지만 취급수수료인 5만원과는 3만5,000원 가량 차이가 난다. 사실 5만원 이상의 취급수수료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릉 탑항공여행사 홍현주 항공카운터 실장은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현재 받고 있는 취급수수료가 낮다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들이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에 적절한 요금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원하는 취급수수료를 받을 수 없게 해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홍 실장은 “사실 취급수수료를 요구할 때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장거리 5만원, 단거리 3만원조차 쉽게 받지 못한다”며 “첫 번째 발권에는 정상 수수료를 받고 다음번에는 일부 할인해주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고 했다.

■취급수수료 이외 ‘+α’를 찾아라

대구에서 20년 영업 중이고, 최근에는 전세기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A여행사는 올해 들어 아시아나항공의 판매 비중이 20% 가량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비중이 낮긴 했지만 대한항공의 제로컴 시행으로 그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또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는 외항사로의 의도적인 판매 유도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영속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게 A여행사 관계자의 예측이다. 그는 “대한항공이 제로컴을 실시했고 몇몇 외항사도 제로컴 대열에 합류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아시아나항공도 제로컴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TASF 정착이 어느 정도 이뤄진 시점이지만 더 이상 항공사 커미션에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일부 관계자들은 취급수수료를 이용하는 것 이 외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항공권 재발행, 리턴변경 등과 같이 항공권과 관련된 것에서부터 공통적으로 요금을 받을 수 있게 요율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항공 발권 수수료를 여행사 적정 수준으로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예전의 여권발급 대행, 비자발급 대행 등의 수수료를 취하듯 항공과 관련한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강제력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이미 지난해 12월 진행된 바 있다. 일반여행업협회는 ‘여행업무 취급수수료 표준단가표 권고안’을 만들어 회원사에 배포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안인데다 6개월이 지난 현재에는 적용이 다소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이에 대한 재논의와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산하 BSP특별위원회 측은 취급수수료가 도입돼 발표된 지 이제 1년도 되지 않았고 모든 항공사가 제로컴을 시행하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 다시 표준안을 발표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BSP특위 조규석 본부장은 “표준안은 어디까지나 표준안이기에 6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당연히 변경에 대한 의견도 나오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업계가 머리를 맞대 만든 표준안을 1년도 되지 않아 바꿔 혼란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일단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 좀 더 낫다고 보며 계속 홍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취재 뒷 이야기

취급수수료 잘 받는 방법은?

“장거리와 단거리에 상관없이 모든 항공권에 7%의 취급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 달에 300~500건 항공권을 판매하는 인천 연수구의 B여행사 항공카운터의 대답이었다. 지방 몇 곳의 여행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받고는 있지만 요율은 낮다’고 들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여행사처럼 7%의 취급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가가 궁금해졌다.

직접 찾아간 B여행사는 국내 대형마트 안에 있었다. 또 세중투어몰의 판매대리점이었고 이 외에는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주말에 찾아간 여행사는 몇몇 손님들로 직원 모두가 상담 중이었다. 상담이 끝나고 직원에게 ‘TASF 수수료율을 어떻게 잘 받을 수 있었냐’고 묻자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무리 취급수수료를 잘 받고 있는 곳이지만 그 내막에 대해서 알려지는 것은 꺼리는 듯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몇 가지가 발견됐다. 일단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적어도 그 마트를 찾는 사람들)은 취급수수료를 깎아 달라고 하지 않거나, 혹은 몇 만원 때문에 다른 여행사에 가지 않을 것 같았다.

B여행사는 인천에서 비교적 생활 수준이 높은 곳에 있다. 특히 인근에 있는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에서 생활수준이 가장 높기에 취급수수료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을 수 있다.
취급수수료는 소비자 입장에서 ‘없던 것이 생긴 것’이다. 물론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취급수수료를 좀 더 적극적으로 징수해 안정적인 6개월을 보냈을지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B여행사의 사례는 일반화 시킬 수 없다. 그러나 ‘제로컴’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하나의 답을 찾은 곳이 있다는 것은 참고할만한 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