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국적 항공사의 항공권 취소수수료를 취소시점에 따라 차등 부과하도록 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여행사가 부과하는 항공권 취소대행수수료도 겨눴다. 
공정위와 여행사는 7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지만 여행사들의 불만과 경계가 큰 상황이어서 쉽게 합의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기회에 여행업무취급수수료(TASF, Travel Agent Service Fee) 활성화 여건을 만들거나, 아예 항공권 판매수수료(Commission) 부활을 공론화시켜야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편집자주>

-공정위-여행사 취소대행수수료 논의 본격화
-TASF 유도 또는 수수료 액수 인하 요구할 듯
-현실적으로 무리…근원적 시각에서 해법 모색

받기 힘든 ‘취소대행수수료’  
 
공정위가 겨눈 부분은 항공사가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취소수수료와는 별도로 여행사가 취소업무 처리에 대한 대가로 부과하는 ‘취소대행수수료’다. 현재 여행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취소 한 건당 3만~5만원인 경우가 일반적인데, 고객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들은 이번에 공정위가 항공권 취소수수료를 취소시점에 따라 차등 부과하도록 7개 국적항공사의 약관을 시정해, 관련 업무가 기존보다 더 복잡해진 것은 물론 그에 따른 소비자 불만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여행사 몫으로 취소대행수수료를 부과하는 데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이번 조치로 그 반발이 더 커져 어렵게나마 받았던 것마저 불가능해지지 않을지 걱정도 크다. 

A여행사 항공담당 부장은 “항공사의 취소수수료는 받아내지 못하면 여행사가 부담해야하니 고객이 아무리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받아내는데, 그 고생을 하고도 정작 여행사 몫인 취소대행수수료는 고객저항에 부딪쳐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취소시점별로, 항공사별로 취소수수료가 달라지게 돼 앞으로 취소수수료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여행사의 취소대행수수료 부과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받는 것 없이 항공사 일 대신
 
출발일에 임박한 취소일수록 기존보다 취소수수료가 2배 이상 수준으로까지 높아진다는 점, 항공사별로 규정이 제각각이고 복잡해졌다는 점, 공휴일 취소 신청의 경우 고객이 취소한 날과 실제 취소 조치가 이뤄진 날 사이에 차이가 발생해 취소수수료 액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 예견되는 마찰소지는 많다. 

B여행사 관계자는 “환불취소 업무 때문에 별도의 팀을 만든 여행사도 있는데, 따지고 보면 항공사로부터 항공권 판매수수료(Commission)도 받지 못한 채 항공사 업무를 여행사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자 불만에 시달리고, 더 복잡해진 업무를 처리하느니 차라리 취소는 항공사를 통해서 하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항공권 발권에 대한 여행업무취급수수료(TASF)도 얽혀 있어 양상은 더욱 복잡하다. 일부 상용여행사들은 항공권 판매 단계에서 일정액의 TASF를 부과하고 수익을 얻고 있지만 대다수 여행사들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TASF 부과에 대한 법·제도적 근거가 없어 소비자가 반발하는 것은 물론 VI(Volume Incentive) 수익을 노린 여행사간 가격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다행히 TASF를 부과한 경우 항공권 취소시에는 따로 취소대행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액수 낮추거나 TASF로 처리?
 
5일 현재, 7일 첫 회의에서 공정위가 여행사에 어떤 주문을 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는 11개 주요 여행사와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참석한다. 일단 항공사의 취소수수료처럼 여행사의 취소대행수수료도 취소시점에 따라 차등화하자는 주문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앞선 논의에서 항공권 취소업무에 소요되는 여행사의 업무량은 취소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킨 덕분이다. 

남은 선택지는 취소대행수수료 액수를 낮추거나, 판매 시점에서 TASF를 부과하는 대신 취소대행수수료는 부과하지 않는 방안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사로서는 이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TASF 부과의 경우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부과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이 방안을 받아들였다가는 자칫 TASF와 취소대행수수료 모두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크다.
 
커미션 부활 등 전략적 접근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한 데서 모든 문제가 불거지고 만큼 여기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8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과 여행업계 대표 간의 간담회에서 여행사 대표단이 “항공권 유통과정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 달라”고 건의했던 만큼 그 후속선상에서 논의를 지속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건의는 항공사가 여행사에게 지급했던 항공권 판매수수료(커미션)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에서 이뤄졌다. 국제항공운송기구(IATA) 규정에도 ‘항공사는 대리점의 항공운송 및 부대서비스 판매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항공사의 커미션 폐지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KATA도 그동안 커미션 유지 항공사 판매 독려 정책을 펼치는 등 커미션 유지 및 부활에 중점을 뒀던 만큼 이번을 계기로 커미션 부활 화두를 공론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커미션 부활이 불가능하다면, 여행사가 적정 TASF를 부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법·제도적 차원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여행사의 시각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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