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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화려했고, 거리에는 여유가 흘렀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모든 것들을
그들은 다독다독 잘 품고 있었다.
시계 바늘을 한 시간 되돌려 놓고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시선이 닿는 곳을 향해
이렇게 인사했다.
“타이완, 짜오안(좋은 아침)!”



■대보름달이 뜬다. 등을 밝히자

타이베이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신주현(新竹縣) 주베이시(竹北市)로 간다. 올해로 24년 째 이어지고 있는 타이완등불축제를 보기 위해서다. 신주현은 우리나라 대전과 같이 과학기술 엘리트를 양성하는 대학들과 연구단지가 밀집된 과학기술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타이완등불축제는 해마다 음력 1월15일 원소절(元宵節. 정월대보름) 기간에 지역을 달리해 개최되는데 올해는 이곳에서 2월24일부터 3월10일까지 개최됐다.

1년 중 달이 가장 크고 밝은 이 날은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도 명절로 지낸다. 타이완의 원소절은 음력으로 1월인 정월을 ‘원월(元月)’, 달이 뜨는 밤을 ‘소(宵)’라고 하는데서 유래됐다. 우리가 정월대보름에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먹고 부럼을 깨듯이 타이완에서는 원소절에 등을 켜고 탕위엔(湯圓)이라는 찹쌀로 된 둥근 새알을 먹으며 둥글둥글 화목하게 살아가기를 등불에 기원한다.


타이완등불축제는 점차 사라져 가는 대보름의 의미를 되찾고 국제적인 축제행사로 만들기 위해 타이완 관광국이 1990년부터 육성해 오고 있다. 매년 주등(主燈) 설계는 십이지(十二支) 중 그 해의 동물을 주제로 하고, 구역마다 다양한 등 예술을 선보이며 국내외 단체들의 다채로운 공연도 함께 펼쳐진다. 원소절 기간에는 타이완 각 지역마다 특색을 담아 행사가 펼쳐진다. 그 가운데 타이완등불축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올해는 중화민국 건국 102년이 되는 해이자, 뱀의 해이다. 십이지의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은 흔히 용과 동일시되기도 하고, 불사와 재생의 상징이며 농경문화권에서는 땅의 신으로 간주되어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점등의식이 있는 첫 날, 신주고속철역 앞은 수많은 인파로 들썩거렸다. 과연 등불의 화려함은 명성에 걸맞았다. 아직 점화되지 않은 주등 앞에서는 일본과 자국의 축하 공연이 이어지며 축제장을 달구었다.

올해의 주등은 ‘등교기성(騰蛟起盛)’. 높이 비상하는 교룡(蛟龍. 뱀과 비슷하고 비늘이 덮인 전설상의 용)의 이미지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중앙 무대에 높이 약 20m의 파도모형 위에 세워진 교룡은 파도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물과 불을 싣고 강과 바다를 건너는 용맹함을 드러내며 늠름하게 섰다.

주등을 호위하듯 저 멀리 화려한 부등도 눈길을 끄는데, 복록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전설의 동물 ‘비휴’, 태평을 상징하는 ‘코끼리’, 부귀의 상징인 ‘봉황’, 보물이 모이기를 소원하는 ‘화수분’ 등 4개가 우뚝 솟아 있다.

저녁 7시. 마잉주(馬英九) 타이완 총통이 들어서자 축제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의 뒤로 펼쳐진 점등대의 풍경화는 하카족의 마을잔치와 고속철이 통과하는 경관을 담아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지향하는 타이완의 깊은 속을 무언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축사가 끝나고 웅장한 음악이 행사장에 퍼지기 시작한다. 주등이 점화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한곳을 향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드디어 주등이 점화 되는 순간은 불꽃과 함께 저마다의 소원도 높이 비상하는 때이다.

이번 타이완등불축제장의 등불들은 구역마다 콘셉트를 나누어 전시됐다. 과학기술도시 신주를 LED로 표현하거나, 전통 등과 만화영화 속 다양한 캐릭터를 재미있게 표현한 애니메이션 등, 대나무가 무성한 신주현의 죽림에 곶감을 널어놓은 듯 홍등의 숲을 표현하고, 별자리, 환타지등 다양한 등불이 화답하듯 축제장을 수놓았다. 타이완의 무사안녕이 올해도 등불처럼 곱게 지속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간직한 채.

타이완 글·사진=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타이완관광청 02-732-2357~8 www.taiwan.net.tw




■해와 달을 품은 호수 ‘르웨탄’

축제를 뒤로하고 길은 아래로 이어진다. 타이완 중서부의 핵심도시 타이중(台中)을 지나 한 시간여를 달리면 굽이굽이 오르고 내린 길가에서 불현 듯 드러나는 호수 하나가 가슴을 뛰게 한다. 난터우현(南投縣) 고도 760m에 자리한 르웨탄. 호수의 모양이 동쪽은 둥근 해, 서쪽은 초승달을 닮았다 해서 그 이름도 르웨탄(日月潭)이다. 둘레 7km 타이완 최대의 호수인 르웨탄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수려하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석으로 신비로운 자태를 달리 보여준다. 특히 고요한 호수의 아침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평온해 타이완에서 가장 인기 높은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만큼 숙박비도 만만찮다.

르웨탄은 본래 타이완 소수민족 중 하나인 샤오족(邵族)의 거주지였다. 호수 중심에는 샤오족 조상의 영이 깃들어 있다는 작은 섬 라루다오(拉魯島)가 있다. 1999년 9월 대지진 때 이 섬도 함께 무너져 지금은 흔적만을 간직 한 채 호수를 지키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수백 년 전 사오족 선조들은 희귀한 흰 사슴 한 마리를 쫓다가 아름다운 비취빛 호수를 발견하고 하늘이 내려준 무릉도원이라 여겨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라루다오에는 지금도 흰 사슴의 형상이 세워져 있다. 타이완 정부가 공식 인정한 14개의 소수민족 가운데 샤오족은 르웨탄에 남아있는 200여명이 전부다.

르웨탄 입구의 마을 쉐이서(水社) 주변은 모든 대중교통과 호텔, 관광안내소 등이 밀집되어 있다. 최고급 호텔부터 중저가호텔과 펜션, 저렴한 민박들은 대부분 호수를 끼고 이곳에 형성되어 있는데, 산책길인 한비부다오(涵碧步道)로 연결되어 투숙을 한다면 청아하고 유리 같은 르웨탄의 아침을 경험할 수 있다.

여명 무렵의 르웨탄은 잔잔한 수면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가 호수의 새벽을 깨우고, 새소리와 맑은 공기가 수묵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발길을 이끈다. 걷다보니 독실한 기독교도였던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과거 부인과 함께하던 예배당과 그가 손수 노를 저어 망중한을 즐겼던 보트도 보인다. 길 중간에 불현 듯 마주하는 높은 벽은 르웨탄 최고의 호텔로 꼽히는 ‘The Lalu’의 영역이다. 과거 장제스 총통의 여름별장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곳으로 전 객실이 스위트룸에 개별 풀장을 갖춘 빌라가 있는 최고급 호텔이다. 무엇보다 한비부다오 언덕에 있기 때문에 객실 뿐 아니라 로비 등 호텔 어느 곳에서도 탁월한 호수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지만 호텔 밖에서는 일체 내부가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권위의 상징성을 무언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이색 펜션 여행도 매력적

르웨탄을 여행하는 타이완의 젊은이들은 호텔 보다는 이색적인 펜션을 찾는다. 그 가운데 푸하오췬(富豪群)펜션은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하나다. 다소 어지럽고도 독특한 장식들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곳은 요리가 아주 매력적이다. 과일과 소스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이곳 메뉴들은 기존 타이완 요리와는 완전히 다른 색다른 경험이다. 르웨탄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 요리는 ‘쭝퉁위(總統魚)’다. 장제스 총통이 좋아했다 해서 그리 이름 붙여졌다. 양념을 한 후 쪄내 민물생선임에도 비린내가 없이 담백하다.

르웨탄을 좀 더 가깝게 느껴보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면 된다. 호수를 가로지르며 느끼는 르웨탄은 도로를 오갈 때와는 사뭇 다른 정취가 느껴진다. 장제스 총통이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해발 953m 얼롱산 정상 부근 쯔은타(慈恩塔)의 고고한 모습도 더 가깝다.

르웨탄 주변 산에는 최고의 전망을 품은 사찰들이 어김없이 자리한다. 이 중 쉬안광쓰(玄光寺)는 서유기에 등장하는 당나라의 고승 삼장법사를 모신 절이다. 그 위로 더 오르면 만나는 쉬안짱쓰(玄奬寺)는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부터 모셔온 삼장법사의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쉬안광쓰는 쉽게 오를 수 있는 위치다. 절다운 분위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르웨탄의 멋진 풍광을 이곳에서 감상하는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절 아래에서 영지버섯과 각종 차, 간장을 달인 물로 삶은 계란은 이곳의 명물로 자리한 지 오래다. 20대 때부터 여기서 계란을 팔던 아가씨는 지금 80대의 노인이 다 되었다.

배는 다시 호수를 가로질러 샤오족의 옛 거주지인 이다샤오(伊達邵)에 정류한다. 르웨탄의 에너지는 이곳에서 느낄 수 있다. 과거 샤오족의 전통시장이었던 이곳은 원주민 수공예품과 식당, 상점들이 밀집된 르웨탄의 쇼핑 중심가다. 특히 부엉이와 관련된 상품들이 많은데, 부엉이는 샤오족의 수호신이다. 르웨탄을 한눈에 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케이블카다. 주꾸원하춘(九族文化村)까지 연결되는데 케이블카 안에서 숲과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르웨탄을 즐기는 다른 방법은 자전거다. 호수 주변으로 조성된 자전거전용도로는 총 29km 14개의 구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르웨탄의 자연 지형을 기초로 설계해 경사도롤 최대한 낮추고 완만하게 설계해 자전거를 타고서도 경치를 한껏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르웨탄 여행의 백미를 꼽으라면 역시 고요하고 평화로운 호수의 아침풍광이라 주저 없이 말하겠다. 일월담의 아침 풍광 앞에는 삼장법사의 사리조차 까마득하다.

▶travel info. 르웨탄




Hotel The Lalu
주소 No.142 Jungshing Rd. Yuchr Shiang Nanotou, Taiwan 55548 전화 +(886 49)285-5311 홈페이지 www.thelalu.com.tw
펜션 푸하오췬富豪群
타이완관광청 홍보 동영상에서 배우 조정석이 묵었던 곳이다. 호수가 보이는 방이 2인 1실 기준 1박에 식사포함 15만 원선. 전화는 (049)285-0307

자전거전용도로
자전거 대여점에서 1시간에 200위엔(약 8,000원)으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자이안트 일월담점 886-49-2856713, 영업시간은 07:00~18:00
(매주 목요일 휴일)

일월담 유람선투어
성인기준 전 구역 300위엔(약 12,000원), 단일구역은 100위엔(약4,000원)/ 평일에는 30분, 휴일에는 15~20분 간격으로 보통 09:00~17:00까지 운항하고, 수사, 이달소, 현광사 3곳의 부두를 순환한다.

르웨탄란처(일월담 케이블카)
일월담에서 구족까지 왕복 성인기준으로 300위엔(약 12,000원), / 평일은 10:00~15: 30, 주말은 09:30~16:00까지 운행하고 안전점검을 위해 매월 둘째 주 수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구족문화촌관광객은 케이블카에 무료탑승할 수 있다.
홈페이지 www.ropeway.com.tw

향산관광정보센터
일본건축가가 설계한 이곳은 르웨탄 지역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일월담을 최대한 가깝게 느끼도록 자연친화적으로 설계된 국제적인 건축물이다. 길이 34m 높이 8m로 마치 두 팔로 르웨탄을 포용하듯 펼쳐진 거대한 지붕의 외관도 멋지지만, 기둥 없이 목재를 연결해 건축한 공법은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자연과 하나 된 느낌을 주어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행정보는 물론 홍차, 매실, 도자기, 곡주 등 르웨탄 각 지역의 특산품과 공예품 등을 전시 판매하고 멀티미디어쇼룸, 전시관, 카페와 숍까지 갖추었다. 독특한 형태와 뛰어난 경치 덕에 화려한 색색의 드레스 차림으로 웨딩촬영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소. 남투현 어지향 중산로 599호 / 전화 +(886 49)285-5668 / 운영시간 09:00~17:00 / 홈페이지 www.sun moonlake.gov.tw/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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