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내놓은 불합리한 중국 인바운드 저가 단체관광 근절 대책은 기존의 대책들보다 수위가 월등히 높은 것은 물론 당초 예상도 뛰어 넘는 고강도 처방이다. 불가피하다는 평가와 터무니없다는 비난이 엇갈리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 인바운드 업계에 큰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편집자 주>
 

전담여행사 잣대 까다롭게
 
정부는 이번에 동원 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만큼 다각적이고 수위도 높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중국전담여행사) 대상 대책은 ▲‘삼진아웃제’를 통한 전담여행사 상시퇴출 체제를 도입하고 ▲전담여행사 자격 갱신심사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강화했으며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 활용에 대한 제재를 기존 3회 적발 때 전담여행사 지정취소에서 2회로 강화한 것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전담여행사 자격에 대한 잣대를 까다롭게 적용해 함량미달 여행사를 언제든지 퇴출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인 단체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담여행사로 지정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이 자격은 곧 해당 여행사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 왕기영 사무관은 “지난해 중국전담여행사 전자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관련 데이터 입력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상당수 업체가 끝까지 협조하지 않고 ‘인두세 유치’를 지속하는 등 시장 건전화를 위한 전담여행사의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전담여행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모 여행사 임원은 “고강도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특히 매 분기별로 유치실적과 지상비를 심사해 3회 적발되면 지정을 취소하기로 한 부분은 현장에 큰 여파를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자격갱신 심사만 보더라도, 대다수 여행사가 심사자료 미비점에 대해 소명하라는 통보를 받아 이번에 자격을 잃는 여행사들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이번에 전담여행사 자격갱신 심사와 관련해 소명통보를 받은 업체는 100개사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심사 대상 업체가 170개인 점을 감안하면 ‘물갈이’ 폭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장의 반발도 세다. 한 관계자는 “적정 지상비 수준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있느냐”고 따지고 “우리나라 여행사뿐만 아니라 태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와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되고, 그 과정에서 가격경쟁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전담여행사와 거래하는 호텔이나 쇼핑센터 등도 이번 조치로 기존 거래처가 제재를 받거나 자격을 잃어 자신들도 악영향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저가덤핑 시장으로 전락 위기”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문관부 왕 사무관은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저가덤핑 시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가격경쟁력 운운하는 곳은 대부분 제대로 된 상품으로 경쟁해 본 적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는 곳”이라고 가격경쟁력 저하 우려를 일축했다. 또 “전담여행사라는 일종의 특혜를 받았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에도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문관부는 3월 중으로 심사를 마치고 자격미달 업체에 대한 지정취소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곧바로 신규 전담여행사 지정 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지정 취소된 수만큼 신규 지정이 이뤄질지 등은 결정된 바 없지만 정부의 정책방향이 ‘소수정예’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보다 전담여행사 수가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담여행사 ‘파파라치’나 할까
 
기존 제재수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신고포상제’도 마련했는데, 여행업계 내 ‘파파라치’ 또는 ‘고자질쟁이’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각종 법령 위반 행위들에 대해 신고를 받고, 신고내용 및 증거 유효성,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기여도, 신고사안의 경중 등을 검토해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고포상금은 최대 3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관부는 여행업계 자정 노력의 일환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제재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증거는 여행업계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그동안 전담여행사 명의대여 행위 등에 대한 ‘카더라’ 식의 소문은 많았지만 명확한 물증 확보는 어려워 실제 제재로 이어진 적은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국 인바운드 업계에는 “하던 일 그만 두고 전담여행사 파파라치나 해야겠다”는 조소마저 나돌고 있다. 한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내부고발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경쟁사 흠집 내기 차원에서 무분별한 신고도 난무해 회사 내부와 업계 내부에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신고센터 역할을 맡은 한국관광공사(전화 1330)와 한국여행업협회(02-6200-3923)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쇼핑 페널티’ 정조준
 
정부의 노림수 중 하나는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중국전담여행사의 불공정 행위 근절이다. 중국 측 송출여행사에 이른바 ‘인두세’를 주고 마이너스 상태로 단체를 유치한 뒤 쇼핑과 옵션으로 보전하는 악순환의 연결 고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관광통역안내사에게 팀을 배정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팀 배정 인두세, 쇼핑액수가 당초 제시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물어야 하는 ‘쇼핑 페널티’ 등이 주요 타깃이다. 신고포상제의 대표 신고 항목으로 삼은 것도 이와 같은 목적에서다. 문관부 왕 사무관은 “중국전담여행사의 불법 명의대여 행위와 함께 관광통역안내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가 양대 척결 대상”이라며 “마이너스로 유치하고 그 손해는 가이드를 쥐어짜서 보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새로운 규정도 마련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대여자에 대한 자격 취소(5월4일 시행 예정) ▲무자격 관광통역 업무를 한 개인에 대한 과태료 100만원 부과(8월4일 시행 예정) 조치 등이다. 그동안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를 고용한 여행사에 대한 제재만 있을 뿐 무자격 당사자나 자격증 대여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규정 신설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후속절차 착수…4월 본격시행
 
지지와 우려가 뒤섞여 있지만 정부는 이미 후속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에 맞게 중국전담여행사 관리지침을 개정해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신고포상제 등에 대한 구체적 시행방안도 결정해 4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현 규정상 3인 이상으로 규정된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 정책의 변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개별비자로 입국한 뒤 정작 서울에서는 한 데 모여 단체와 똑같이 여행하는 편법도 횡행하고 있는 만큼 개별여행 시장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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