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후면세점(즉시환급제도)’ 카드를 뽑아 들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 관광객의 33.8%가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는 자료에 의해서다. 
하지만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쇼핑’이 아닌 새로운 관광 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편집자주>
 
-면세점, 유커 유치 수단 아닌 편의시설로 봐야
-일본, 1년 새 약 2만여 점포 증가·소비액도↑ 
-세무서에 신고하면 가능…소상공·전통시장도
 
 
‘쇼핑’ 이외의 관광 소재 발굴 시급
 
최근 한국과 일본 두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롯데면세점은 일본 도쿄 긴자에 한국형 시내 면세점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일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신라면세점 역시 2017년 오픈을 목표로 일본의 다카시마야 유통회사와 함께 시내 면세점 사업을 위한 합병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한국 역시 1월1일부터 사후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외국인 관광객이 바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즉시 환급 제도’를 시행했다. 한국에서는 ‘사후면세점’이, 일본에서는 ‘시내면세점’이 이슈로 떠오른 셈이다.

하지만 두 사업의 목적 자체는 뚜렷하게 다르다는 의견이다. 일본의 경우 방일 외래객의 ‘순조로운 여행을 위한’ 하나의 정책으로 면세 제도를 확대한 반면 한국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사후면세점의 면세제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관광산업이 다방면으로 성장한 시장이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에서 면세점의 확대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정책 중 한 가지로 보인다”라며 “면세점을 확대해 관광객을 많이 이끌겠다는 한국과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유진 과장 역시 “면세 제도의 확대가 방일 외래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는 보고 있지 않다. 다만 일정 부분 일조했다고는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30% 이상이 한국 여행 선택의 1순위로 쇼핑을 고려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며 “쇼핑이 아닌 다른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 자원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유커, 일본서 ‘쇼핑’에 최다 소비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유행한 말은 ‘바쿠가이(爆買い)’다. 폭탄구매, 싹쓸이 쇼핑을 뜻하는 말로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해가는 것을 두고 새롭게 생긴 신조어다. 엔저, LCC(저비용항공사) 취항 증대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후면세점 확대도 바쿠가이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JNTO 유진 과장은 일본 내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가 일본 열도의 유행어에 오를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2014년 10월 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사후 면세점 제도를 확대했다. 기존 면세대상은 가전제품, 의류, 가방 등의 물품을 한 점포에서 하루에 1만엔 이상 넘어야 소비세(8%)가 면제 됐지만 2014년 10월 이후 면세대상을 식품·음료, 약품, 화장품 등의 소모품으로까지 확대했다. 추가된 소모품의 경우 면세 가능 금액도 5,000엔 이상(50만엔 이하)으로 확대했다. 

일본의 사후면세점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면세 품목을 판매하는 상점이 일본정부관광국(JNTO) 사무국으로 신고하면 되는데, 면세 제도가 확대되자 일본 전역의 사후면세점 개수는 2014년 10월1일 9,361개 점포에서 지난해 4월까지 1만8,779개 점포로 늘었다, 2015년 10월까지는 2만9,047개 점포를 기록했다. 1년 사이 무려 1만9,686개의 점포가 사후 면세점으로 등록한 셈이다.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1년의 성장추세로 미뤄보아 6개월이 지난 현재 약 4만개에 육박하는 사후 면세점이 등록을 마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객이 현지에서 사용하는 소비액도 증가했다. 지난해 방일 외국인 1인 지출 금액은 17만6,168엔으로 전년대비 16.5% 증가했다. 그중 물건을 구매하는데 쓰는 소비액이 전체의 41.8%를 차지했다. 전년대비 6.6%p 증가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물품 구매력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방일 중국 관광객의 전세 소비 금액은 1조4,174억엔. 그중 물품 구매, 즉 쇼핑에 소비한 금액은 8,089억엔에 달한다. 숙박에 소비한 금액에 약 3배, 음식에 소비한 금액과도 4배 가까이 차이난다. 

양이슬 기자 ysy@traveltimes.co.kr
 

사후면세점은
외국인 한해 1회에 ‘3만원 이상 20만원 미만’ 환급

올해 1월1일부터 외국인관광객이 사후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바로 환급받을 수 있는 ‘즉시환급제도’가 시행됐다. 이로써 외국인관광객은 관할 세무서에 등록한 즉시환급 가능 상점에서 3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의 한도 내의 물건 가격에 대한 세금(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됐다(1회 방문객 최대 100만원 한도). 지난해까지는 외국인 관광객이 세금 환급을 받으려면 공항의 환급 창구를 통해야만 했다. 공항에서 영수증을 제출한 뒤 환급 신청을 해야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고, 환급창구 마저도 부족해 피해사례도 발생했다. 환급을 받으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항공기 출발 시간을 맞추지 못해 항공편 지연까지 이어지는 상황 등이 사례다. 정부는 즉시환급제도 시행으로 번거로운 환급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관광객들의 물품 구매·환급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해 관광 소비 역시 촉진시키겠다는 취지다.

본격적으로 시행된 즉시환급제도는 일반 상점이 등록만으로 쉽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소상공민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등도 사후면세점 신청해 유커의 발길을 끌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후 면세점 등록 점포는 현재도 지속 증가하고 있어 정확한 추산이 어려운 상태지만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한국 여행 선택 시 고려사항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이 쇼핑(33.8%)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향후 사후면세점 시장 역시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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