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통에서 마지막 한 방울이 사발에 떨어질 무렵, 무교동에는 초여름 굵은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막걸리와 비’라는 맛깔나는 분위기 속에서 5명의 여행사 키맨들은 그동안 겪은 업계 이야기와 중간관리자로서 느끼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편집자 주>



박우철 기자 park@traveltimes.co.kr

▼막걸리 토크 참가 5인
노랑풍선 박병채 지원본부 이사
내일여행 김희순 해외여행부 이사
레드캡투어 이창호 해외여행 사업부장
세계KRT 최순필 영업2본부 본부장
한진관광 임홍재 영업총괄 팀장
<이상 여행사 가나다 순>


■직원들의 고충과 요령 ‘다 보인다’

김희순
대학의 방학이 시작되는 이맘 때 예약이 몰린다. 예약은 예약대로 성수기 준비는 준비대로 해야 하기에 직원들의 야근이 빈번해진다. 그래서 주변의 호텔방을 잡아서 직원들이 쉴 수 있게 한다. 여름에 여행객들이 많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이 전문가가 돼 가는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임홍재
여행업계 일은 빨리한다고 빨리 마무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예전에 맡았던 MICE팀은 더하다. 큰 행사를 하나 맡으면 밤을 새는 게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당시의 직원들을 기억하면 정말로 즐겁게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외환위기 때 MICE 산업이 위축되고 행사가 줄어들면서 팀이 해체됐다. 그 팀의 팀원들은 패키지 팀으로 많이 배속이 됐는데 많이 그만뒀다. 일이 갑작스럽게 바뀌어서도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을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박병채
여행사 업무의 많은 부분은 전화로 이뤄진다. 직원이 전화를 많이 받으면 그만큼 일이 늘어난다. 직원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누가 전화를 잘 받지 않고, 누가 남의 전화를 대신 받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누가 일을 많이 하는지 안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창호
신입직원들의 전화번호 순서가 빨랐던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신입들에게 전화가 몰리고 연차가 있는 직원들은 실적이 떨어졌다. 그래서 다시 전화번호 순서를 연차가 높은 순으로 바꿨다.


★미니 설문
여행업계 허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위로는 회사 대표, 밑으로는 부하직원들에게 던지는 솔직한 대답이라는 게 느껴진다. 마치 막걸리에 곁들여 먹는 부침개처럼 고소한 질문에 , 그들이 내놓은 대답.

1. 나는 직장에서 ___________이다.
왜냐하면___________ 이기 때문이다.
-유휴 인적자원
-/유사시 투입되는 직원
-최고 /아무개(익명)
-집사
-/회사 창립년도와 출생년도가 같기
-거울 /후배들의 미래 모습
-무한 아이디어 뱅크 /다양한 오·오프라인 매체를 접할 때 우리회사, 브랜드에 적용시키고 있기

2.사장님 ___________는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S.G(?)
-불만이 없으시다는 것
-너무 완벽하신 것
-365일 약속
-사장님 본인을 위한 일에 인색한 것

3. 10년 후의 여행업계는
-시스템이 활성화돼 개별여행이 각광받음
-4~5군데만 남고 없어진다
-항공사에 끌려다니지 않고 여행사가 주도권을 쥘 것이다
-글쎄요
-최고 연봉,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종, 상품기획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여행전문가가 여행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4.지금 직급까지 오는 데 ___________년 걸렸다.
- 19/ 16/ 15/ 17/ 15
*평균 16.4년

5.내가 사장이라면 한___________회사를 만들겠다.
-부서별 개성을 살리는 유별난
-공격적인
-Trust, Pride, Fun
-항상 웃음이 가득
-1년에 1개월 씩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근무시간이 짧은

6. 여행업계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가져라. 미래는 밝다!
-우리회사 엄청좋아!
-다닐 수 있을 때 전세계를 경험해라
-건방지게 살지마라
-선배들의 지름길 말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라. 도전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절대 포기하지 마라

7.나는 ___________때 회사를 떠날 생각을 했다.
-개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때
-내 위치에 맞게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내가 (회사가) 필요하지 않을 때
-Glass Ceiling(유리 천장)이 보일 때
-퇴근할 때, 휴가갈 때




-리더와 직원이 통하면 실적도 올라
-중간 관리자… “가끔은 소외 당한다”
-막연한 여행업에서 명확한 여행업으로 변해



■ 부하들에 대한 변

김희순
선생님이 학생들마다 훈육을 다르게 하듯이 직원들 각각에게도 다르게 대해야한다. 특히 칭찬을 하면 더욱 잘하는 직원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깨만 한번 토닥여줘도 좋아하는 직원들도 분명히 있다.
최순필
나는 직원들을 토닥여 주려고 어깨를 만지면 오히려 움찔한다. (웃음)
박병채
칭찬하는 방법도 사람에 맞게 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의도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임홍재
칭찬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여럿과 한번에 만나기 보다는 1:1 만남으로 더욱 진지한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이창호
레드캡투어는 지난해 유럽 행사에 사용할 전자수신기를 구입했다. 수 천만원이 든 장비 구입은 인솔자들이 사장님께 건의 한 것이었다. 인솔자들은 이를 통해 ‘우리가 요청한게 실행됐다’라며 리더가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무실 복도에서 부하직원을 만났을 때 작은 것이라도 칭찬을 하면 그 직원(실제로 잘 한 게 있든 없든)의 실적, 능률이 올라가는 것을 종종 본다.

■여행업계 사각지대?

김희순
오늘 점심 때 항공사 사람을 만났다. 여행사 팸투어를 가는데 사장, 실무진을 초청하는 사례는 많지만 우리(이사)를 초청하는 경우는 없다. 사장님에게 온 초대는 사장님이 가시고 다른 초대는 실무자들이 가야지 내가 가는 것도 좀 미안하다. 이사 직급은 그 항공사 직원 말대로라면 ‘시야 사각지대’인 셈이다.
박병채
종종 사장님이 대신 행사에 갈 것을 주문한다. 그 때마다 가게 되는데 막상 가면 다들 사장들이 와 있다. 가기야 가지만 부담스러울 때도 적지 않다. 초대하는 것을 보면 우리 직급에 맞는 초대는 많지 않다.
이창호
우리 사장님도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매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가끔은 안가고 싶기도 하다(웃음).

■회식유감

이창호
직원들이 회식하자고 건의 사항을 올린다. 그런데 막상 회식자리 가면 조용하다. 내가 불편한 모양이다. 그러면서 왜 회식을 하자는 거야!?(웃음)
김희순
우리 직원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소규모 회식을 자주한다. 그런데 내가 같이 가면 조금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박병채
회식자리에 가도 직원들은 사장님, 임원들 옆에는 안 앉으려고 한다.
임홍재
눈치 빠른 부하직원들이 일부러 사장님 옆에 밑의 직원들을 앉힌다.
김희순
보통의 직원들이 그러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사장님과 눈을 마주치고, 얼굴을 인식시키는 게 회사에서 일하면서 좋은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여행업의 매력

최순필
관광 관련학과 출신 중에 여행사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이는 여행사가 직원들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학생에게까지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에 많은 여행사 대표들이 여행사를 쉽게 팔거나 정리하는 사례도 많았다. 또 직원들을 쉽게 해고하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이런 일을 보고 ‘여행사는 직원들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후배들, 학생들이 일하고 싶은 여행업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김희순
요즘에 입사지원자들을 보면 ‘여행을 많이 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오지 않는다. 우리 회사 지원자들은 ‘내일여행’, ‘개별여행’에 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정보조사도 하고 온다. 이런 점은 예전에 나 때나 선배시대 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업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또 여행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열악한 근무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급여도 삼성 같은 대기업처럼은 아니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직원들이 전문가 과정을 5~6년 겪고 있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을 갖는 것 뿐이다.
임홍재
대학 항공운항과에서는 여행사나 호텔에 가려는 학생이 드물다고 한다. 그 대학 학장은 항공기승무원 채용은 한정돼 있으니 학생들이 빨리 호텔이나 여행사 쪽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항공기승무원도 좋은 직업이지만 좁은 기내에서만 일한다. 여행업계는 랜드사, 여행사, 호텔, 대리점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승무원 못지 않은 매력이 있다. 이런 점을 학생들이 모르는 것 같다.
이창호
딸이 승무원을 꿈꾼다. 방에다가 사진도 붙여놓고 대학도 승무원 관련학과를 가겠단다. 승무원도 좋지만 아직 어리니 다른 직업도 생각해봐라 해도 끄떡없다. (웃음)
최순필
항공기 추락과 관련된 디스커버리채널 방송을 보여줘라. 생각이 바뀔 것이다. (전체웃음)


★막걸리 토크 참가자에게 제시한 리더십 유형 4가지

진정한 리더십…
자유와 독재 사이에서 줄타기?

5명의 여행사 키맨에게 4가지 리더 유형을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자유방임형과 온정형, 통합형(민주형), 독재형(전제형) 등 4가지 유형 중 자신의 현재 리더십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은 물론 어떤 것이 올바른 리더십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자유방임형
구성원들과 대단히 많은 인간관계를 가지며 성원들의 요구에 대해 양보하고 수용하는 입장을 취함
■독재형(전제형)
일의 성과만을 추구하고 사람에 대한 인간적 배려가 비교적 약하다. 대부분이 권위주의자로 통제와 감시를 한다. 집단행동의 목표, 방침도 리더가 정한다.
■통합형(민주형)
인간에 대한 배려도 강하고 일에 대한 성취도 강하다. 의사결정에 있어 구성원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람과 업무 양면을 배려하면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온정형
구성원들의 의욕은 높은 반면 능력이 떨어질 때, 구성원들의 인간관계를 중시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지나치면 적당주의형, 야합형이 된다.



노랑풍선 박병채 지원본부 이사
나는 자유방임형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알아서 일하도록 맡기면 창조적인 업무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방임을 하면 종종 직원들이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사고라는 게 결국 돈과 관련된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라면 어느 정도 회사에서 막아줄 수 있다고 본다.

내일여행 김희순 해외여행부 이사
독재형 리더인 것같다. 나도 독재형에서 통합형으로 옳겨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유방임형인 것 같다. 온정형 리더는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다.

레드캡투어 이창호 해외여행사업부장
나는 민주적인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직원들은 독재형이라고 할 것 같다.(웃음)

세계KRT 최순필 영업2본부 본부장
독재와 온정의 혼합형이다. 온정만 보이다보면 직원들이 이용하고, 독재가 심하면 반발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지난 몇 년은 독재, 몇 년은 온정형으로 직원들을 대했는데, 사실 이런 리더십 차이는 직원들의 근속연수와는 무관했다.

한진관광 임홍재 영업총괄팀장
나는 현재 독재형(전제형)과 통합형(민주형) 사이에 있는 것 같다. 다만 조금씩 통합형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재형은 관리자로서 종종 어쩔 수 없이 발현되는 것 같다. 독재를 할 때는 팀장급에게 하는 게 좋고, 그 밑으로는 온정으로 대하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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