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펌프스 스트랩 슈즈도, 기본 에나멜 소재 오픈토 슈즈도 네온무드와 팝컬러를 만나 한층 세련되고 강렬해졌다는 평가이다. 다소 베이직한 룩에도 충분히 시크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예전에 ‘보그병신체’라는 용어가 온라인에서 회자된 바 있다. ‘보그병신체’란 유명패션지 '보그' 등에서 영어나 불어에서 온 패션용어를 번역없이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다음 겨우 조사 정도만 한글로 적어놓은 문장을 말하는 것을 비꼰 것이다.

위 예문은 특정 잡지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서 그나마 좀 나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지체부자유자를 비하하는 단어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보다보면 헛웃음마저 나오는 글을 읽다 보면 ‘병신체’라는 거친 표현도 수긍이 된다.

일련의 논란을 보면서 여행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업무 특성상 외부로부터 홍보자료를 많이 받는데, 어떤 글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아 곤혹스럽다. 자료의 중요성과 달리 조악한 문장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내용을 보다보면 그야말로 ‘멘탈붕괴’에 이른다. 한 문장 안에 ‘럭셔리한 고급스러움’ 식의 비슷한 형용사가 두세 개씩 나열돼 있는 것은 애교에 속하고, ‘…360도 벽난로로 완성되는 ooo는 도시의 트렌디한 밤을 그대로 만끽…’ 식의 알쏭달쏭한 문장도 허다하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 발송하는 자료는 두렵다. 차라리 원문을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만큼 주어와 동사, 목적어가 따로 노는 자료가 많다. 한글 수준에 비해 담당자들의 영어실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비단 보도자료 발송자만의 문제일까? 고백하건대 기자도 ‘보그병신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여행업 특성상 외국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사용이 빈번한 것은 당연하다. 마땅히 대체할 용어가 없다는 한계도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이 흔히 쓰는 용어는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더욱 바꾸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대체할 것을 찾기보다 편리하게 거르지 않고 작성한 기사도 적지 않다. 돌아보면 심히 부끄럽기만 하다. ‘병신체’ 논란은 기자나 관계자들 사이에서 현재진행형인 숙제다. 또한 한글을 지켜야할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김명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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