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일
(주)여행이야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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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많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찾기 불편한 곳이 안동이기도 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숙소다""

930년, 후삼국 역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전쟁이 고창 병산일대에서 벌어진다. 지난날 공산(대구)에서 신라를 돕다 크게 패한 고려 태조 왕건이 심기일전하여 영남 일대에서 후백제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군대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후백제군의 세력이 만만치 않아 일진일퇴의 고전을 거듭하던 중, 이 지역 호족들(김선평, 권행, 장길)의 도움을 받아 후백제 8천군을 섬멸하는 큰 전과를 올린다. 이후 왕건은 고창 전투로 동쪽이 편안해졌다 하여 이 곳에 ‘안동’이란 이름을 내린다.

1361년 겨울, 고려에 침입한 홍건적을 피해 공민왕은 왕비인 노국대장공주와 멀리 경주를 향해 피란을 떠난다. 피란 행렬이 문경을 넘어 안동에 이르렀을 때 차가운 개울이 앞을 막아 왕비가 발을 동동 구른다. 이때 동네 아녀자들이 엎드려 다리를 만들어 공주를 건네준다. 오늘날 놋다리밟기 놀이의 기원인 셈이다. 사나운 홍건적의 위세도 문경을 넘지 못하자 공민왕은 안동의 후의에 안심하고 또 감사하며 이 곳을 피란처로 삼는다.

1501년, 안동 예안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바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로 성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퇴계 이황이다. 조선이 건국이념으로 성리학을 받아들였지만 온전히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가운데 선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 등에 대한 연구와 논쟁을 거듭하며 성리학을 해득해 철학적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아울러 여러 제자를 두어 위기에서 조선을 구했으니 대표로 꼽을 수 있는 이가 김성일과 류성룡이다.

1910년 매서운 바람이 살을 가르는 듯한 겨울, 낙동강을 굽어보는 대저택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집안 큰 어른의 독촉으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북행길을 떠나는 길이다. 더 이상 나라 안에서 독립운동을 할 수 없다 생각하고 멀리 서간도로 떠나려는 것이다. 가장은 바로 석주 이상룡. 누대 조상의 가산과 가족과 동지들의 헌신을 바탕으로 경학사, 신흥무관학교 등을 이끌며 독립운동을 한 분이다. 아쉽게도 이상룡 선생은 머나먼 이역 땅에서 1932년에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일제는 그 집도 괘씸하다 여겨 멀리 돌아가는 줄 알면서 기찻길로 그 집을 막아 욕보이려고 한다. 임청각이 그 집이다.

앞에서 살펴본 몇 가지 이야기는 하나의 도시, 안동에서만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안동 전체 역사와 땅에 얽힌 이야기를 하자면 과문한 나로서도 도저히 끝을 보기가 어렵다. 안동! 얼마나 대단한 도시인가? 그러니 그 속에 최고 건축물 봉정사 극락전이 있고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그리고 세계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유무형의 저명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 안동의 셀 수 없는 가문은 나라와 민족의 위기 앞에 평소 신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독립운동에 헌신했으니 마을마다 애국지사의 흔적이다.

그런 면에서 안동은 외국의 어떤 도시와 견주어도 콘텐츠 면에서 부족한 점이 없는 역사 도시다. 한 지점, 몇 개의 선으로 겨우 이어나가는 관광지로 구성한 여행 일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서울, 경주, 제주와 더불어 도시 전체가 보고 들을만한 곳 가운데 한 곳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찾기 불편한 곳이 안동이기도 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숙소다. 소수의 관광호텔과 고택이 있지만 수용인원과 편리함에서 여러 사람을 만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고택이 안동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그 특징은 어떤 관광객에게는 불편함의 하나다. 그래서 안동에 올 때마다 아쉽지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소소한 것이긴 하지만 하회마을 셔틀버스는 답사 분위기에 김을 빼는 느낌이다. 같이 간 사람이라면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물어본다. 왜 이런 것을 만들었냐고. 상가 단지를 마을 밖으로 빼낸 것과 연결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 거리의 애매함과 운용의 촌스러움 때문에 그냥 잘 모르겠다고 하고 넘어간다.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웅부(雄府) 안동, 그 진면목을 여러 사람과 더불어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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