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2012년 9월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39개월 연속 전년수준을 밑돌았다. 그동안 갖가지 악재에 흔들렸어도 이렇게까지 장기간에 걸쳐 침체된 적은 없었다. 일본 인바운드 업계가 입은 타격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관수회’ 송년모임에 참가해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표정을 살폈다. <편집자 주>
 
관수회 역사가 무색할 지경
 
지난 22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금강산’ 식당에 일본 인바운드 수배 담당자들이 모였다. 호텔수배 담당자들의 모임인 ‘관수회(관광수배연합회)’가 이곳에서 2015년 송년회를 열어서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회장을 뽑는 자리였지만 참석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30명도 채 되지 않았다. 30~40년 역사를 지닌 관수회의 역사와 전통을 감안하면 초라했다. 매년 봄·가을로 체육대회나 등반대회를 열면 100명 가까이 모였다. 거래 관계에 있는 호텔과 면세점, 쇼핑센터 관계자들도 함께 친목을 다졌다. 호텔숙박권과 상품권 등 외부 협찬도 풍성했다. 2010년 봄에는 아예 효창운동장을 통째로 빌려 체육대회를 열었다. 참석자가 250명에 달해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때 애를 먹었을 정도였다. 그랬던 관수회인데 고작 30명이라니…. 한산하기는 모임장소인 금강산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주 고객인 인바운드 관광식당이다. 넓디넓은 식당 홀이 텅 비었다. 관수회 송년회마저 없었다면 더 휑했을 게 분명했다. 금강산 박정환 이사는 “손님이 너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다. 관수회 민복기 회장(마이팩투어 부장)은 “4년째 일본 인바운드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데 언제 회복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답답하다”며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무급휴가 등 ‘버티기 위한’ 모든 수단이 동원됐고 어쩔 수 없이 많은 직원들이 업계를 떠났다”고 전했다. 또 “중국·동남아 인바운드 쪽으로 옮겼거나 판매업무 등 기존의 수배 업무 이외에 새로운 업무를 병행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역대 관수회 회장 중 한 명인 우노투어 조항용 본부장은 “2010년에는 효창운동장을 빌려 체육대회를 열었을 정도로 일본 인바운드 업계 분위기가 좋았는데 현재는 말 그대로 사상 최악인 상황”이라며 “다들 시장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며 그동안 힘들게 버텨왔는데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조만간 그마저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악재로 시장이 침체돼도 1~2년 안에 금세 회복했는데 이번에는 만으로 따져도 침체기간이 4년째로 접어들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토로였다. 
 

    
3년만에 반토막…대형사도 휘청
 
대표적인 여행사마저 속절없이 무너졌다는 데서 일본 인바운드 업계의 한계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연간 10만명 정도 유치하며 유치실적 상위 10위권에 들었던 세한여행사가 올해 3월 말로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9월에는 우리나라 1호 여행사인 KTB투어마저 인바운드 사업을 접어 충격을 안겼다. 자본력이 있는 대형 업체마저 휘청거릴 정도이니 중소 업체 사정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은 것은 2012년 9월부터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인들의 방한여행 심리도 얼어붙은 탓이다. 이후에도 역사문제로 갈등이 불거지고 일본의 엔저(엔화 약세) 환율정책까지 가세해 시장은 계속 하락곡선을 그렸다. 올해 11월까지 39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2월 역시 마찬가지일 공산이 커 연속 40개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5년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침체의 골은 깊다. 2012년 352만명이었던 연간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014년 228만명으로 35% 감소했다. 올해 역시 메르스(MERS) 여파까지 겹쳐 새로운 저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11월까지 누적 방한 일본인 수는 168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0.5% 감소했으며 2012년 1~11월 실적(329만1,565명)과 비교하면 무려 49% 줄었다. 3년 만에 반토막이 됐다. 전체 방한 외래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31.6%에서 2015년(1~11월) 13.8%로 대폭 축소됐다. 우리나라 최대의 인바운드 시장 자리 역시 2013년 중국에게 내줬다. 중국인 관광객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1월 누적 기준으로 45.6%(551만8,952명)에 달한다.
 
일본 뒷전으로, 중국에만 신경
 
이날 관수회 회원들은 누구랄 것 없이 일본 시장을 뒷전으로 밀쳐놓고 등한시하는 세태를 원망했다. 아무리 시장규모가 쪼그라들었다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인바운드 부문의 근간이었던 시장을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는 성토였다. 참석자 A는 “정부, 면세점, 호텔 할 것 없이 모두 일본은 등한시한 채 중국 시장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메르스 위기를 극복한답시고 항공사도 정부도 지자체도 우르르 중국으로 몰려간 데 비해 일본으로는 몇몇에 불과해 소외감이 컸다. 최근 오픈한 모 면세점의 경우 오픈식에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거의 부르지도 않았다”며 ‘일본 배제-중국 편애’ 현상을 지적했다. B는 정부를 꼬집었다. “정부는 전체 외래객 숫자만 보고 있다. 중국인 덕택에 전체 외래객 수가 계속 증가하니 일본 시장이 침체되든 말든 관심이 없다. 중국 인바운드 시장이 무너지면 어떻게 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관심이 없으니 우리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도 전혀 모른다”고 원망했다. C도 거들었다. “정부는 매년 관광진흥개발기금 몇 백 억 원을 인바운드 업계에 지원했느니 어쩌느니 생색내지만 우리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만도 못하다. 담보 제공해야하고 은행 심사를 넘어야 하는데 중소 여행사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럴 정도면 자체로 융자를 받지 왜 정부 기금을 활용하겠나. 융자 받은 업체들 리스트를 보면 안다. 대부분 호텔이나 대형 업체들 위주다”라고 말했다. D는 침체기 동안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근본 구조가 변했다는 데 주목했다. “박리다매 위주의 업체로 수요가 몰리고 온라인 기반 여행사의 취급 비중이 늘어 그동안 일본 인바운드를 이끌었던 전통적인 오프라인 여행사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누구는 시장변화에 왜 대응하지 못했느냐고 따지지만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틀을 짠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거였다.
 
회복기미는 보이지 않고
 
관심사는 과연 언제 시장이 회복될 것이냐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평상시라면 12월이면 새해 3~4월분 견적이 활발히 오고가야 하는데 그런 낌새가 없어서다. 이런 분위기라면 내년 1사분기 영업도 별 기대할 게 없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나마 5월 로타리클럽 세계대회 한국 개최 관련 견적 문의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지만 기대할 정도는 아닌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엔저 기조도 지속되고 있어 새해에도 일본 인바운드 업계의 고충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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