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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세일링보트의 돛으로 치장한 화이트 비치의 실루엣


코코넛 열대야자수가 우거지고 설탕을 뿌려놓은 것 같은 눈부신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보라카이 섬은 그야말로 낙원에서나 그려볼 법 한 천혜의 놀이터다. 투명한 바다 아래 꿈틀대는 열대어 사이로 다이버들이 고개를 내밀며 오가고 해풍에 밀려 나아가는 돛단배들의 향연 너머로는 잘 익은 자두처럼 빨간 저녁놀이 불게 타오른다.

글·사진=Travie writer 김후영 취재협조=제스트항공 02-757-0600 www.zestair.co.kr

필리핀은 명실상부한 한국인이 즐겨찾는 최고의 휴양지중 하나이다. 특히, 보라카이는 80년대부터 이미 전 세계 여행자들로부터 동남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극찬을 받아온 곳이다. 보라카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나라에서 가장 눈부신, 설탕 같은 해변을 거닐면서 투명하고 따사로운 물속에 몸을 재우기 위해서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바다에서 즐기는 스쿠버다이빙과 세일링보트를 비롯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 마지막으로는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해변가의 카페에 앉아 즐기는 달콤한 휴식이 있다. 보라카이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이곳을 찾지만 속속들이 뒤져보면 기대밖의 숨은 매력이 많이 드러나는 곳이 바로 보라카이이다. 참고로 현재 보라카이를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은 한국인이 압도적이고 대다수가 젊은층이다. 한국인들이 보라카이 섬주민들을 먹여 살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중국인,대만인이 그 뒤를 따른다. 서양인과 일본인 여행자의 수는 의외로 적다.

■원시섬의 독특한 아우라를 풍기는 화이트비치

인구 1만2,000명의 작은 섬 보라카이에서 4㎞의 길이로 길게 펼쳐진 화이트비치는 이 섬의 아이콘이다. 근래 수십년간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지나치게 개발되어 자자했던 명색이 퇴색되었다느니, 예전이 더 좋았다더라식의 말들이 많이 오가기도 하지만 이 해변의 태생적이고 원초적인 아름다움은 다행히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여전히 보라카이의 해변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하고 바다에서 바라본 해변의 야자수 군락은 킹콩이 살고 있을법한 원시섬의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 게다가 어디 이뿐만이랴.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로맨틱한 일몰을 간직하고 있기에 선셋크루즈에 몸을 싣는 방문객들은 연인의 손을 잡고 와인잔을 기울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신혼여행지로서의 낭만적이고 평온한 해변을 기대한다면 화이트비치는 이미 대중들의 사랑을 과도하게 받아버린 잘나가는 K팝 가수와도 같아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번잡한 분위기나 모자와 선글라스를 파는 잡상인들을 피하려면 이른아침 화이트비치를 거닐어보는 게 좋다. 이때가 가장 한적하다. 상대적으로 화이트비치 남쪽이 화이트 비치의 중심부나 북쪽보다 덜 북적인다. 좀 더 인적드문 보라카이의 해변을 찾고 싶다면 화이트비치 위쪽의 디니위드 비치(Diniwid beach)나 푸카 비치(Puka beach)를 가보는 것도 좋다.



■육해공에서 즐기는 액티비티의 천국

보라카이 섬에는 딱히 관광명소로 불릴 만한 곳이 많지 않다. 손꼽자면 화이트비치 북쪽 해안에 떠있는 작은 기암괴석군인 윌리스 록(Willy’s Rock)과 섬 일대를 내려다보는 마운트 루호 전망대(Mt Luho View Deck) 정도이다.

이러한 연유로 보라카이를 찾는 방문객들은 관광이 아닌 휴식이나 액티비티를 즐긴다. 보라카이 최고의 액티비티는 바로 세일링보트 타기가 아닐까싶다. 보라카이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세일링보트는 모터가 아닌 바람에 의해 나아간다. 세찬 파도와 부딪히며 나아가는 속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대단하다. 이 보트 양옆에는 참가자들이 올라타 앉을 수 있는 긴 날개가 펼쳐져 있는데, 보트가 통통통 튀기듯 전진하면 이로 인해 생기는 반동력으로 엉덩이가 들썩이며 마치 놀이기구 위에 앉아있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 긴 양쪽 날개가 출렁이는 파도와 부딪힐 때마다 거대한 물보라가 온 몸을 뒤덮어 옷이 젖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기를.

바다의 왕자가 세일링보트라면 내륙의 왕자는 ATB(all terrain vehicle)이다. 보라카이 섬을 일주하기 좋은 액티비티로는 ATB만한 게 없다. 모든 지형에서 주행이 가능한 사륜구동형 차량으로 섬의 좁은 도로를 따라 주행하면서 섬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기에 좋다. 또한 푸카비치, 마운트 루호 전망대 등 도보로 단시간내 접근이 어려운 곳까지 구석구석 누빌 수 있다.

필리핀은 뭐니뭐니해도 스쿠버다이빙의 천국이고 보라카이는 다이빙 초심자들에게 제격인 곳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버 숍에서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인스트럭터와 함께 해저 체험을 할 수 있다. 초심자라면 5m 정도의 수심 속으로 들어가 인스트럭터와 열대어, 산호, 성게 등 다양한 해저열대생물을 만나게 된다. 참고로 보라카이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려면 적어도 3~4일(5회 이상 입수)정도 소요된다.

그밖에 추천할 만한 액티비티로는 카이트서핑이 있는데, 바람을 이용해 일종의 패러세일링과 서핑을 동시에 즐기는 액티비티이다.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카이트서핑을 즐기려면 현지 인스트럭터와 며칠간 각고의 실습이 필요하다. 그밖에도 말을 타고 섬을 둘러보는 호스라이딩 투어, 인근 파나이 섬의 현지 부족을 찾아가는 카야킹 투어, 윈드서핑 투어, 럭셔리 선셋크루즈 투어, 아일랜드 호핑 투어, 골프 등 보라카이의 액티비티는 무궁무진하다.

■보라카이의 숨은 매력 ‘식도락·쇼핑·나이트라이프’

밀려드는 휴양객 덕분에 이곳의 호텔만큼이나 많은 스파 시설과 마사지 숍이 들 어서 있는 것도 보라카이의 특징 중 하나이다. 럭셔리 스파 시설로는 영턱스클럽 출신의 임성은씨가 운영하는 ‘포세이돈’ 등이 있으며 저렴한 마사지숍들은 디몰(D-mall)거리와 화이트비치 주변 거리에 포진해 있다. 이곳에서의 마사지는 대부분 오일마사지로 ‘꺾기 등의 기술을 요하는 하드코어’식이라기보다는 ‘졸음을 유발시키는 문지르기식’에 가깝다. 저렴한 마사지 요금은 시간당 350~500페소 정도.

위에서 언급한 디몰은 보라카이 유일의 작은 보행자 도로이자 가장 서구화된 거리이다. 이 거리를 따라 세련되고 산뜻한 레스토랑, 카페, 숍 등이 들어서 있으며 디몰 거리와 주변 해변가의 레스토랑에서 새우, 바닷가재 등 해산물 그릴메뉴와 돼지고기 바비큐 립, 빠에야 등을 즐길 수 있다. 추천할 디저트로는 망고 쉐이크, 망고가 들어간 크레페만한 게 없다.(가히 망고 애찬론자들이 울고갈 만하다.) 탈리파파(Talipapa) 시장 옆에는 시장에서 파는 해산물을 직접 그릴에 구워 요리해주는 식당들이 들어서 있다. ‘탈라파파 시장’의 상점에서는 망고를 비롯한 열대과일향 수제 비누, 피부에 바르는 요구르트, 코코넛마사지 오일 등을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를 위한 선물로 구입할 수 있다.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곳으로는 바와 클럽을 겸하고 있는 파라우(Paraw), 코코망가스(Cocomangas), 에픽(Epic), 썸머플레이스 (Summer Place)등이 있다. 우스꽝스러운 춤동작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아우라를 풍기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곳들이다. 모두 화이트비치 해변가에 밀집해 있다. 그밖에 최신 노래방시설을 갖춘 한식당 해마루도 있다.

■Travel info

-가는방법
필리핀의 신생항공사인 제스트항공(Zest Air)이 인천공항과 보라카이 인근의 칼리보 공항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칼리보 공항은 보라카이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이다. 마닐라, 세부 등지에도 직항운항하는 제스트항공은 매일 인천-칼리보 구간을 운항한다. 가는 편의 경우 오전 8시25분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칼리보 국제공항에 오전11시35분에 도착한다.(4시간 소요) 돌아오는 편의 경우 칼리보국제공항에서 자정인 0시30분에 출발하여 인천국제공항에 오전5시30분에 도착한다. 칼리보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제스트항공이나 국내여행사측에서 마련한 현지 안내인의 도움으로 차량에 탑승 후 보라카이 행 페리를 타기 위해 페리항으로 이동한다.(약1시간10분 소요) 다시 페리를 타고 섬까지 이동 후(약10분 소요) 보라카이 페리항에서 다시 준비된 차량으로 예약한 호텔, 리조트로 이동하면 된다.(거리에 따라 10~15분 소요)

-액티비티 및 스파
제스트항공을 타고 보라카이에 도착한 한인여행객들에게 제공되는 액티비티 패키지 상품이 있다. 다이빙체험 또는 아일랜드 호핑투어 중 하나를 선택하고 펄 마사지를 받는 상품이 미화70달러, 다이빙체험 또는 아일랜드 호핑투어 중 하나를 선택하고 펄 마사지를 받은 뒤 다음날 ATV타기 또는 패러세일링 중 하나를 선책하는 상품이 미화100달러이다. 제스트항공을 이용한 자유여행자들에게 개별적으로는 제공되는 프로그램으로는 아일랜드 호핑투어 상품이 미화 45달러(점심식사 포함), 제트스키는 30달러, 바나나보트 타기는 8달러, 패러세일링은 40달러, 세일링보트는 10달러, 스쿠버 다이빙체험(초심자)은 60달러, ATV타기는 40달러이다. 그밖에 포세이돈 스파에서의 바디 스크럽&마사지는 120달러(2시간20분), 펄 마사지는 30달러(1시간15분), 라바 스톤 마사지는 80달러(1시간50분)이다. 현지 예약 및 문의 63-917-886-0842

-주의사항
해변가 등지에서 액티비티를 알선하는 현지인들로부터 피해사례가 있기에 가급적이면 신뢰할만한 국내여행사, 한인전문가 등을 통해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게 좋다. 현지에서 구입가능한 건조시켜 말린 열대과일 중에는 방부제가 들어가 있는 게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환율
페소는 한화로 약27원 정도이며 미화1달러는 약42페소 정도이다.(2012년 9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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