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 이것만은 고치자!
5-2.  낡은 법과 제도, 언제까지?
 
TASF도 못 받는데 불법 여행업은 활개 ‘한숨만~’

여행업 관련 각종 법과 제도를 둘러싸고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외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규정,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규정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아예 법제도적 근거가 없어 여행업 발전에 저해가 되기도 한다. 주요 사례를 뽑았다.  <편집자 주>
 
*2016년 7월 창간 24주년을 맞아 여행업계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해묵은 과제들을 짚고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여행업, 이것만은 고치자!’ 기획을 이번호로 마칩니다.
 
 
 
 
-TASF 정체…공공 부문 대상 적정수준 요구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불법 무등록 여행업 
-관진금 융자 제도 등 현실에 맞게 개선 나서야
 
표류하는 TASF, 대책 없나?  
 
‘여행업무 취급수수료(TASF, Travel Agent Service Fee)'는 2010년 이후 제로컴(Zero Commission)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여행사들이 생존대책 차원에서 도입했다. 항공사들이 항공권 판매에 대한 대가로 여행사에 지급했던 수수료를 폐지하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했다. 항공권은 물론 여행상담, 각종 예약과 알선 등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여행업무 전반에 걸쳐 그에 상응하는 비용(Fee)을 소비자에게 부과한다는 게 여행업무 취급수수료의 핵심이다.

우선 항공권 분야에서부터 시작했다. 2010년 제로컴 시대 도래에 맞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BSP 정산시스템과 연계한 ‘TASF 시스템’을 출범시켰다. 잃어버린 커미션 수수료를 충분히 보완해 줄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여행사들의 관심 속에 초기에는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VI(Volume Incentive) 수익 확보를 위한 여행사간 과당경쟁으로 TASF 포기 또는 할인 경쟁이 불거졌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낮아 현장에서 자주 마찰이 발생했다. TASF 부과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TASF 정착과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015년의 경우 연간 BSP 발권액은 1조1,094억원에 달했지만 TASF시스템을 통해 부과된 TASF 액수는 870억원에 불과했다. 과거 항공권 판매수수료 제도가 존재했다면 수수료율을 5%로만 계산해도 4,554억원의 커미션 수익이 여행업계로 돌아왔을 테지만 그 5분의1 수준만이 TASF로 들어온 셈이다. 

더 확산시켜도 모자랄 판에 계속 정체 또는 후퇴 양상을 빚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은 크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도 올해 중요 추진 사업 중 하나로 TASF 활성화를 꼽았다. 우선 공공 분야부터 여행계약 체결시 적정 TASF를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정부 기관과 공기업 등 공공 분야에서 TASF를 정착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민간 부문으로도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TASF 부과에 대한 법 제도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여행업계가 원하는 수준만큼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을 거쳐야 한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곳곳서 활개 치는 불법 여행업  
 
무등록 불법 여행업도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교묘한 수법으로 지속되고 있다. 산악회나 동호회를 빙자한 불법 여행업 행위는 고전적 수단이다.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한 불법 무등록 여행업은 이제 모바일 상으로까지 확대됐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법 여행업 역시 여러 채널을 통해 활개 치고 있다. 거짓 항공권 또는 여행상품 판매정보를 올린 뒤 여행업 전문가인양 흉내 내 소비자들을 현혹한 뒤 돈만 챙겨 잠적하는 사기행각 등 불법 여행업자들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 여행사 대표는 “우리는 정직하게 여행업 설립 조건을 갖춰 등록하고 협회에도 가입해 회비를 내고 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한 여행업 보증보험에도 가입해 운영하는데, 온라인상의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는 비용 한 푼 들이지 않고 여행사인 것처럼 불법 여행업을 펼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또 “현지 직거래여서 저렴하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소비자 역시 이들을 통하는 게 저렴하다고 믿는 현실을 왜 우리는 가만히 두고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속과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행업 관할 지자체들은 정식 등록한 여행업자들을 관리감독 하는 데도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누군가 불법 무등록 여행업 행위를 찾아내고 구체적 자료를 수집해 공식적으로 고소·고발해야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불법 무등록 여행업 근절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ATA도 무등록 여행업 의심업체를 일괄 적발하고 관할 지자체 등에 통보하거나, 무등록 여행업자 근절 광고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그동안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관진금 융자는 ‘그림의 떡’
 
“정부가 매년 수 천 억 원 규모의 관광진흥개발기금(관진금) 융자 지원을 관광업계에 한다고는 하지만 단 1원도 그 수혜를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모 중소여행사 대표의 하소연에 대한 공감대는 크다. 정부는 정기 융자는 물론 사스(SARS), 메르스(MERS) 등의 악재로 여행경기가 위축됐을 때마다 특별융자도 실시해 여행업계 지원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그 효과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융자액 대부분이 숙박시설 건설 및 개보수 등 하드웨어 분야에 대부분 투입되는데다가 여행사에 배당된 경영자금 융자 역시 이중삼중의 신용검증 장벽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융자 신청을 하더라도 결국 은행과의 개별적 상담 과정에서 담보 제공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융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은행에서 요구하는 신용을 갖추고 담보제공 여력까지 있었다면 그냥 일반 은행 대출을 받지 조금 굳이 관진금 융자 문을 두드릴 이유가 없다”는 중소 업체들의 하소연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진금 저리 융자의 수혜가 일부 대형업체로만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융자인 만큼 융자금 회수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 관진금 융자 정책 개선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는 점은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관광 자격증, 있으나 마나?
 
관광종사원 자격증 제도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자격 제도만 만들어 놓았을 뿐 적절한 육성대책이 뒤따르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는 이유에서다. 현 관광진흥법에서 규정한 관광종사원은 관광통역안내사, 국내여행안내사, 호텔경영사, 호텔서비스사, 호텔관리사 5개다.
 
이 중 유자격자 우대 규정이 있는 자격은 관광통역안내사 한 개 뿐이다. 여행사는 관광통역안내사를 고용할 경우 반드시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했다. 나머지 4개 자격증은 사실상 아무런 혜택이 없다. 채용 심사 때 가산점 부여 대상이 아닌 것도 일반적이다. 모 대학 관광과 교수는 “아무런 혜택이 없으니 자격증 취득에 대한 관심이 낮고, 낮은 관심 때문에 자격증에 대한 대외 신뢰도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폐지할 게 아니라면 유자격자 채용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실질적 의미가 있는 자격제도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행사와 호텔 등 고용주 입장에서는 유자격자 의무 고용에 따른 비용증가가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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