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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다이빙은 퀸스타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짜릿한 쾌감을 제공한다. 상공 4,500미터에서 시속 200km로 추락하는 약 50초 동안 와카티푸 호수로 빨려드는 기분이다

Newzealand Queenstown
거친 자연을 원초적으로 즐기는 법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Queenstown). 트레킹, 번지점프, 스키, 스카이다이빙 등 사계절 즐길거리가 무궁한 이 작은 마을에서 걷고, 뛰고, 날았다. 퀸스타운을 겪고 나니 스포츠, 레포츠, 어드벤처로 이름지어진 세상 모든 것들이 시시해졌다.

뉴질랜드 퀸스타운 글·사진=최승표 기자 hope@traveltimes.co.kr
취재협조=뉴질랜드관광청 www.newzealand.com


■Trekking
산소의 농도가 다른 숲을 걷다

뉴질랜드 남섬 여행은 두 발로 구석구석 걸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퀸스타운에서 시작되니 이를 놓칠 수는 없는 일.
뉴질랜드 남섬의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히는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 루트번 트랙(Routeburn Track), 케플러 트랙(Kepler Track)는 가장 짧은 코스라 해도 40km가 넘고, 완주를 위해서는 최소 3일이 필요하다. 시간이 충분치 않아 코스 중 일부만 체험하는 루트번트랙 1일 트레킹 코스에 도전했다. 퀸스타운에서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1시간쯤 달려 루트번 트랙 진입로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시작된 40km의 등산로는 서쪽의 피오르국립공원 테아나우(Te Anau)에서 끝이 난다. 16세기 마오리족이 그린스톤을 찾기 위해 개척했던 길이 이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대중적인 등산로가 된 것이다. 기자가 도전한 코스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루트번 플랫 코스로, 왕복 14km로 가이드와 천천히 이야기하며 약 3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이끼에 뒤덮여 가지까지 초록으로 물든 너도밤나무, 허리춤까지 자란 고사리, 잎사귀에서 매운 맛이 나 마오리족 여성들이 아기 젖을 뗄 때 가슴에 붙였다는 페퍼트리, 연중 노란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취목 등, 우거진 숲길을 걷노라면 휘황찬란한 풍경이 없어도 좋았다. 등산길 중간중간 나타나는 계곡의 물빛은 몰디브의 에메랄드빛 바다보다 더 영롱했다. 등산 중에는 방울새가 나타나 앙증맞은 소리로 지저귀고, 유유히 상공을 가르는 매가 시시로 나타나 루트번 트랙의 때묻지 않은 매력을 증명했다.



■Driving
빙하가 훑고 간 길을 달리다

퀸스타운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왕이 살면 어울릴 법한 풍경을 지녔다 하여 이름지어진 마을이다. 그러나 마을이 형성된 과정은 올림픽 개막식에 나타난 영국 여왕의 우아한 이미지와 상반된 거칠기 짝이 없었는 것이다. 수만년 전, 산보다 더 큰 빙하가 훑고 지나간 길에 물이 고여 와카티푸 호수가 생겼고, 19세기 금광 채취를 위해 모여 든 유럽인들은 뗄감을 얻기 위한 무분별한 벌목으로 호수 주변을 모두 민둥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퀸스타운의 거친 자연풍광을 만끽하려면 4륜구동 RV차를 타고 곳곳을 누비는 것이 가장 좋다.

퀸스타운 드라이브 여행은 번지점프 장소로 유명한 카와라우(Kawarau) 다리를 지나 금광개발 시대의 풍경을 고시란히 간직한 마을 애로우타운(Arrowtown)으로 향했다. 강가에서 금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상권이 형성됐던 마을은 생각보다 일찌감치 쇠락해 지금은 박물관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다음 코스는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로 유명한 스키퍼스 캐니언(Skippers Canyon).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절벽길은 그 자체로 음산했다. 날씨 때문이었을까? 낮게 구름이 깔려 있는 주름진 바위산 어느 틈에 골룸이 숨어있을 것처럼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전망대에 서자 퀸스타운과 와카티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양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빙하와 사람의 손으로 쓸어내린 지형과 묘하게 교차됐다.


■Cruising
육지로 비집고 든 15km의 바닷길

퀸스타운에서 4시간. 버스를 타고 밀포드 사운드까지 가는 길은 다소 지루했다. 풀 뜯는 양 떼들의 풍경은 ‘복사하기+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반복됐고, 비를 뿌릴 채비라도 하듯 잔뜩 찌푸린 하늘은 밀포드 사운드의 장관을 허락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바위산을 관통하는 호머터널을 지나자 전혀 다른 색의 하늘이 펼쳐졌다. 기어이 도착한 밀포드 사운드의 선착장. 겹겹의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해협의 풍경은 배에 올라타지 않아도 이미 황홀했다.

다국적의 관광객과 함께 배에 올라탔다. 허기부터 달래려 뷔페 식사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돌고래 두 마리가 지나가는 것 아닌가. 브이자 모양의 꼬리를 치켜 올린 범고래는 아니었지만 동물원이 아닌 야생에서 돌고래를 본 것 자체만으로 흥분할 만했다. 유람선은 절벽 가까이 붙어 겹겹의 봉우리를 스치며 태즈먼해로 천천히 나아갔다가 다시 해협으로 돌아왔다. 절벽을 타고 돌아오는 길,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물개들을 관람한 뒤, 배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스털링 폭포 쪽으로 바싹 다가갔다. 150m 높이에서 쏟아붓는 폭포는 갑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관광객들의 전신을 적셨다.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밀포드 사운드를 굽어보고 있는 산봉우리에는 토성의 고리 같은 모양의 얇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지구 밖 풍경처럼 밀포드 사운드의 모습은 끝까지 경이로웠다.


밀포드사운드 크루즈는 육지로 비집고 들어온 15km의 바닷길을 유유히 항해한다 / 155m 높이에서 쏟아지는 스털링 폭포를 온몸으로 맞는 관광객들 / 4륜구동차를 타고 영
화 <반지의 제왕>을 촬영했던 스키퍼스 캐년에 올라보았다


■Skydiving
4,500m 상공 아찔한 추락 … 낙하산 펼치면 발 아래 정지된 세상

퀸스타운에서 놓쳐서는 안될 단 하나의 액티비티를 꼽으라면 주저 않고, 스카이다이빙이라 말하겠다. 본 기자는 테마파크에 가도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는다. 기계한테 고문당하는 느낌이 퍽 유쾌하지 않은 까닭이다. 테마파크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미국 올랜도의 디즈니랜드에서도 놀이기구를 거들떠 보지 않았다. 허나 스카이다이빙, 이건 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번지점프를 포기하고 스카이다이빙을 선택한 것도 왠지 이 이상의 극한 체험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안전복장을 착용하고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다이빙 하는 순간 팔다리를 개구리처럼 만들어라, 안전띠를 꽉 잡아라” 4,000m 상공에서 목숨을 담보하고 낙하하는 안전교육치고는 너무 단순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착륙할 조교 닉(Nick)과 악수를 하고 일행과 함께 경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숨 가다듬을 여유도 주지 않고 비행기는 와카티푸 호수 위로 날아올랐다.

1만5,000피트(4,572m) 상공.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거침없이 나를 출구 쪽으로 내몬 닉은 원, 투, 쓰리를 외쳤고, 닉과 나는 하나의 점이 되어 약 50초 동안 시속 200km의 속도로 수직 하강했다. 와카티푸 호수와 산맥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반면 닉은 덤덤히 미소를 지으며 포토그래퍼를 향해 7,000번 다이빙을 하면서 익숙해진 포즈를 취해 주었다. 해발 1,000m 정도 높이가 됐을 때 낙하산을 펼치자 속도가 급감했고, 귀가 떠나갈 듯한 소음도 사라져 그야말로 평화로이 발 아래 풍경을 유유히 감상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약 5분간의 낙하 시간. 목장에서 풀 뜯는 양들이 또렷이 보였고, 호숫길 따라 산책 중인 사람도 보였다. 안전하게 착지를 마치고 나니 미세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하늘을 자유로이 날다가 두 발로 중력을 받으며 걷는 게 오히려 어색했나 보다.


T Clip

●얼티밋 하이크Ultimate Hikes 밀포드트랙, 루트번트랙 등을 산악가이드와 함께 종주할 수 있는 뉴질랜드 정부 지정 업체다. 종주 일정은 11월부터 4월까지 운영되며, 1일 가이드 하이킹은 169뉴질랜드달러, 3박 일정의 루트번 트랙 종주는 1인당 1,125뉴질랜드달러. 국내에서는 혜초여행사(02-733-3900) 등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www.ultimatehikes. co.nz
●리얼 저니Realjourneys 퀸스타운과 밀포드 사운드까지 왕복 버스를 포함한 크루즈 상품은 198뉴질랜드달러이며, 추가비용을 내고 퀸스타운까지 경비행기로 이동할 수도 있다. www.realjourneys.co.nz
●노매드 사파리Nomad Safaris <반지의 제왕> 촬영지와 애로우타운, 글레노키 등 퀸스타운 주변의 명소를 4륜구동차를 타고 여행하는 프로그램. 가격은 성인 165뉴질랜드달러. www.nomadsafaris.co.nz
●NZONE 스카이다이빙 낙하 높이에 따라 269~429뉴질랜드달러. 사진과 비디오 촬영은 각각 179뉴질랜드달러가 추가되고, 사진과 비디오를 함께 신청하면 219뉴질랜드달러. www.nzone.biz

▼Travel info

항공- 우리나라에서 퀸스타운까지 가려면 최소한 한 차례 이상 환승해야 한다. 대한항공이 북섬의 오클랜드에 취항하고 있지만, 국내선 항공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도쿄를 경유하는 에어뉴질랜드를 이용하면 북섬의 오클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를 경유해 퀸스타운까지 갈 수 있다. 문의 에어뉴질랜드 02-737-4025

기후- 남반구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퀸스타운은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다. 6~8월 퀸스타운은 스키 시즌이고, 11월부터 4월까지는 온화한 날씨로 등산하기에 좋다.

환율 - 1뉴질랜드달러 = 914원(8월15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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