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공급 늘어도 객실 확보 어려워 판매 고전
-가격 낮춰 좌석소진 급급…저가시장 될까 우려

사이판의 고질적 문제인 객실 수급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부족했던 호텔 객실을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이 점령한 것. 한국도 지난해 말 사이판행 항공 공급을 크게 늘렸지만, 더 심해진 객실난이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다.

마리아나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이판을 방문한 한국인은 각각 전년대비 4.4%(11월), 5.5%(12월), 4.4%(1월), 9.5%(2월) 증가했다. 작년 10월말 인천-사이판 정규편을 주2회 신규 취항한 다이나믹항공(D2)이 1월부터 주4회로 임시 증편하고, 매일 2회 정규편을 운항하던 아시아나항공(OZ)이 12월부터 주7회 전세기를 추가 투입하는 등 항공 공급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통계만 보면 사이판 내 한국 시장이 활황을 맞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1월과 2월 사이판의 중국인 관광객은 각각 60.2%(1월), 41.9%(2월) 성장했다. 2월 사이판 시장점유율 통계를 보면 중국이 37%까지 치솟아 일본(27%)과 한국(26.8%)을 10%포인트 이상 상회했다. <표 참조> 중국 관광객들은 최근 정규편과 전세기는 물론 한국 경유 항공편까지 이용해 사이판으로 밀려들고 있다. 이렇듯 중국시장의 점유율이 커지자 사이판 내 호텔들도 중국 시장에 우선적으로 객실을 배분하고 있다. 모두투어 남태평양사업부 송호근 팀장은 “중국 관광객들은 호텔 디포짓을 미리부터 완료하는 경우가 많아 호텔들이 중국 시장과의 거래를 선호한다”며 “사이판은 객실 확보가 관건인데, 갈수록 확보가 어려워져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객실 수급난은 항공 공급석 증가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여행사들은 지난 겨울 사이판 공급석이 크게 늘었음에도 수익 창출보단 좌석 소진에 급급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진관광 송비석 대양주노선장은 “블록으로 제공받은 좌석을 모두 팔긴 했지만, 가격을 너무 낮췄기 때문에 수익은 아주 적었다”며 “사이판 못잖게 항공이 늘어난 괌 노선과의 경쟁까지 가중돼 가격경쟁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괌에는 지난겨울 대한항공(매일 1회), 제주항공(매일 2회), 진에어(매일 2회)까지 총 하루 5편의 비행기가 들어갔다.

결국 사이판 운항 항공사들은 노선 축소와 조정에 나섰다. 다이나믹항공은 지난 3월12일부터 운휴에 들어간 상황이다. 운휴 기간은 4월29일까지로 예정돼 있으며 향후 정규편 운항이 재개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이나믹항공 GSA를 맡고 있는 윈에어 이정복 전무는 “현재 4월30일과 5월2일, 3일에 인천-사이판 노선 전세기 운항이 예정돼 있지만, 그 이후 스케줄은 불투명하다”며 “판매 부진이 가장 주요한 운휴 이유”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5월 중순부터 오전편을 주7회에서 주4회로 감편키로 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매일 2회(오전·오후) 정규편을 운항 중이다.
 
고서령 기자 ksr@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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